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조8844억원이었던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해는 8조6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881억원에 불과했던 LG전자의 영업이익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해는 1조4000억원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CJ나 네이버의 영업이익도 2010년 이후 한 해도 후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게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우량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한국의 우량기업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산업재·에너지부문 여전히 부진
지난 2분기말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01곳의 영업이익은 29조187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6% 상승했으며 매출(472조3073억원)과 순이익(18조4337억원)도 각각 2.8%와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에 △급속한 엔화 약세(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주들의 부진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변경에 의한 대형주 수급 불안 △글로벌 경기침체 △남북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여러 악재들이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이 상당히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분기에도 이 추세는 이어질 것 같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곳 이상이 밝힌 3분기 유가증권 및 코스닥 주요 상장사 129곳의 영업이익 합은 34조679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30조2449억원)보다 14.7%, 올해 2분기(28조9152억원)보다 19.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의 순이익 총합도 27조6792억원으로 전년도 3분기(25조417억원)보다 8.9%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당장 큰 이변이 없는 한 3분기에도 상장사들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 당장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훼손될만한 이슈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악재들은 이미 완전히 사라졌거나 해소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출구전략으로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 증시 급락 및 미국과 유럽 연합군의 시리아 공습 여부 정도가 국내 증시에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2분기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줬던 환율, 수급 변수에 비해 타격이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2분기에 좋은 실적을 냈던 종목들이 대부분 3분기에도 좋은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현대차로 대표되는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소위 ‘전·차(電·車)’와 통신서비스 업종은 3분기에도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반면 금융, 산업재, 에너지 섹터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 스마트폰 3분기 판매 8천만대 넘어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국내 상장사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됐다. 삼성전자는 이미 2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9조5307억원에 머물러 한동안 주가가 약세에 빠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측한 삼성전자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평균은 각각 60조1358억원과 10조275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15.3%와 28.6% 늘어난 것이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스마트폰 사업 부문이 정체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반도체 중심의 부품부문 이익 개선에 힘입어 무난하게 분기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다양한 스마트폰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갤럭시 S4 외에 다른 제품들의 이익률도 낮지 않다”며 “삼성전자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8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IT업종에서는 작년 3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로 올라선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36.4%나 급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노조 파업 이슈가 걸림돌로 남아있지만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3인방’의 3분기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6%와 12.1% 늘어난 2조1003억원과 898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도 8.2% 증가한 6953억원이 예상됐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모델(신형 제네시스, 쏘나타) 효과가 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판매와 미국 산업수요가 강한만큼 실적과 주가의 동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1~8월 미국 자동차 산업수요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한 1064만대를 기록하는 등 미국시장 강세로 현대·기아차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5%를 기록했다는 점은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상반기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히던 환율이 이제 안정세를 찾았기 때문에 3분기에는 판매물량 증가가 확실시되는 IT와 자동차 업종이 가장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주 고공행진중
내수주 중에서는 상반기에 훨훨 날았던 통신주들의 힘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통신사들에 대해 보조금 관행을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혔던 ‘보조금 경쟁 위험’이 해소됐고 마케팅·광고비 절감으로 이익이 개선되면서 통신주들은 올해 ‘고공행진’중이다. 덕분에 SK텔레콤 주가는 연초 이후 43%, LG유플러스는 64% 급등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통신서비스 업종에 속한 3개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 합이 1조1627억원으로 전년 3분기(8164억원)보다 4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까지 잘나갔던 SK텔레콤(3분기 추정 영업이익 5843억원·작년 3분기 대비 94.3% 증가)과 LG유플러스(1772억원·흑자전환)는 하반기에도 실적 호전이 예상된다. 롱텀에볼루션(LTE) 경매에서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D2대역을 확보한 KT는 당장 3분기에 이익이 급증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일단 장기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