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금융권의 거센 바람몰이에 힘입어 100세 시대 노후대비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퇴직연금제도가 변혁기에 들어섰다.
7월 26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금융권은 퇴직연금시장 판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은 올 4월 기준 총 52조원 규모로 1년 만에 20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될 정도로 급격히 팽창했다. 자금이 몰리다 보니 여러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져 과당경쟁으로 인한 역마진 현상이 일어나는 한편 대기업들의 계열사 밀어주기 등 ‘성장통’을 앓기도 했다. 특히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많은 자산을 운용하는 메이저 은행들의 확정기여형(DC형) 비원리금보장상품의 올 2분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안정성이 우선인 퇴직연금의 불안한 운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NH농협은행 안정적인 운용으로 수익률 으뜸
퇴직연금의 불안한 운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커지는 가운데 NH농협은행은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둬 주목받고 있다.
허승택 NH농협은행 퇴직연금부장은 “NH농협은행은 2007년 1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의 5년간 누적 수익률(2007년 1분기~2011년 4분기)이 26.89%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며 “올해뿐 아니라 작년 역시 1위를 기록해 2년 연속 선두를 기록했다. 이는 장기적인 퇴직연금운용에 있어서 분명한 강점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결과”라고 밝혔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일반 퇴직금처럼 회사가 운영하다 퇴직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 확정금리형(DB), 회사가 매년·매월·매분기 단위로 금액을 정산해 금융기관에 납부하면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 확정기여형(DC)이다. 마지막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은 퇴직연금이 도입되지 않은 회사에 다니거나 이직으로 퇴직연금을 중간정산한 사람이 가입하는 퇴직연금이다. 이는 확정기여형과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52조4537억원 중 DB형에는 73.4%(38조5494억원)이, DC형엔 17.4%(9조1014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에는 8%(4조 2060억)의 적립금이 분포돼 있다.
현재까지 가입률이 높은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DB형에 많은 자금이 몰려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DB형은 98%가량이 원리금보장상품에 몰려있다. 그러나 최근 정기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근로자들과 중소기업들이 퇴직연금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DC형의 시장점유율도 확대되고 있다.
허 부장은 “대다수 자금이 분포돼 있는 DB형은 거의 대부분 정기예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퇴직연금 초창기 인지라 안정성을 중요시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라며 “정기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재의 수익률로는 장기적인 노후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늘어나며 DC형에 적립금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고 안정적인 운용능력을 검증받은 NH농협은행에 많은 고객들이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NH농협은해의 올 6월 말 기준 퇴직연금 실적은 2조177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6%가량인 1967억원이 증가했으며 올해 말까지 규모가 3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혁기 맞은 퇴직연금시장 ‘2차 대전’ 서막
현재까지 퇴직연금시장의 성장은 대기업들이 이끌어 왔다. 국내 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체의 90%가량이 가입을 완료했다. 그러나 전체 기업체를 중심으로 보면 퇴직연금 가입 기업은 10%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의 가입 루트 역시 기존 거래관계에 있거나 계열 금융사에 몰아주는 형식이었다.
올 5월 기준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 실적은 7조572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다수의 기업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4조7970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다. 또한 삼성화재와 현대자동차 계열의 HMC투자증권은 각각 1조6721억원, 3조3324억원으로 보험과 증권 권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기업 가입이 대부분 완료되고 개정 근퇴법 시행을 기점으로 퇴직연금시장에도 변혁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 부장은 “이번 개편을 계기로 퇴직연금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특히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도입으로 개인퇴직연금시장의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진입이 본격화되고 새롭게 도입된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으로 업계는 이전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허 부장은 “지금까지 퇴직연금 시장의 1차 도매전쟁이었다면 개정 근퇴법 시행을 기점으로 중소 소매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2차 대전의 막이 올랐다”며 “결국 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나은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허 부장은 국내 최대 지점망을 갖춘 NH농협은행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 자신했다.
비 재무부문 영역확장 ‘은퇴, NH농협에 물어봐’
“개정 근퇴법 시행을 대비한 상품개발 및 각종 제도개편 준비를 마쳤다. 또한 타 금융기관에 비해 농협은 많은 점포수를 바탕으로 근접성과 편의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에 더해 중·고령대 고객들에게 오랫동안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던 만큼 차별화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퇴직연금가입자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 3월 은퇴연구소를 출범시켰다. 퇴직연금 고객에게 농협만의 특화된 은퇴설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허 부장은 “이제 은퇴설계는 만족할 만한 연금 수령을 위한 단순한 자산관리를 넘어 제2의 꿈을 꾸고 도약하기 위한 자기계발과 정서적, 육체적 체력을 기르는 과정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객들의 실질적인 노후가치 증진을 위해 재무·비재무적인 서비스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은퇴연구소의 설립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에 더해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가 가진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계획도 털어놨다.
“은퇴 후 전원생활이나 귀농에 대해 관심을 가진 고객들이 많다. 지주 인프라를 통해 은퇴자금에 따라 귀농, 귀촌 형태와 지역별 소요자금을 분석해 제시하는 것은 물론 농촌지역 창업이나 재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다.”
NH농협은행은 은퇴연구소 설립 외에도 ‘은퇴설계 카운셀러 클럽’을 창설하며 본격적인 고객잡기에 나섰다. 은퇴설계 가운셀러 클럽은 공인은퇴설계전문가(ARPS), CFP, AFPK, NH퇴직연금 전문가 과정 수료자 등 퇴직연금 및 은퇴설계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250여명으로 구성된 전국단위의 은퇴설계 전문가 조직이라는 것이 NH농협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퇴직연금 가입자 및 가입대상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 및 비재무 은퇴설계와 교육, 컨설팅의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