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부터 고객들로 북적인다. 내부로 들어가면 벽마다 고풍스럽게 전시된 서양화들이 눈길을 끈다. 고즈넉하니 전시된 그림들과 비교해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진지하고 힘차다. PB들은 고객들을 상대로 열띤 상담을 하고 고객들은 저마다 진지한 눈빛으로 경청하고 있다.
올 4월 오픈한 기업은행 중계동 PB센터 WIN CLASS의 전경이다. 기업은행은 작년까지 운영하던 184개 PB전문점을 5개의 전문 PB센터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파격적인 통폐합을 통해 각 PB센터를 특성화시키고 전문성을 더한다는 전략이다. 반포와 도곡에 위치한 센터가 여타 브랜드의 PB센터와 마찬가지로 강남권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다면 시화와 창원센터는 중소기업 CEO를 위해 특성화했다. 마지막으로 노원구에 자리 잡은 중계동 WIN CLASS는 지역적 특성으로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PB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강북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탄생했다.
소외된 강북 자산가를 잡아라
중계동 WIN CLASS의 설립부터 현재의 성공을 진두지휘한 전길구 센터장.
그동안 강북 지역은 PB산업면에서는 불모지라 불릴 만했다. 강남 지역에 밀집돼 있는 것과 상반되게 강북구에는 아직 PB센터가 없고 노원구는 기업은행 중계동 WIN CLASS가 유일하다. 지역적인 이유로 제대로 된 PB서비스를 받지 못해 갈증이 심했던 탓일까? 중계점이 문을 연지 3개월 남짓한 시점에 이미 자산관리규모가 1000억원을 육박한다.
이러한 중계동 WIN CLASS의 설립부터 현재의 성공을 진두지휘한 이는 전길구 센터장이다. PB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 분야에 몸담아 지금은 9년차 베테랑이다. 2004년부터는 해마다 기업은행 PB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강사로 나서고 있으며 강남 지역 PB센터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왔다. 이러한 전 센터장이 올해 초 특별한 도전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 지역에 수준 높은 PB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계지점으로 부임해 온 것이다. 전 센터장은 지점 설립부터 운영에 관한 제반사항에 모두 관여한 것은 물론 고객들과의 다양한 접점을 통해 강북 지역에 온전한 PB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길구 센터장을 만나 센터 운영에 관한 애로 사항과 함께 올 하반기 자산관리 방향성에 대해 들어 보았다.
문을 연지 이제 3개월째인데 강남센터와 어떤 점이 다르나.
강남센터의 고객들은 3~5억원을 PB센터에 맡겨 놓으면 대우받으려는 정서가 있는 반면 이 지역 고객들은 한마디로 소탈하다. 아직 PB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돈을 맡기고도 센터를 아예 찾지 않는 고객들도 있다.
자산 규모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나. 주 타깃은 어떤 층인가.
이쪽 지역에도 상당한 자산가가 있다. 그러나 비율적으로 강남 지역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주 타깃 층은 3억원에서 20억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고객들이고 이러한 고객들이 하나둘 모이면 더욱 자산운용에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소수의 고액자산가를 통해 모인 자금은 한두 고객의 이탈로 자산관리 규모가 크게 변한다. 반면 다수의 고객을 통해 모은 자금은 이러한 변동성에서 보다 자유롭다. 이러한 점이 안정적으로 자산운용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직은 볼모지라 할 수 있는 강북 지역 PB센터에 부임할 당시 걱정은 없었나.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강북에서 PB센터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일차원적 의문에서다. 그러나 기업이고 사람이고 변하기 마련이다. 모험하는 주체가 성공이란 영광을 안을 수 있다. 기업은행이 앞장서서 그러한 혁신적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북에도 분명 부자가 있다. 그러나 지역적 차이로 제대로 된 PB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합당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지역에 규모가 큰 타 은행도 많지만 PB산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그 틈새를 공략하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현재 투자시장을 어떻게 분석하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 3월을 기점으로 주식이 차곡차곡 상승했다. 중간 중간 불안한 시점이 있었지만 그러한 ‘공포의 벽’을 타고 주식은 올라왔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만 봐서는 더 올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전 세계적인 금융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스 사태 이전부터 불안한 점이 많았다. 유럽 발·미국 발 악재가 언제 터질지 모르고 지수에 대한 부담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부동산 역시 만만치 않다. 주거형 부동산은 인구구조에 따른 하락을 감내하고 있고 수익형 부동산도 선택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치밀한 조사와 탐색으로 옥석을 발굴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은 대기성 자금을 늘려나가며 신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 시기다.
투자 자체를 자제해야 하는 시기라는 말인데, 그래도 고객들은 투자할 곳을 찾는다.
그렇다(웃음). 상당 금액은 확정금리상품에 넣거나 대기성 자금으로 남겨두고 일부 위험자산을 공모주 펀드나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모주 펀드 같은 경우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이다. 주식시장 전체의 변동성과 비교해 수익률이 제한적인 만큼 리스크도 그만큼 적다. 이러한 상품과 함께 해외 채권형 펀드에 일부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내 펀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어 채권금리가 떨어질 우려가 있기에 해외 펀드 쪽에 일부를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나머지 많은 비중은 확정금리상품에 안정적으로 넣어 놓거나 대기성 자금으로 남겨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자산관리에 많은 지식을 갖춘 고객들이 늘고 있다. 불편한 점은 없나.
전략회의 중인 PB들과 PB-A들의 모습
투자시장의 메커니즘에 대해 이제는 투자자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PB들이 주체적으로 고객자산을 관리하더라도 투자자 자신의 이해도가 떨어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 약간의 기술적 손실이 났을 때 지식을 갖춘 투자자들은 원인을 이해하고 자금을 쉽사리 빼지 않는다. 그러나 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은 자금을 회수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자산관리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나 스스로 고객들에 공부를 권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에서는 지난해 일반 지점에서도 부분적으로 담당하던 PB업무를 없애고 소수의 전문 PB센터에 집중시켰다. 업무효율성 측면에서 효과가 있었나.
일반 지점들은 팀장 한 명에 PB-A(Private Banking-Assistant) 두 명이 업무를 담당했다. 고객접견부터 자산관리까지 한 명의 팀장이 수행하다보니 부담이 많았다. 지금은 분산에서 집중으로 전략을 바꿔 PB센터별 특색을 살렸다. 당연히 효율성은 커지고 전문성도 배가 됐다.
2011년 중계 Win Class의 비전은.
소통과 행복 두 가지 덕목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의 행복을 위해 성공적인 자산관리는 물론 우리 Win Class와의 친밀한 소통을 통해 나눔과 사귐을 실천하려 한다.
또한 고객과의 다양한 접점을 찾고 소통해 금융자산관리에 관한 한 걱정할 것이 없다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리 센터의 올해 목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