미국 ‘양적완화 축소’ 조치 후폭풍에 글로벌 증시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테이퍼링 변수 속 부진한 경제지표 발표에 국내 주식 시장 역시 뚜렷한 상승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다행히 옐런 신임 연준의장이 지난 의회 청문회에서 기존과 동일한 통화정책 기조 유지를 언급하며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것이 그나마 시장에 있어서는 호재라 할 수 있다. 옐런은 시장 친화적인 정책 지속으로 경제지표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책대로 미국 경기가 장기적으로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 전망한다면 최근 나타났던 경제지표 둔화 움직임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향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서서히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경기 선행지수 역시 선진국 중심의 반등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10일 발표된 OECD경기선행지수를 살펴보면 미국, 일본을 비롯한 유로존에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선진시장 직접투자 인기
이런 흐름에서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집계한 2013년도 해외주식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약 6조원으로 전년대비 약 86%가 급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2000pt를 중심으로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온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글로벌 증시흐름 덕분에 전년도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증권사들도 다양한 해외주식 투자 서비스를 앞세워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주식 거래서비스는 온라인 거래와 오프라인 거래 모두 가능하지만 지역에 따라 투자방법에 차이가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홍콩, 일본 주식의 경우 HTS를 통한 온라인 거래가 가능하며 29개 국가에 대한 오프라인 해외주식매매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투자에 필요한 미달러화, 유로화, 엔화, 홍콩달러 등 주요 통화로의 환전거래도 제공한다.
해외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각 증권사들에서는 해외 투자 정보 제공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해외주식 담당 부서를 통해 자료 요청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CNBC, Bloomberg, Yahoo 등을 통해 신속하게 해외 이슈들을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외 주식시장의 관심종목을 설정해 놓으면 관련 뉴스를 제공해 주는 투자정보 사이트도 등장했다.
개별종목 고르기 어렵다면 ETF로
어느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거나 개별종목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싶을 때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ETF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해외 ETF는 국내 ETF 상품보다 다양한 기초자산과 상품 수, 상대적으로 풍부한 유동성 등을 장점으로 한다. 대표적인 기초자산은 전 세계 40여 개국 이상의 주가지수부터 채권(하이일드·시니어론·국채·회사채 등), 원자재(금·은·원유·천연가스 등), 통화, 리츠, 섹터(금융·소비재·헬스케어·IT 등)에 이른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는 레버리지 2배까지, 인버스는 1배까지인 반면, 해외 ETF는 레버리지 3배, 인버스 3배까지 상장되어 있어 투자 선택의 폭이 더 넓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유럽 증시의 상승을 예상한다면 VGK(이하 영문명은 모두 미국에 상장된 ETF의 종목 코드), 유럽증시의 상승 및 달러대비 유로화 약세 전망이 우세하다면 HEDJ,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미국의 장기국채금리 상승 전망 시에는 TBF에 투자해야 한다. 이머징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면 EDZ, 금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 GLD, 최근처럼 공포지수인 VIX(변동성)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VXX에 투자해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펀드 투자자들 ‘유로존’에 꽂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선진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눈길이 가장 머무는 곳은 바로 ‘유로존’이다. 테이퍼링 이슈로 신흥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빠르게 선진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연초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이 주춤한 사이 유럽 증시의 강세가 돋보인 까닭이다.
특히 미국증시는 높은 투자전망으로 금융위기 전 주가를 연이어 경신해 밸류에이션에 다소 부담이 있는 반면 유로존은 MSCI유럽지수를 기준으로 여전히 고점대비 -20%pt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만큼 향후 상승폭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작년 7월 이후 약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자금이 유럽 주식형펀드로 유입됐다. 31주 연속 순유입으로 11년래 최고치다.
국내 투자자들도 슈로더 유로주식, 템플턴 유로피언, 피델리티 유럽증권 같은 유럽 주식형 펀드들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템플턴 유로피언 펀드는 서유럽 주요 국가의 저평가 우량주에 분산 투자하고 있는 데다, 헬스케어주와 금융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선진국 주식형 펀드 중 설정액이 약 6000억원으로 덩치가 제일 큰 ‘미래에셋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펀드가 있다. 이 상품은 구글 등 미국 대표 기업의 투자 비중이 약 51%, 유럽 비중이 37%로 글로벌 100대 소비재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1년 수익률은 20%를 넘어선다.
ELS·DLB로 선택 넓어진 유럽투자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2월 12일부터 판매하는 ‘우리ELS 8536호’는 KOSPI200지수와 홍콩항셍기업지수(HSCEI),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EURO 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비보장 스텝다운형 ELS로, 목표수익률이 연 12%에 달한다. 최근 KOSPI200과 HSCEI 지수 하락으로 가격 부담이 줄어든 데 따라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주식형 펀드의 기준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DLB)를 출시했다. 금, 은, 환율 등에 국한되던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사채(DLB) 기초자산이 주식형 펀드의 기준가로 확장된 데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 제12회 DLB’는 유럽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인 ‘프랭클린 유로피언 그로스 펀드’의 기준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면서 원금이 보장되고 최대 21%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상품은 3년 만기 상품으로 1년마다 10% 이상 상승 시, 연 7%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상환이 된다. 또한 조기상환이 되지 않더라도 만기에 펀드상승률 70%를 지급해 최대 21%의 수익을 준다.
전경남 미래에셋증권 파생상품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 경기침체를 겪던 유럽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럽지역에 투자하는 주식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이 상품은 유럽증시에 원금보장으로 투자하면서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져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