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단지가 내년 말에 이주를 시작하면 투자시점을 놓쳐버려요, 투자하려면 오는 연말 연초에는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강남권 부동산컨설팅사 관계자)
정부의 8·28전월세대책을 전후해 부동산시장에 바닥론이 퍼지고 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비인기 지역인 서울 서남권과 동북권의 중소형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은 8월말과 9월초 각각 0.03%, 0.02% 상승하며 가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최근 매매가 상승의 시초와 주역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다. 특히 강남구와 송파구의 랜드마크 단지인 개포주공아파트 재건축단지와 잠실주공5단지는 8월부터 최대 1억원 이상 상승하며 훈풍을 이끌어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상승으로 재건축단지의 하방지지선마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다시 하락하더라도 올 연초 수준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연초 9억원 초반까지 빠졌던 잠실주공5단지 매매가가 최근 10억 5000만원 이상대에서 등락하고 있다”며 “개포단지도 6억원 중반 이상에서 움직이며 하방지지선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 단지들은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내년이면 이주를 앞두고 있어 투자 결정을 빨리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두 단지는 최근 올해 최고가를 경신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 점과 최근 부동산 대책이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5㎡는 10억80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4·1대책 당시 10억4000만원에서 다시 9억5000만원대로 곤두박질친 뒤 4개월 만의 급반등이다. 최근 이 단지는 한 달 새 1억원 이상 폭등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최고점 이후 10억6000만~10억7000만원의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주공재건축 단지도 호가가 올해 최고점을 찍었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42㎡는 올해 초 6억3000만원 안팎에서 4·1대책 이후 6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취득세 감면 일몰과 함께 6억원까지 떨어졌던 매매가는 최근 6억7000만원의 거래가를 기록한 뒤 현재 6억8000만~6억9000만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정보에 따르면 이들 두 단지의 이전 최고매매가는 아직 1억원 이상이 남은 상태다. 지난 2006년 12월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는 13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며, 개포주공1단지 42㎡는 2010년 2월 8억4500만원에 매매된 바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최근 많이 올랐지만 사업 속도를 감안하면 최고점 대비 1억~2억원가량 모자란 상태”라며 “충분히 추가적인 가격상승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컨설팅사 관계자는 “잠실주공은 최초의 50층 재건축 아파트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개포주공 일대는 새 아파트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두 단지 모두 2016~2017년께에는 강남 부촌아파트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 두 단지는 각각 재건축추진위원장과 조합장을 새로 선출하면서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내년 말까지 이주를 전제로 한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구청에 하지 않을 경우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이 면제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연말까지 조합설립과 내년 중순 사업시행인가, 연말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예상 스케줄”이라며 “사업단계마다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 내다봤다.
개포주공 일대 5개단지는 4개단지가 조합설립인가 상태로 최근 무더기 건축심의신청으로 조만간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사업이 가장 느렸던 주공 4단지는 10월 13일 조합설립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있다.
주공1~4단지와 시영아파트 등 개포지구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총 1만2410가구에 달한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1만5436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로 재탄생한다. 일반분양 물량만 1730가구가 나올 예정으로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시공사도 현대건설·삼성물산·GS건설·현대산업개발 등 메이저 업체들로 선정돼 있어 아파트 브랜드 가치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강남에 대단지 새 아파트 효과로 반포일대나 개포주공, 잠실주공5단지 등은 향후 가치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부동산침체 탓에 저평가돼 있지만 수천가구의 랜드마크 단지로 완성될 시점에는 다른 평가를 받을 것”이라 말했다.
강남 핵심단지에 더해 준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최근 힘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과천시 일대는 최근 연이어 시공사 선정에 성공하면서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 과천주공 2단지는 지난 7월 SK·롯데건설을, 6월에는 7-1단지가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강동구 최대 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은 연초 서울시로부터 부분종상향에 성공해 사업성을 크게 늘린 바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사업시행인가를 앞두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준강남권도 최근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수요까지 살아나면서 투자가치가 높다는 시각이다. 사업 성공시 대형 신규아파트 공급으로 지역가치도 상승할 전망이다.
과천시 보석부동산 관계자는 “세종시 건립으로 옛 과천청사의 수요가 줄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위사업청,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새로 입주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덩달아 재건축도 원활해지면서 투자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청담역지점장은 “둔촌주공은 인근에 동북ㆍ보성고 등 학군수요가 풍부하고 서울 강남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향후 지역 랜드마크 아파트로서도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