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입주가 시작된 용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전용 171㎡형을 분양받았다. 요즘처럼 중소형 아파트 열풍이 부는 때 그가 쓸모없는 대형을 사들인 것은 외국인 임대수요 때문이다. A씨는 이 아파트를 한 외국계 기업의 지사장에게 세를 줬다. 월세는 매달 1000만원으로 2년 치 월세 2억4000만원을 선불로 받았다. 연 임대수익률은 8~9% 수준으로 요즘 은행에서 주는 저축성 예금금리의 3배 가까이 되는 수익률이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이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로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2008년 89만1341명에서 작년 140만9677명으로 1.58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외국계 기업이나 사무국들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향후 외국인 거주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부동산 임대의 경우 체감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로 외국계 기업 직원이나 대사관 직원 등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기업에서 월세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이다.
게다가 보증금 필요 없이 1~2년 치 월세를 미리 받는 이른바 ‘깔세’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되돌려 줄 보증금 걱정 없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외국인 임대 수요가 많은 곳은 용산이다. 국제학교와 각국 대사관, 외국계 기업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외국인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고급 주상복합도 몰려 있는데다 용산가족공원과 이촌한강공원 등 녹지공간도 있다.
용산에 위치한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용산 시티파크와 파크타워 펜트하우스의 경우 월세시세가 15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며 “임대의 경우 85㎡ 이하는 거의 물량이 없고 85㎡ 이상은 90% 이상 외국인들에게 임대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이 분양 중이다. 국제빌딩 주변 제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조합 보유분 오피스텔과 아파트 물량에 대해 선임대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용산구 한강로2가 342번지 용산전면 제3구역에 194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주상복합은 전용 141~242㎡로 194가구 중 140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현재 분양 시기는 미정이다.
용산 외에 눈여겨 볼 곳은 인천 송도다. 외국인 임대 수요가 탄탄한 지역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송도의 경우 현재 거주하는 외국인이 약 1000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성공으로 2020년이 되면 GCF 사무국 직원과 유관기관 직원, 가족 등을 포함해 최대 8000명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등 외국인 학교가 몰려 있기 때문에 외국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거 여건도 송도의 외국인 임대사업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미국의 센트럴파크를 옮겨 놓은 듯한 송도 센트럴공원과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 등이 외국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란 평가다.
대우건설은 3월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IBD) G1-2블록에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시티’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체 1140실 규모의 대단지로 GCF 사무국이 입주할 아이타워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위치해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임차인 확보에 용이하도록 전용 30㎡ 이하 소형이 90% 이상 배치될 계획이며 인근에 인천아트센터 및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라 주거·문화·편의시설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포스코건설이 송도국제업무지구 F21·22·23-1블록에 공급 중인 ‘송도 더샵 마스터뷰’는 조망권과 신축 아파트라는 외국인 수요의 특징에 맞는 단지다. 세계 골프의 거장 잭 니클라우스가 직접 설계한 골프장이 단지 1㎞ 이내 거리에 위치해 있어 골프장 너머 서해까지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조망을 자랑한다. 대우건설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190-2번지에 위치한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45층으로 전용 84~221㎡ 아파트 1703가구와 오피스텔 606실로 구성됐다.
단지 인근에 뉴욕주립대, 연세대 국제캠퍼스, 조지메이슨대학교 등 외국인 학교가 몰려 있어 외국인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 현재 ‘프리리빙제’를 실시하고 있어 총 분양가의 20%만 내면 2년간 거주가 가능하다. 입주는 오는 10월 예정이다.
좋은 입지를 고르면 향후 경기에 따라 좌우될 아파트 가치 하락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외국인 임대용으로 투자한다고 해도 오히려 투자가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월세 수입이 아무리 많아도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1년간 가격이 1억~2억원이 내려가 버린다면 사실상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어 월세 수입에만 신경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에 녹지공간이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하며 외국인들의 선호지역과 취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 외국인들의 경우 강남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용산의 경우 용산 미군기지가 경기도 평택으로 넘어가면서 임대수요도 줄고 깔세 수익률도 낮아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대형평형에 대한 선호도 이전보다 엷어지는 추세라 무조건 대형만 선호하는 것은 금물이다.
Key point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2008년 89만1341명에서 작년 140만9677명으로 1.58배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