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줄 모르던 주택시장이 정부가 8·28전월세 대책을 내놓은 뒤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번 대책의 핵심 법안은 취득세 전격 인하다.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율이 현행 2%에서 1%로 낮추고,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은 현행대로 2%를 유지한다.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현행 4%에서 3%로 내리며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 과세는 전격 폐지된다.
주택 매입을 가로막던 세금 장벽이 다소 낮아지게 돼 매수심리는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6월 말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 이후 시장이 ‘거래절벽’ 상태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효과를 봤다.
취득세 인하뿐 아니라 손익·수익 공유형 모기지 등 주택 매입을 지원하는 다양한 대책이 맞물리며 전세 대란을 겪고 있는 임대 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대다수 실수요자들의 주요 매수 타깃인 6억원 이하 주택이 훈풍을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영구인하의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선 이번 9월 국회에서 빠르게 법안을 처리해 본격적인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역차별 논란이 있는 6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세율 인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택 구입 여력은 있지만 전세귀족으로 살고 있는 강남권 수요를 매매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취득세 실제로 얼마나 줄었나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되살린 일등 공신은 6억원 이하 주택이다. 농특세와 지방교육세를 포함해 실제로 3억원짜리 전용 85㎡ 이하 주택을 매입해 1주택자가 되는 경우 내야 할 취득세는 330만원(취득세율 1.1%)이다. 현행 660만원(2.2%)에 비해 절반으로 세 부담이 줄었다.
전용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해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엔 현행보다 75%나 세금이 줄어든다. 기존 1320만원(4.4%)이던 세금이 990만원 줄어든 330만원(1.1%)이 된다.
반면 전용 85㎡ 이하 9억원 아파트를 매입해 1주택이 되는 경우는 현행과 똑같이 총 2.2% 세율을 적용받아 1980만원을 내야한다. 매수심리 진작을 위해 올해 상반기 한시감면 세율(1.1%)을 적용받아 990만원을 낸 것에 비하면 부담이 배로 늘었다. 한시감면 당시엔 집값이 9억원을 넘어야 적용하던 2% 세율을 개정안에서는 6억원만 넘으면 부과하기 때문이다.
9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주택은 현행 취득세보다는 부담이 줄었지만 올 초 한시감면 때보다는 1000만~1500만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기존에 4400만원이던 취득세가 3300만원으로 1100만원가량 줄어든다. 적용되는 세율은 4.4%에서 3.3%로 1.1% 감소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6월말까지 적용되던 한시감면 취득세가 2200만원(2.2%)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세금은 1100만원 올랐다.
시장 반응 ‘일단 긍정적’
시장에선 집값이 오르고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등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 감지된다. 주로 취득세 인하 혜택을 많이 본 서울 강북권·수도권 일대 6억원 이하 주택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매수자들은 매물 찾기에 한창이다. 일선 중개업소들에는 ‘나올 대책은 다 나온 것 같은데 매수 타이밍이 언제가 좋겠느냐’는 문의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집주인들은 달라진 분위기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SK아파트는 2억6000만원 선에 나왔던 전용 59㎡ 급매물이 모두 거래되며 호가가 1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청구아파트 전용 59㎡도 3억6000만원이던 호가가 3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서울 잠실동 정문부동산 관계자는 “전용 60㎡ 안팎 소형 아파트는 매물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집값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좀 더 기다렸다 팔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통계를 들여다봐도 같은 분위기가 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4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4·1 대책 효과가 꺼져가던 지난 5월 초 이후 무려 3개월 만의 반등이다.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서울 주택사업환경지수 9월 전망치는 59.5로 8월 전망치 대비 25.8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은 52.7로 전월 대비 31.8포인트, 지방은 87.1로 25.7포인트 각각 올라 지난해 7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빠른 시행 절실… 취득세율도 더 낮춰야
전문가들은 시장에 변화가 있을 때 빠르게 정책 시행까지 마쳐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발표된 정책이 국회에 오랫동안 묶일 경우 살아난 매수 심리에 되레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될 것처럼 논의하다가 법안 처리에 실패한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안은 결국 1기 신도시 일대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다”며 “정부가 제시한 주요 법안들이 빠르게 시행돼야 수요자들의 혼란이 줄어들고 향후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취득세 개정안에 따라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6억~12억원 구간에 대해 더 적극적인 취득세율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경기의 핵심지역인 강남권 시장에 불을 지피려면 전 구간 세금 인하를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4·1대책 양도세 감면 혜택에서도 정치적 이유로 당초 9억원 이하에서 6억원으로 기준을 낮췄는데 원안에 대한 시장의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 대책 역시 거래시장 활성화 목적을 위해선 좀 더 적극적인 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