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공모주 시장 ‘최대어’로 평가되는 현대로템의 상장 첫날인 지난 10월 30일. 개장 시간인 오전 9시가 되자 ‘현대로템’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오르내렸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증거다.
이날 현대로템은 공모가 대비 46.5% 높은 시초가를 형성하고 상한가에 장을 마쳐 공모주 수익률(공모가/상장일 종가) 68.5%를 기록했다. 현대로템 공모금액은 6224억원으로 지난 2011년 상장한 한국항공우주(공모금액 5675억원)를 앞질렀다.
공모주 시장의 암흑기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공모주 시장 열기가 뜨거워졌다. 지난해는 공모기업 28사, 공모금액 1조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10월까지 24개 기업이 공모한 데 이어 연말까지 10개가 넘는 기업이 추가 상장해 공모금액도 1조 7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10월말 기준 공모주 수익률 평균도 52.3%로 지난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상장 이후 분위기도 그리 나쁘지 않다. 신규 상장한 기업 상당수가 종가를 기준으로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공모가를 무리하게 높여놓았다가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사례는 드물어졌다.
공모주 열풍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상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간 증시 부진으로 상장을 미뤘던 업체들이 최근 공모주 시장 호조로 상장 준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도 공모주 시장의 열기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돈벌이 안 되는 공모주 투자
“공모주 청약 넣기는 했는데 겨우 10주 받았어요.”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들인 품에 비해 손에 쥐는 주식 수가 적다. 공모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공모주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보기는 힘들다. 이유는 높은 청약 경쟁률 때문이다. 지난 10월 2일 코스닥시장에 첫 선을 보인 비상용 발전기 제조업체 지엔씨에너지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1251대 1이었다. 공모가 6000원과 청약증거금을 50% 걸어야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375만원을 청약해야 겨우 1주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375만원을 청약증거금으로 걸어 1주를 받고(물론 나중에 공모가 50%에 해당하는 3000원도 내야한다), 상장 첫날 종가 1만3800원에 내다팔았으면 수익은 7800원이 된다. 375만원을 은행에 넣었을 때 연 3% 이자를 받는다 치면 월 9400원을 벌 수 있다.
청약증거금을 마련하느라 한 달 치 은행 예금 이자를 포기했다면 공모주 투자는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낮은 셈이다.
최근 공모하는 기업들의 청약 경쟁률이 600 대 1을 넘어간다는 점에서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가 지엔씨에너지 사례처럼 ‘속빈 강정’일 가능성이 높다. 또 공모주 직접 투자자는 거액의 청약 증거금을 넣은 다음 나중에 다시 환불받는 불편함도 감수해야한다.
공모주 펀드도 수익률은 별로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중순 기준 65개 공모주 펀드에 총 4300억원의 자금이 운용되고 있었다. 특히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개미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절차도 간편하고 소액 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모주 펀드 수익률도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공모주 펀드 성과 평가가 가능한 설정액 10억원 이상 44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2%였다. 역시 은행 예금보다 못한 성적이다. 특히 19개 공모주 펀드 수익률은 2% 이하였다.
상장 첫날 대박을 터뜨린 공모주가 많았는데 왜 공모주 펀드 수익률은 낮을까.
비밀은 공모주 편입 비율에 있다. 공모주 펀드도 ‘일반 공모 펀드에 한 종목 비중을 10% 이상 담을 수 없다’는 10%룰이 적용된다.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펀드자금 100억원이 있다면 10억원만 공모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자산을 편입한다”며 “공모주는 대부분 상장 첫날 차익을 실현하고 팔고 나오기 때문에 수익률 상당 부분이 다른 자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공모주 투자 외에 다른 곳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최근 채권보다 주식 투자 수익률이 높다보니 수익률 상위 공모주 펀드 가운데 채권보다는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수가 많다.
공모주 펀드 투자는 ‘중위험 중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앞에서 얘기한 44개 공모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8%에서 3.1%까지로 나타났다.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이들 펀드 수익률 평균 2.2%는 국내 주식형 펀드가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점에 비하면 높은 편이었다.
새내기주 투자 옥석 가려야
이 때문에 공모주 투자는 상장 후 매수 타이밍을 잡아 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될성 부를 떡잎을 상장 초기에 사들이는 방법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아미코젠을 상장 초기인 9월 중순에 샀다가 1달 여 뒤 판 투자자라면 주당 6000원, 약 10% 정도 차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 공모주들은 시간이 갈수록 주가가 계속 내려갈 수도 있다.
앞서 사례로 든 지엔씨에너지의 경우 상장 첫날인 10월 2일 종가는 1만3800원이었지만 11월 중순 반토막인 6000원대로 내려앉아 겨우 공모가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런 점에서 새내기주 투자는 상장 후 일정기간 주가가 조정됐을 때를 기다려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종목에 따라선 상장 당시 나타날 수도 있는 지나친 띄우기의 거품이 꺼질 때를 기다렸다 나서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방식의 투자를 하든 성장성이나 수익성 등을 고려한 기업의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은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12월 상장이 예정된 새내기주 가운데 현대공업(상장일 4일), 엔브이에이치코리아(4일), 알티캐스트(6일), 기가레인(13일), 동우에이치에스티(19일), 인트로메딕(23일) 등에 관심을 둘 것을 주문한다.
최근 증시에서 자동차 부품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공업과 엔브이에이치코리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상장 첫날 시초가와 종가가 너무 높게 형성될 경우 투자에 주의해야한다.
현대공업은 현대차에 시트패드와 암레스트를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다. 암레스트의 경우 현대차 생산물량의 90%를 책임질 정도다. 자동차 시트패드 역시 현대자동차 자체 생산량을 제외하면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가 잘나가면 자연스레 수혜를 받는 형식이다. 현대공업은 지난해 매출 1072억원과 영업이익 9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00% 자회사인 북경현대공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매출 799억원, 영업이익 88억원을 기록했다.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자동차 소음, 진동, 잡음을 잡는 통합 내장재(NVH부품)와 헤드라이너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는 현대·기아차, 쉐보레 등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라며 “현대·기아차에 대한 공급부문 점유율은 평균 55%로 동종업계 1위”라고 밝혔다.
최근 현대·기아차와 함께 아라미드 부직포를 사용한 엔진흡음재도 개발해 지난해 10월부터 신규차종에 공급하고 있다.
또 2014년부터 자체 개발한 엔진부품 WTCA(Water Temperature Controller Assembly)도 생산할 예정이다.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4927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434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이었다.
알티캐스트는 디지털 방송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방송송출시스템, 수신제한시스템(CAS) 등 양방향 디지털 방송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미들웨어 시장 점유율 91%다. 지난해 매출 653억원, 영업이익 138억원을 기록했다.
기가레인은 스마트폰과 기지국 및 항공기 등에 들어가는 RF 케이블 조립체를 생산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 560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이었다.
금속가공업체 동우에이치에스티는 지난해 매출액 801억원, 당기순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 인트로메딕은 고화질 영상을 가진 첨단 캡슐 내시경 시스템을 개발·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86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