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내수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큰 폭으로 떨어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과 달리 음식료·섬유 업종과 같은 내수주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하반기 음식료 업종 전망은 긍정적이다. 그 이유는 우선 국제곡물가격에서 찾을 수 있다. 2월에 고점을 찍은 곡물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점차 안정될 전망이다. 2분기 가격인상 효과 기대된다. 주가 측면에서 살펴봐도 매력적이다. 음식료 업체 주가는 역사적 저평가 상태로 투자가치가 높다. 게다가 음식료주는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나 경기침체기에는 필수소비재로서의 시장대비 상대적 안정성이 부각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곡물재료비가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게 된다. 국제곡물선물가격이 연말까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곡물 작황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으며, 투기 세력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ONI(Oceanic Nino Index)지표로 확인된다. ONI는 NOAA(National Oceanic Atmospheric Administration)가 매월 발표하는 지표로 엘니뇨와 라니냐 등 기상이변을 나타내는 잣대로 쓰인다. NOAA는 ONI가 2012년 초까지 ‘중립(-0.5°C 이상, +0.5°C 이하)’ 상태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향후 기상이변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얘기다.
곡물시장 투기세력 감소
보통 곡물생산이 줄어들면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투기세력이 기승을 부린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ONI가 0°C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던 7월 곡물시장의 투기세력 비중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ONI가 중립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투기세력에 의한 곡물가격 거품도 줄어들 수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 2월 고점 이후 원당을 중심으로 안정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 4분기 곡물지수는 1분기보다 11.6% 떨어지고, 내년엔 올해보다 8.8%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제품가격이 오르고 있는 부분도 긍정적이다. 가격인상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2년동안 제품가격은 물가 안정을 위해 인상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단계적으로 제품가격들이 오르고 있다. 대부분 음식료업체가 과거 2년간 곡물가격 상승 부담으로 실적이 악화돼 더 이상 내부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곡물 재료비가 하락하는 시기에 제품가격이 올라가게 된 셈이다. 지난해 곡물가격 상승과 제품가격 인상 억제 환경이 올해 들어 긍정적으로 역전된 셈이다. 설탕가격은 3월에 9.8%, 밀가루가격은 4월에 8.6% 인상 됐다. 스낵, 비스킷가격은 5월에 6.9~8%, 음료가격도 2분기에 일부 인상되었다. 잇따른 제품가격 인상으로 하반기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셋째, 음식료주는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을 수 있다. 국가별 식품업종의 각 시장대비 상대 PER(주가수익비율)을 살펴보면 국내 음식료 업체들은 과거에도, 그리고 최근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음식료업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한데 따른 부작용이다. 앞으로는 가격 결정력이 회복돼 저평가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경기침체기에 들어서거나 최근처럼 변동성이 높아지게 되면 음식료 업체들의 안정성이 돋보이게 된다. 음식료 업체들은 필수소비재로서 시장대비 상대적 안정성이 부각된다. 다행히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글로벌 매크로 악재에 대한 영향은 타 업종대비 적다.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환율변동성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강세는 음식료 업체에게 유리하다.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적겠지만, 음식료 업체들은 그로 인한 환율 변동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환 헷지나 원재료 구입처 다변화 등의 방법으로 위험부담을 낮추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환율에 대한 의존성도 장기적으로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종 내에서 CJ제일제당(목표주가 35만2000원)과 KT&G(목표주가 7만8000원)를 추천한다. CJ제일제당은 중국 사료시장 성장에 힘입은 바이오 시장이 떠오르면서 연결 순이익이 연평균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1년 회계연도 기준 PER이 11배에 불과하다. 높은 성장성이 미반영 됐다.
CJ제일제당의 국외 바이오사업은 국내 소재식품 못지않은 캐시카우이자 미래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향후 3년간 바이오법인의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19.8%, 32.0%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축산업의 고도화로 사료용 바이오 제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게 된다. 또한 이 분야에서 CJ제일제당의 시장지위는 계속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균주 수율과 증설 효과를 바탕으로 2013년에는 핵산 이외에 라이신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시장 지배력 강화는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속적인 수율 개선, 제조비용이 저렴한 입지 경쟁력은 경쟁사 대비 우수한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는 근거다.
KT&G는 경쟁사의 가격 인상으로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2분기 KT&G의 국내 점유율은 경쟁사의 가격 인상(소비자가격 갑당 200원 인상)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 58.8%와 지난 분기 58.0% 보다 높은 59.8%를 기록했다. BAT와 JT 외에 PM 또한 가격을 올린다면 KT&G 점유율은 현재 수준에서 더 올라갈 수 있다. 높아진 시장점유율이 정착된다면 즉, 점유율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경우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갑당 ASP가 10원 인상되면 연결 영업이익은 기존보다 2.3% 상승할 정도다. 가격 인상은 최대 기업가치 상승 요인이라 할 수 있다. KT&G는 2002년 이후 기존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외국산 제품대비 저가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어 브랜드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할 때 가격 인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관세(ASP) 상승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2011년 회계연도 기준 PER은 9배로 글로벌 PER 대비 40% 낮은 상태다.
[이경주 /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kjlee@tru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