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수성(33)씨는 신용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다 당황스런 소식을 듣게 됐다. 3등급으로 알고 있던 자신의 신용등급이 4등급으로 갑자기 떨어져 있던 것이다. 지금껏 대출을 받았던 사실이 없고, 수년 간 카드를 이용하면서 단 한 차례의 연체도 없었다. 신용등급이 강등될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후에 김 씨는 주변 지인의 부탁과 차량 구입 등의 이유로 여러 장의 카드를 만들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통상적으로 6개월 이내에 3장 이상의 카드를 발급받으면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주부 배연숙(43)씨는 신용등급 정보 사이트에서 우연히 찾아본 자신의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배씨 이름으로 받은 주택담보대출금의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나가선지 신용등급이 2등급으로 한 단계 올라선 것. 그동안 발급받았던 신용카드도 필요한 카드만 남기고 모두 없앴다.
배씨는 지난해 금리가 유리한 측면도 있었고 이자를 내는 데 큰 부담이 없었다. 대출받은 자체만으로도 신용등급 하락의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이자를 꼬박꼬박 갚으면 대출이 전혀 없는 사람보다 신용도에는 훨씬 유리하다.
#. 자영업자 백성찬(52)씨는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카드론을 주로 사용한다. 간편하게 전화 한 통으로 소액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 사정이 좋지 않아 연체를 했던 적도 있지만 모두 갚았고, 이후에는 최근까지 한 차례도 연체를 하지 않았다.
열심히 갚으면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이라고 믿었던 백씨는 대출 문의차 은행을 방문했다가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황한 백씨는 원인이 카드론임을 알게 됐다. 카드론 대출 건수가 많을수록 신용도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잦은 현금서비스 이용은 신용 하락의 원인이 된다.
신용등급 관리 자체가 재테크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신용등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용등급 한 등급 차이의 신용대출금리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신용등급 한 등급의 차이로 신용대출금리는 1.2~3.3%포인트 정도의 간격이 생긴다. 만약 1억원을 빌렸다면 연 120만~330만원 가량의 이자를 추가로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 책정에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의 이용 건수, 카드 발급 건수 등 사소한 것부터 연체정보나 대출한도 등도 반영되는 만큼 이를 사전에 알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료로 신용등급 영향 없이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본인의 신용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신용등급은 어떻게 책정될까. 우선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신용도 하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지만 과거에 연체 경험이 있다면 사정이 다르다. 과거에 연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신용도가 낮아질 수 있다. 단 오랜 기간 건전한 신용 거래 실적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신용등급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대출금이나 카드 발급 건수 등도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CB가 개인신용평가에 사용하는 정보는 대출상환·카드결제 상환 이력, 부채 수준, 신용 거래 기간, 신용 거래 형태, 기타 신용정보 등이다. 전체 신용평가 정보를 100%라고 한다면 대출금액을 의미하는 부채 수준은 25%나 반영된다. 또 대출 건수나 카드 발급 건수 등 기타 신용정보도 22%가량 반영된다. 상환 이력(29%)은 역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신용거래를 시작한 뒤 사용한 기간(12%), 신용대출·담보대출·할부거래 등 거래 형태(12%)에 대한 부분도 반영된다.
서태열 KCB 팀장은 “대출거래금액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신용평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신용카드는 소득 대비 적당히 사용하고 연체 없이 꾸준히 이용하는 것이 신용을 올리는 데 좋다”고 말했다.
건강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사항도 놓쳐서는 안 된다. 먼저 연체금을 갚았다 해도 신용등급은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연체 기록이 일정 기간 보존돼 있어 신용도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연체 정보는 10만원 이상, 5영업일 이상 연체가 발생되면 금융회사에 공유된다. 이처럼 취합된 연체정보는 상환일로부터 5년간 신용평가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5년간 똑같은 가중치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완화돼 5년째 되는 시점에 사라진다. 연체로 신용평점은 바로 떨어지지만, 원상태로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세금 체납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원의 심판과 결정, 조세·공공요금 등의 체납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정보를 공공기록정보라고 하는데 국세·지방세·관세를 500만원 이상 체납했다면 여기에 등록된다.
소득이 낮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낮은 것은 아니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건전한 신용생활(카드 결제, 대출이자 결제)을 하고 있다면 신용등급이 높을 수 있다. 반대로 소득 수준이 높더라도 연체가 잦다면 신용등급은 낮게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집계된 본인의 신용등급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신용등급에 영향 없이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레딧(www.mycredit.co.kr), 크레딧뱅크(www.creditbank.co.kr), 올크레딧(www.allcredit.co.kr) 등의 사이트는 알아두면 유용하다.
1년새 국민 절반이 신용등급 변동
한 신용불량자가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용등급이 떨어진 사람은 무려 455만 명. 개인신용평가 업체마다 다르지만 많게는 1년 내 절반가량이 신용등급이 오르든 내리든 변동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전체 집계인원 3912만 명 중 1314만 명이 지난 한 해 동안 신용등급 변동을 경험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34.7%로 국민 3분의 1이 1년 새 신용등급이 바뀐 셈이다. 이중 신용등급이 하락한 인원은 454만8000여 명에 달했다. 주로 하위 등급보다 상위 등급에서 하락하는 사례가 많았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1년 새 49.6%가량이 신용등급이 바뀌었고, 6개월 새에는 37.4%가 등급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새에도 25.7%가 변동이 있었다. 이들 중 85% 이상이 한 개 등급 정도의 소폭 변동이었다. KCB와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업체마다 평가방식이 달라 신용등급 변동 건수 역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신용등급 하락은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세나 카드론 등을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대출 건수가 늘어나면서 은행에서의 신용등급 조회 자체가 늘어났다는 점, 대출 금액이 커지면서 대출 한도에도 영향을 줬던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카드론 급증세나 카드 발급 건수 증가세 역시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호경기로 대출이자 연체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에 신용등급 상향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카드 연체율 역시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등급 1등급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출 이자를 제때 상환하면 좋은 신용평가를 받는다.
최근 신용등급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등급 1등급 계층이 33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08년 244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기 기간 중 1등급 계급이 90만 명가량 늘어난 셈이다.
2005년 174만 명이었던 신용등급 1등급은 2006년 184만 명, 2007년 207만 명, 2008년 244만 명, 2009년 305만 명으로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1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전체 평가대상 중 1등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커졌다. 2005년 5%였던 1등급 비중은 지난해 8.5%에 달했다.
정선동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실장은 “지속돼온 저금리 기조와 최근의 호경기가 신용등급 최상위 계층 수를 늘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1등급을 살펴보면 남성이 59%, 여성이 41%로 아무래도 경제활동 인구가 많은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2~4등급은 모두 여성이 53%로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1등급을 구성하는 연령대로는 40대가 38.9%로 가장 많았고, 50대(28.4%), 30대(19.1%) 순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최하등급인 10등급은 남성이 52%로 많았으며, 연령대로는 40대(34.8%), 30대(25%), 50대(23.8%) 순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 집중돼 있는 등급 분포도 뚜렷했다. 20대는 전체 평가대상의 57%가 5등급에 집중돼 있지만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30대부터는 2~4등급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40대에는 1~3등급에 해당하는 인구가 44%의 비중을 차지해 전반적으로 양호한 신용도를 보이지만 50대 이후에는 다시 신용등급의 중심이 하락했다. 60대 이상은 전체의 45%가 5등급으로 집계됐다.
정선동 실장은 “30~40대가 1~3등급이 많은 것은 해당 연령대가 신용활동이 많기 때문”이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신용활동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60대 이상으로 넘어가면 신용등급도 낮아지는 트렌드가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