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형국과 유사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지수에 따라 매월 마이너스 4조원에서 플러스 1조7000억원까지 현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매월 5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 꾸준히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29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올해 1월 해외 주식형 펀드는 2008년 상반기 60조원에서 35%가 줄어든 39조원의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주식형 펀드 환매 원인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제의 회복으로 인한 이익실현과 해외주식 매매차익 비과세 제도의 종료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해외주식 매매차익 비과세 제도는 해외 주식형 자금 유출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주식형 펀드 환매 계속
2007년 해외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시행됐는데, 이로 인해 해외 주식형 펀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마침 2007년은 중국 등 신흥 시장이 강세를 보이던 시기였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중국 펀드, 브릭스 펀드, 친디아 펀드 등 신흥국 펀드에 몰렸다. 하지만 2009년 말 해외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졌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비해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자 해외 주식형 펀드 선호도도 다소 줄어들었다. 특히 거액 자산가들에게는 해외 주식 매매차익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해외 주식형 펀드가 외면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별·섹터별로 성과 차이가 커진 점이다. 각국의 경제 상황과 글로벌 금융 위기의 대응 방안에 따라 투자 지역별로 펀드의 성과 차이가 벌어지면서 성과가 부진한 펀드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히 커졌다. 이는 해외주식형펀드 자금 순유출입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형별로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펀드와 브릭스 펀드에서 환매 규모가 크다.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일본 펀드에서도 환매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 투자자들이 강한 경기 회복력을 보여주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의 성과를 비교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유형별 펀드 수익률을 살펴봤을 때 국내 주식형 펀드의 3년 수익률은 28.8%의 수익률로 어떤 해외 주식형 펀드보다 높았다. 최근에도 국내 주식형 펀드는 주가 조정 시 저가 매수가 이어지고 있으며, 자문형랩으로도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 선택의 어려움과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선전이 해외 주식형 펀드 환매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해외 주식형 펀드는 국내 투자자에게 여러 측면에서 훌륭한 투자자산이 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국내 자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국내보다 높은 성장을 보이는 국가에 투자해 장기 투자의 혜택을 볼 수도 있다.
또 원자재 펀드 등 국내 시장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강해지는 이때, 원자재 펀드와 자원 부국 펀드 투자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훌륭한 투자자산 가능성
올해 주식 투자의 화두는 인플레이션이다. 물가 상승 구간을 나누어보면, 물가 상승 초기에서 중기 국면까지는 경기 확장과 맞물리면서 소비 증가와 주가 상승이 이어진다. 이런 측면에서는 선진국 증시가 신흥국 증시보다 좋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과 미국 모두 물가 상승 초기 국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모멘텀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원자재 펀드와 에너지 펀드, 러시아 펀드로 투자가 재개되고 있다. 주요 해외 주식형 펀드의 유형별 3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에너지 섹터펀드와 러시아 섹터펀드는 마이너스 30%를 밑도는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에너지 섹터펀드와 러시아 섹터펀드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유리한 펀드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보다 물가 상승이 늦은 데다 유가 상승 수혜도 기대해볼 수 있다. 3년 수익률이 가장 우수한 펀드는 소비재 섹터펀드로 22%를 기록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신흥국들의 긴축 정책이 악재로 작용해 주춤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성과가 기대된다.
펀드 투자전략은 자산 배분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략과 그에 따른 개별 펀드 관리 전략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 투자자별 성향과 투자 원칙에 따라 자산 배분 비중이 정해지면, 펀드 포트폴리오를 정하게 된다. 이때 투자자들은 핵심 펀드(Core Fund)와 위성 펀드(Satellite Fund)를 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펀드 포트폴리오의 70~80% 정도는 장기적 전망에 따라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를 핵심 펀드로, 나머지를 시장 상황에 따라 위성 펀드로 나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신흥 지역 등 유망한 지역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를 핵심 펀드로, 특정 지역 펀드, 특정 섹터 펀드를 위성 펀드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 펀드가 많아지면 펀드 포트폴리오 관리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핵심 펀드와 위성 펀드를 합쳐 3~5개 수준으로 투자 펀드의 개수를 제한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섹터 펀드의 비중은 대안투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5~10% 정도 수준으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베트남 펀드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펀드는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며, 글로벌 경제 상황과 다르게 움직일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런 펀드에는 제한적인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환헤지 유무는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투자 시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여러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는 자연스럽게 여러 통화에 분산돼 환리스크가 줄어들게 된다. 중국이나 일본 등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헤지를 하는 클래스와 환헤지를 하지 않는 클래스로 나누어져 운용되므로, 투자자가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다.
피델리티미국펀드 피델리티미국펀드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며, 벤치마크는 S&P500인 정통 주식형펀드다. 연초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강해지면서 글로벌펀드에서도 미국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며, 펀드 성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주식형펀드 중에서 미국 펀드의 비중은 1%가 안 될 정도로 국내 투자자에게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미국 경기의 회복세로 미국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미래에셋BRICs업종대표펀드 미래에셋BRICs업종대표펀드는 향후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브릭스 국가에 투자한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원유와 금속자원을 생산하는 자원 생산국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자원 수입국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 올해는 유가 상승의 수혜를 받을 수 있고 다른 나라보다 물가 상승이 늦은 러시아가 부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릭스펀드는 자원 생산국과 소비국에 모두 투자하기 때문에 국가 배분으로 경제 국면에 따른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하반기부터는 중국의 경제 모멘텀도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투자 체크포인트다. 장기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신흥 4개국에 투자하는 브릭스펀드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상당히 매력 있는 펀드다.
JP모간천연자원펀드 JP모간천연자원펀드는 천연자원 관련 기업에 투자하며 주로 생산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4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한 천연자원 전문 운용팀이 운용하며, 장기 수익률이 양호하다. 구체적으로는 금, 에너지, 기초금속, 대체에너지 등 다양한 원자재 섹터에 적극적인 자산 배분을 실시하고 있다. 원자재 펀드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 국면에 따라 주식 자산, 채권자산 등과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자산 배분 차원에서도 유용한 면이 있다.
[김후정 / 동양종합금융증권 펀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