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에서도 사모형이 대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ELS 발행금액은 36조78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65%인 23조2532억원이 사모형태로 발행됐다. 발행 건수에서도 사모형이 8389건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공모 ELS에 비해 사모형은 투자 손실 구간이나 상승폭, 상환기간 등을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허윤석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부장은 “지수형 ELS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의 두 배에 달하는 연 7%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사모 형태로 판매되는 국내 우량은행이 발행한 해외발행 후순위채도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설명했다.
서울 반포동에 거주하는 김영호(63·가명) 씨는 지난 8월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5억원 가운데 2억원을 증권사 PB센터에서 판매하는 사모펀드에 넣었다.
이 사모펀드는 평소에 우량주 중심으로 주식투자를 하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 선물 매도를 통해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주식 ‘롱(매수)-숏(매도)’ 형태가 기본인 헤지펀드 스타일의 운용방식이다. 현재 김영호 씨의 수익률은 연환산으로 8%가 넘는다. 지난번 받았던 정기예금 이자율 연 3.8%의 두 배가 넘는 수익이다.
김영호 씨는 “주변에 한국형 헤지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연 8~9%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비슷한 상품이 없는지 PB센터에 문의했다”며 “헤지펀드의 경우 최소 투자 금액이 5억원 이상이고 성과보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사모펀드는 유사한 수익률을 내면서 이런 부담까지 적어 선뜻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슈퍼리치들이 사모펀드를 선호하는 것은 원하는 대로 맞춤형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모펀드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반면 사모펀드는 주로 은행·증권사 PB센터에서 거액자산가들을 상대로 투자자를 찾는다. 금융감독원이 상품을 승인하는 공모펀드는 일정한 투자 규칙을 따라야 하는 반면 상품 승인이 불필요한 사모펀드는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투자자가 49인 이하의 소수로 구성되는 것도 향후 펀드 청산 등에 있어서 장점이 된다.
박경희 삼성증권 UHNW사업부 상무는 “정기예금 플러스알파의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들 상당수가 맞춤형 사모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파생 상품을 최대한 활용해 위험을 줄이면서도 수익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올 들어 최근까지 새롭게 설정된 사모펀드는 3807건으로 공모펀드 417건의 9배에 달한다. 새롭게 시장에 선보이는 펀드 10개 중 9개가 사모펀드라는 얘기다.
사모펀드는 유형면에서도 다양하다. 단순한 주식형과 혼합형 채권형을 넘어서 국내외 부동산과 원자재, 해외차익거래 등에 투자하는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유전펀드와 자원펀드 등 대부분이 사모형에서 출발했다.
최근 PB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헤지펀드형 사모펀드다. 헤지펀드 스타일로 운용을 하면서 헤지펀드가 가진 규제의 상당부분이 제거됐다는 평가다.
삼성증권뿐 아니라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PB센터를 가진 상당수 증권사들이 유사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허윤석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부장은 “1년 전 한국형 헤지펀드가 첫선을 보였을 때 반신반의했던 슈퍼리치들이 최근 좋은 성적을 낸 헤지펀드가 몇 개 나오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서도 사모형이 대세다. 올 들어 발행된 ELS의 경우 발행건수나 금액 등에서 60% 이상이 모두 사모형이다. 올해 인기 있는 사모형 ELS의 상당수는 코스피200이나 S&P500 등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3년 전 판매한 종목형 ELS 상품이 대부분 손실 났기 때문에 지수형이 대세인 셈이다. PB센터 등에서 판매하는 사모형 ELS는 공모형과 달리 슈퍼리치가 원하는 형태로 설계가 가능하다. 고위험-고수익 또는 중위험-중수익 등 원하는 형태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모펀드가 인기라고 해서 반드시 수익률이 좋거나 내용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공모펀드는 공시를 통해 펀드와 관련된 사항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지만 사모펀드는 공시 의무가 없다. 펀드 관련 내용은 PB센터나 증권사 창구 등에 문의할 수밖에 없다. 또 일정기간 환매가 금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할 경우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사모펀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운용을 담당한 자산운용사가 최고의 펀드매니저를 배치해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의외로 수익률이 나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ey point
사모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올 들어 최근까지 새롭게 설정된 사모펀드는 3807건으로 공모펀드 417건의 9배에 달한다. 새롭게 시장에 선보이는 펀드 10개 중 9개가 사모펀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