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라고 하면 주식·부동산·적금·펀드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재테크를 잘하는 사람들은 보험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젊어서 모은 돈을 잘 운용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라면 보험이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상품이다. 특히 최근 한 보험사의 조사에 따르면 고액자산가일수록 보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보통 월 100만원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면 고액 계약자로 통한다. 연금·종신·질병 등 여러 보험의 보험료를 합한 금액이다. 이 정도면 은퇴 후 중산층 수준의 편안한 삶은 물론 본인 사망 후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넉넉한 수준의 보험금을 유산으로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보장은 말 그대로 중산층 시각에서 충분한 수준일 뿐 고액 자산가들은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 부자들의 보험 세계는 어떨까.
사망보험금 90억원, 연금 229억원?
고액보험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대한·교보 등 생명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이 10억원 이상이면 고액 계약으로 분류한다. 40세 남성 기준 월 200만원 정도 보험료를 20년간 납부하는 조건이다. 웬만한 월급생활자의 한 달 월급을 보험료로 내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부자들의 초고액 계약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고액 계약 축에 끼지도 못한다.
삼성생명에는 매월 1200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종신보험 계약이 있다. 가입자 사망 후 50억원의 보험금이 가족에게 남겨진다. 연금보험으로는 월 5000만원을 납입하는 보험이 최근 계약 가운데 최고액이다. 10년 납입 후 5년 거치하면 연금 지급을 위한 자산이 100억원에 이른다.
교보생명의 경우 한 달 2000만원의 보험료로 90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기로 돼 있는 사례도 있다. 납입 기간은 20년으로 이 기간 총 납입 보험료는 48억원에 이른다. 가입자 연령은 50대 초반으로 자녀를 위한 상속 목적에서 가입했다고 한다.
자녀의 노후를 대비해 주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 자산가는 25세 아들의 노후를 위해 일시에 100억원의 보험료를 냈다. 은행 이자율에 해당하는 현 공시이율(4%대 후반~5%대 초반) 적용 시 20년 후 연금 지급을 위한 자산은 229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보험은 중장년층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한생명에 따르면 대전에서 대형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한 30대 남성은 사망 시 보험금으로 30억원을 받는 종신보험에 가입돼 있다. 중산층 가정의 자산을 몇 집은 합쳐야 나올 수 있는 돈을 보험으로만 갖고 있는 것이다.
보험으로 상속세 부담 줄인다
부자들이 이처럼 고액 보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상속세 때문이다. 거액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 자녀들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물려받은 자산의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급하게 매각하다 보면 제값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보험금이 있으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종신보험은 언제 사망해도 약속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액의 예금을 장기간 예치해도 종신보험 수준의 금액을 만들 수 있지만 이는 예기치 못한 사망에 대해 전혀 대비할 수 없다. 반면 종신보험은 계약 즉시 사망해도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한다. 또 이자 성격의 소득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50억원의 부동산을 물려주는 대신 이 중 5억원을 현금화해 종신보험에 가입한다고 하자. 부친을 피보험자로, 아들을 계약자와 수익자로 할 경우 부친이 사망했을 때 15억원의 보험금이 아들에게 돌아간다. 보험금은 수익자의 고유재산이기 때문에 상속세 부과 대상이 아닐 뿐더러 유산을 둘러싼 다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아들은 15억원의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느라 45억원어치의 부동산을 헐값에 처분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상속세 절세를 위해 연금보험을 찾는 고액 자산가들이 크게 늘었다. 부친을 계약자이자 수익자로, 피보험자를 모친으로 한 연금보험에 가입한다고 하자. 부친이 연금을 수령하다 사망하게 되면 모친 사망 시까지 아들이 연금을 받게 된다. 물론 이 때에도 보험금에 대한 상속세가 부과되지만 상속세 납부대상 금액은 실제 연금수령액보다는 적게 평가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상속재산을 평가할 때 연금보험은 금전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로 봐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연금을 받을 권리로 현재 상속재산을 평가하려면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해야 한다. 하지만 피보험자(모친)가 언제 사망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세법에서는 75세를 기대수명으로 보고 75세까지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의 현재가치로 할인해 상속재산을 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연금보험 피보험자가 76세 이상 살게 되면 76세부터 수령한 연금액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저축성보험으로 비과세 혜택
비과세 혜택도 부자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나 배당수입이 높은 부자일수록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란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소득이 종합과세 된다고 해서 무조건 세금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부자들은 금융 외 다른 소득도 많은 만큼 최고 38.5%라는 무지막지한 세율이 적용될 수도 있다.
이때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비과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비과세 상품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은 종합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금액인 4000만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금 혜택이 있는 상품은 대부분 가입 요건이 까다롭고 가입 가능 금액, 가입 기한 등의 제한이 많다. 예를 들어 생계형저축은 만 60세가 넘어야 하고 30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혜택이 있는 규정도 점차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틈새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저축성보험이다.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과 달리 이자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 상품이다. 특히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가입할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수익률이 낮은 것도 아니다. 저축성보험에 적용되는 이자율인 공시이율은 현재 연 5% 수준이다. 단지 비과세 혜택 때문이 아니라도 저축성보험을 통해 장기·안정적으로 수익 올리길 원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주요 PB들의 설명이다.
부자들, 즉시연금에 몰린다
최근 들어 부자들 사이에서 부쩍 성장세가 두드러진 상품은 즉시연금이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보험료로 납부하고 그 다음 달부터 일정액을 매달 연금으로 받는 보험 상품이다. 연금은 통상 일정 기간 적립하거나 거치식으로 예치한 뒤 미래 시점에 나눠 받는 구조지만, 즉시연금은 가입 즉시 바로 매달 연금을 수령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등 자산은 많지만 정작 안정적인 연금보험 가입은 부족했던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즉시연금은 크게 상속형과 종신형으로 나뉜다. 상속형은 원금은 손대지 않고 이자만 세금 없이 매달 일정액을 받다가 피보험자가 사망한 뒤 사망보험금이 일부 추가돼 잔여 자금을 유족이 받는 구조다.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달리하면 계약자가 사망한 뒤 계약자를 변경해 연금을 세대 이전할 수 있고 중도해지하면 상속세 납부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라도 원금 이상을 수령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종신형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상환하는 원리금대출로 이해하면 쉽다. 상속형 즉시연금이 이자만 받고 원금이 보전되는 반면 종신형은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분할해 지급받는 상품이다. 한번 가입하면 중도해지를 할 수 없어 자녀들과의 재산 다툼 없이 노부모의 기본적인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화려한 부가 서비스는 ‘덤’
보험사들은 고액 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해 화려한 부가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삼성생명은 VIP고객을 SA, AAA, AA 등 3등급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한다. 보험 계약건수, 보험료, 상품 종류 등 거래실적을 종합해 매년 등급을 새로 매긴다. 이 가운데 가장 등급이 높은 SA급 가입자에게는 종합건강검진, 기념일 선물, 연말 선물,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발송, 골프 초청행사, 경제캠프 및 구조견 캠프 참여, 전용 콜센터 응대, 보험사 내 VIP룸 이용권 등 혜택을 준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고급 건강검진 서비스다. 또한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여행·쇼핑·문화·의료 관련 고품격 서비스를 일대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플래티늄, 골드, 실버 세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종합자산관리, 장례용품 지원, 골프보험 무료 가입, 건강검진, 문화행사 초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장례용품 지원서비스’다. 가입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양가 부모 사망 시 각종 물품을 무상 지원한다. 또 별도의 클래식 음악회를 열어 초청하기도 한다.
교보생명은 월 소득 5000만원, 금융자산 10억원, 총자산 50억원 가운데 하나의 조건을 만족하고 가입 보험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골드 프라임’ 고객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해 준다. 경영진이 주기적으로 이들을 직접 방문해 각종 상담을 해주는 라포(Rapport) 프로그램, 전용 콜센터 ‘로얄 폰’ 운영, 재무설계센터를 통한 재무상담 서비스, 투자형 보험 자산관리 리포트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VIP 전용 보험 상품 출시 잇달아
부자들의 보험 가입이 늘어나면서 보험사들도 소위 ‘VIP 전용’ 보험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플래티넘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은퇴 시점을 미리 정해놓은 뒤 이 시점 이전에 사망하면 보장금액 50%를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추가로 보장금액의 1%를 매월 은퇴 시점까지 지급한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65세를 은퇴 시점으로 정해놓고 월 234만원 보험료, 사망보장금 10억원인 보험에 가입한 후 45세에 사망하면 일시금으로 5억원을 지급하고 유족들에게 매월 1000만원을 20년간 지불한다.
대한생명의 ‘리치바로연금’은 자산가들을 위한 즉시연금 상품이다. 55세 남자가 일시납으로 2억원을 넣은 후 20년 보증 종신형 방식을 신청하면 현재 공시이율 4.7% 기준 매달 94만원 가량을 평생 받을 수 있다. 1억원 이상을 납입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억~3억원은 0.3%, 3억원 이상은 0.5%가 할인된다.
교보생명의 ‘VIP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은 최저 가입금액을 5억원으로 설정한 상속 전용 보험이다. 투자형 보험으로 주식 채권 등 투자수익률이 좋으면 보험금이 증액된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약정한 보험금을 최저 보장한다. 고액 보험인만큼 할인 혜택이 크다. 가입금액에 따라 최고 7%를 할인해주고 보험료를 자동 이체할 경우 1%를 추가 할인한다. 부가 서비스로 종합건강관리 서비스를 해준다.
이밖에 신한생명의 ‘웰컴 투모로우 신한변액연금보험’, 동부화재의 ‘프로미라이프 톱(Top)프라이드보험’, 미래에셋생명의 ‘러브에이지 VIP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등도 맞춤설계와 상속설계, 차별된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자 전용 상품이다.
■ 부자들을 위한 보험 상품
삼성생명│플래티넘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 최저보장금액 3억원. 가입자가 은퇴시점을 미리 설정해 이 시점 이전에 사망시 보장금액의 50%를 일시 지급
대한생명│대한리치바로연금보험 : 보험료 1억~3억원은 0.3%, 3억원 이상은 0.5% 보험료 할인
교보생명│VIP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 최저 가입금액 5억원. 가입 금액에 따라 최고 7% 할인 가능. 건강관리, 해외 병원 안내 및 의료통역 서비스 제공
미래에셋생명│러브에이지VIP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 상속설계 특약으로 상속세 재원 마련. 여행 공연 스포츠 이벤트 예약 서비스 제공. 기본플랜, 체증보장플랜, 소득보장플랜 등 개인별 맞춤 보험금 설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