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가 좋아졌고 유럽 경제도 개선되고 있다. 이것이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 수출이 많은 한국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우리의 수출은 중국 등에 40% 이상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살아나면 우리 경기도 살아난다.”
금융투자업계 중국통이자 가치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전무는 불확실성이 깔려 있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지난 9월 FOMC에서 양적완화를 지속하기로 결정했으나 이 결정은 양적완화 축소시기를 미룬 것 일뿐 1~2개월 이내에 다시 양적완화 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준의 결정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을 굳게 할 것이고 결국 금융시장 전망도 밝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조 전무는 특히 “최근 로런스 서머스가 사퇴해 연준의 큰 기조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런 게 (한국경제에) 나쁘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특히 양적완화 축소와 경기회복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어서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돼 일시적으로 영향을 주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현실화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제가 좋아지더라도 그에 따른 구조조정과 부채축소가 병행될 것이기에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는 연말까지 2100을 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구조조정 또는 디레버리징이 이어질 것이다. 중국은 설비조정, 다시 말해 산업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는데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이 주가지수의 상승을 제한할 것이다. 다만 강세장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해 그는 금리는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미국 금리가 올라갈 것이다. 이에 따라 주식도 올라가고 금리도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당연히 채권값은 떨어지고 위험자산 선호가 진행된다.”
중국 소비주 장기투자 유망
그는 경제 내에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존재하고는 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우선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인한 변동성이 지금으로선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아시아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일부 그룹의 구조조정 등의 문제도 있다. 중동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지금 당장 큰 리스크는 없어 보인다. 동양그룹의 경우 익스포저(특정 기업 관련 자금, 대출액)가 산업은행에 집중돼 있어 금융시장에 미치는 리스크는 제한적이다. 종합적으로 현 상황에서 국내의 위기설이 제기되는 것은 맞지 않다.”
조 전무는 이런 상황으로 고려해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는 3년물 기준으로 지금 2.9% 선인데 연말까지 3.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고 연말까지 점진적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의 한계로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아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기에 국내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폭이 크지는 않고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경제는 기본적으로 수출중심의 경제다. 선진국이나 중국 등의 수출 비중이 크며 상품가공무역 위주의 수출을 하고 있다.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기 때문에 전망은 좋다. 게다가 8·28 대책에서 보듯이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지금 경기회복을 위해선 소비심리나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게 관건인데 그러려면 내수를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부동산 시장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경기회복이 안 되면 계속해서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지금 부동산은 바닥을 친 것 같다. 여기에 무역흑자가 이어지면서 유동성 상황도 좋은 편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가 아주 썩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 4%까지 성장한다고 보기는 그렇고 3.5%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3.0%이다.”
조 전무는 한국경제가 굳건히 성장하고 있는데다 선진국이 여전히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원화강세는 장기적 추세라고 했다.
“이번에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연기해 원화가 강세로 갈 것이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가 단행될 경우 일시적으로 약세로 돌아섰다가 중장기적으로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주식시장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보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 그 동안 강세를 보이던 개별종목이 쉬고 한 동안 소외됐던 대형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주식시장은 PER 9배로 저평가돼 있다. 옛날엔 대형주가 고평가됐고 개별종목이 저평가됐는데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지금 삼성전자의 PER가 7배이고, 현대차가 7배, 현대모비스가 9배이다. 은행주는 PBR가 0.5~0.6배에 불과하다. 그 동안 개별종목 장세가 진행되는 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저평가된 우리나라의 대형 우량주가 요즘 골고루 오르고 있다. IT나 자동차주 등의 순환매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경제가 좋아지면서 은행주가 올랐고 IT나 헬스케어 등 저평가 우량주가 회복됐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주 전문 애널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지금은 가치주가 바뀌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는 중소형주에 기회가 있었으나 지금은 반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 가치주는 대형주다. 대형주 약세가 해소돼야 중소형주가 오를 수 있다.”
다만 IT주의 향방은 삼성전자를 보라고 했다. “IT주는 지금 삼성전자에 묶여 있다. 삼성전자가 10배가 돼야 부품주도 좋아진다. 당연히 삼성전자가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장기투자에 유망한 종목이 있을지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소비관련주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도 좋게 보지만 지금 글로벌 메가트렌드는 중국 소비시장이나 아시아 소비시장의 성장이다. 중국과 아시아 소비 증가의 수혜주와 관련 1등주가 좋다. 한국이나 중국의 대표적 소비 관련주에 장기 투자하는 게 유망하다.”
조용준 전무는
지난 2006년부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다가 올해 하나대투증권으로 옮겨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는 가치투자와 중국시장 전문가다. 2004년 현대중공업 등 조선주 강세를 예고해 최고 애널리스트로 각광을 받았다. <한국에서 부자되기-가치투자가 최고다(2007)>, <개미들을 위한 워런버핏 따라하기(2010)>, <10년의 선택, 중국에 투자하라(2013)> 등의 책을 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