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투자자들의 ‘엘도라도’로 꼽혔던 중국. 중국은 세계 각국의 투자 자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고속성장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부동산을 비롯해 물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주요 국가와는 달리 과열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2010년부터 중국은 물가 안정과 구조조정, 민생 보장을 내세워 긴축을 경제정책 운용의 화두로 내걸고,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수행해 왔다. 1989년 있었던 중국 톈안먼 사태의 근본적 배경도 물가 급등에 따른 서민경제 파탄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의 긴축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에는 약이 됐다. 물가 급등 추세가 마무리되고 부동산시장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20% 내외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는 어느 정도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연말로 올수록 상황이 달라졌다. 긴축 효과가 발생하면서 과열을 걱정하던 중국 경제가 급작스럽게 둔화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지역의 재정위기 장기화와 미국 경기 둔화에 직면하면서, 이들 시장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도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년여 동안 지속했던 긴축 카드를 접고 다시 성장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2년 동안 올리기만 했던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섰고, 2012년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2012년 경제 목표는 안정을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못 박아 긴축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 긴축에 ‘죽 쓴’ 중국펀드
중국 정부의 긴축 노력에 중국 경제의 체력이 강해진 건 맞지만, 중국 시장에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근 2년 동안 중국 본토와 홍콩 H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무려 -17.3%.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15.5%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펀드는 지난 2년간 투자 상품으로는 최악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기간 북미지역 펀드는 12%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일본펀드 역시 중국펀드보다는 손실이 훨씬 적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투자자들이 느낀 실망감도 컸다. 2007년 중국 주식시장 고점 시기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50% 이상의 원금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본토와 홍콩 주식시장에 투자한 중국 관련 자금은 15조원 수준.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액 32조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 중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15조원도 그나마 2007년과 비교해 보면 30%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2007년 한때 중국펀드에는 무려 23조원이 넘는 금액이 몰렸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이 대세 하락 국면을 보이면서 조금씩 유출되기 시작해 현재 15조원까지 줄어든 셈이다. 윤항기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 팀장은 “다른 선진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은 중국 투자 비중이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일종의 중국펀드 쏠림 현상이 있었던 셈”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의 긴축 외에 중국 주식시장이 부진했던 요인으로는 주요 상장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꼽힌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둔화를 계기로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반면,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겹치면서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됐다. 가격 인상 요인이 많았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한 만큼 수익 감소가 컸다. 중국 관영 증권보는 “중국 상장사의 70% 가까이가 2011년에 이익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펀드 환매 나설까? No
오랜 기간 수익률 부진 현상에 시달리면서, 이제 중국 펀드 투자자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 그렇다면 중국펀드 투자자들은 이쯤에서 희망을 접어야 하는 걸까?
일단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유지해 온 중국펀드를 현 시점에서 섣불리 환매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중국 주식시장이 역사적 저점에 도달해 있는데다 자칫 현 시점의 환매가 저점 매도라는 악수를 둘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거시적인 경제 환경과 기업의 수익이라는 미시적인 요인, 모든 측면에서 현 시점의 환매가 장고 끝에 나오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 이사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인해 중국 주식시장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역으로 경착륙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카드가 빨리 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주식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계속 이어오면서, 중국 상하이지수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은 이미 역사적 저점에 형성돼 있다. 중국 중항증권의 시장분석 보고서를 보면, 상하이 주식시장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9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는 2005년 중국 상하이지수가 1000선에 머물렀을 때 당시 기록했던 PER 15.3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12.8배 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2007년 중국 증시 호황 당시의 27배와 비교하면, 이미 중국 증시는 3분의 1 토막(33%)이 난 셈이다. 또 중국 증시의 PER 9배는 한국 주식시장의 최근 PER 9.8배 수준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는 GDP 8%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주식시장이 3%대 성장을 하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 동안 중국 주식시장의 PER 배율은 항상 한국 주식시장보다 높게 형성돼 있었다”며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낮아진 현시점은 인내의 시기에 불과하다”고 조언한다. 마이너스 수익률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있지만, 이 같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펀드 볕 들 날 온다? Yes
그렇다면 새해 중국펀드 전망은 어떨까? 일단 전문가들은 중국 주식시장의 가격 메리트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중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상하이 종합지수는 14일 기준, 2228까지 떨어지며 2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코스피가 유럽 재정위기를 이유로 20% 급락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약세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고,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같은 측면에서 3년여 동안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2012년에는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둔화와 같은 외부 여건의 악화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만, 현 시점에서 중국 증시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보다는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긴축에서 벗어나 경기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기로 한 것도 호재다. 리총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CIO는 “이미 지난 11월 말 단행된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가 긴축 완화의 신호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3년 만에 이뤄진 지준율 인하가 결국은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2012년은 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예정돼 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이 5년 임기, 두 번에 걸친 주석직을 마무리하고 시진핑이 차세대 지도자로 공식 등장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을 쏟아냈다. 전임자가 후임자를 위해 어느 정도 ‘총대’를 매는 긴축을 시행한 이후 후임자가 본격적인 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식이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1분기에 저점을 형성한 후 2분기를 기점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이사는 “3분기에 세대교체가 예정돼 있는 만큼, 2012년 연말로 갈수록 시장의 분위기는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 역시 “중국 정부가 물가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주식시장을 짓누른 악재가 사라졌다고 본다”며 “현재 지수대를 기준으로 20% 정도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패트릭 호 BNP파리바 아시아총괄 리서치 헤드는 조금 더 낙관적이다. 그는 홍콩 H시장과 상하이 시장 모두 20~30% 정도의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식시장의 등락은 하느님도 모른다지만, 적어도 중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흑룡(黑龍)의 해’ 2012년에는 중국 증시의 반등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