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꼬박꼬박 나오는 상가 건물 한 채만 있다면….’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소박한’ 꿈이 아닐까. 특히 당장 상가 딸린 주택을 사들일만한 여력이 없는 40대, 50대 직장인에게는 목 좋은 곳에 상가 부지를 분양받는 게 일차적인 목표일 게다. 서울, 아니 수도권이 아닌들 어떠랴. 세종시든 신도시든, 아니면 고향 근처이건. 허가받은 땅만 있다면 말이다. 건물을 올리는 비용은 은행에서 돈을 꾸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해서 마련하면 되니까. 그리고 건물 다 짓고 난 뒤에는 금융비용은 상가 보증금으로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 향후 인구가 유입되면서 북적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가지구에 땅을 사두겠다는 사람들이 몰리는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로또 된 상가겸용단독주택용지
화성동탄 등 제2기 신도시일대, 혁신도시, 대형 산업단지 인근 등 공공택지지구에 상가와 주택을 한 개 건물에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가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퇴직금으로 수익과 주거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50대 베이비부머들이 새로 뜨는 지방 상권에 점포겸용 단독주택이나 단독주택용지를 불하받아 상가 딸린 주택 또는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 청약 경쟁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공공기관들의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혁신도시에 분양되는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그야말로 ‘로또’수준이다. 지난해 11월 LH가 분양한 광주전남혁신사업지구의 경우 11개 필지 분양에 최저 804대1에서 최고 2822대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10월 분양한 전북혁신사업지구는 8개 필지 분양에 최저 1365대1에서 최고 2515대1의 경쟁률이 나왔다.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대규모 일반산업단지가 조성중인 화성동탄 일반산단 지구의 경우에도 72필지가 전량 분양되었다. 최저 경쟁률 27대1에서 최고 경쟁률 1004대1이 나왔다. 지난 5월 분양한 오송생명과학단지는 1필지 분양에 533명이 신청했다. 영천산단은 5필지 분양에 최저 43대1, 최고 60대1의 경쟁이 붙었다.
신도시, 신시가지 조성 등으로 새롭게 상권이 형성될 예정인 지역도 열기가 뜨겁다. 2018동계올림픽 선수촌이 들어서는 강릉유천지구 내 점포 겸용 단독주택지의 경우 LH공사에서 1개 필지를 분양했는데 지난달 청약 결과 경쟁률이 615대 1을 기록했다. 광주효천2지구 역시 올해 3월 15필지 분양 당시 최저 경쟁률 124대1, 최고경쟁률 1340대1이 나왔다.
한마디로 △혁신도시 유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조성 △공급 희소성 △싼 가격 메리트 등의 호재를 갖춘 상가 겸용 단독주택지의 경우엔 가수요까지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은퇴자들의 이 같은 수요가 몰리면서 당첨 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일부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기도 한다. 필지에 따라선 1000만원 등 일정 금액만 입금하면 신청할 수 있고 당첨이 되면 일부 규제를 제외하면 전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치에 따라선 억대를 넘는 프리미엄도 예사다.
위례·하남미사·동탄 주목
택지 분양과 관련해 주목되는 현상은 상권 형성 전망이 불투명한 지역의 택지 분양에 대해선 미달 사태가 빚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경기도 고양삼송지구의 경우 지난해 6월 161필지 공급에 8개 필지에만 분양 신청이 들어왔다. 최고경쟁률은 고작 6대1에 그쳤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방송영상산업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았던 ‘삼송브로멕스’사업이 지난해 7월 좌초하면서 이쪽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졌다”고 귀띔했다.
의정부 민락2지구, 파주교하, 인천 용종 등도 공급 과다와 상권 형성 미약이라는 마찬가지 우려를 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굵직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잇달아 쏟아내면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 공급물량 조절을 위해 향후 10년간 신도시를 새로 만들 계획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공언했다. 앞으로 상가 겸용 단독 주택 용지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월세 꼬박꼬박 주는 내 집 마련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묻지마 투자는 금물.
선종필 대표는 “목 좋은 상가주택의 경우 수요 대기층도 두껍고 경쟁률도 치열하다”며 “일부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지만 항상 대박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느 지역에 염두를 둬야 할까. 우선 올해 분양 경쟁률이 치열했던 곳에서 추가 물량이 나올 경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경쟁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LH공사 관계자는 “LH 재정난으로 인해 신규 택지 공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는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라며 “위례, 하남미사, 동탄2지구 쪽에서 신규 물량이 나오고 또 기존 공급분 중에서도 추가 분양이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LH공사 택지 분양분 가운데 지방의 알짜 분양은 거의 마감이 된 만큼 올해 서울, 수도권 인근에서 흘러나오는 택지 분양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실수요자들은 카페 골목 등 먹거리와 관련된 특성화 단지로 상가가 발전되리란 생각에 택지를 분양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수도권이나 서울 소재 집을 팔거나 퇴직금, 예금 등을 보태 5억원 가량의 목돈을 쥔 베이비부머 입장에서는 3억~4억원으로 토지를 매입한 다음 은행 차입을 통해 건물을 짓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 다음 아래층에는 전세를 내줘 보증금으로 은행 빚을 되갚고 매달 월세를 받으며 위층에서 생활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실제 건물을 짓고 나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주변 상권 형성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카센터, PC방, 창고 등 부가가치가 낮은 쪽으로 상가가 변할 수도 있고 공실률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쪽으로 상가군이 형성될 수 있을지, 또 내가 점찍어둔 곳이 너무 안쪽 도로에 있어 접근성과 가시성이 떨어지지 않는지, 주차 여건은 앞으로 괜찮은지 등을 따지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신도시는 택지지구 상업용지 비율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상업용지 비율이 높으면 앞으로 그만큼 경쟁 상가가 더 생겨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낮으면 상권 형성이 쉽지 않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선 대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카페촌을 떠올리면서 상가건물 투자를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며 “도로 및 주변 상업시설 등을 눈여겨보고 제대로 투자해야 실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가주택 세금 혜택은 덤
상가주택은 근린상가 지역에 위치해 있는 주택형 상가다. 일반적으로 1층과 2층은 상가로, 3층은 주택으로 활용하는 곳이 많다. 3층에는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면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1층과 2층은 상가나 사무실을 임대해 월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상가주택은 주택 비율이 상가 면적보다 높으면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주택면적이 상가면적보다 넓으면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1가구 1주택의 경우 처분 시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만약 주택면적이 상가면적과 같거나 더 작을 경우에는 전체 양도가액은 주택부분과 상가부분으로 나누어 주택부분의 양도가액은 1세대 1주택 비과세하며 상가부분의 양도가액은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
만약 2주택을 보유하는 경우라면 두 주택 가운데 먼저 양도하는 주택은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 나머지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또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상가주택을 먼저 양도하려면 양도가액 전체가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