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세기의 철학자 스파노자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지금 당장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이런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처럼 재테크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이가 있다. 바로 ‘사과나무에셋(cafe.naver.com/fmjeka)의 김민재 대표다.
김 대표의 사과나무에셋은 다른 재테크 커뮤니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보험재테크는 물론 주식과 생활, 육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커뮤니티 섹션을 구성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초등생부터 직장인 그리고 장년층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섹션을 추가하다 보니 이렇게 다양해졌다”며 “5년 뒤, 10년 뒤에는 더욱 다양한 섹션이 생겨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단순한 재테크 커뮤니티를 넘어 라이프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는 사과나무에셋의 김민재 대표를 만나봤다.
재테크에서 생활까지 준비기간만 3년
“사전에 커뮤니티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 과거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갖게 된 지식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시행과정에서 육아와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접하려고 하다 보니 개장에만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김민재 대표는 사과나무에셋 커뮤니티에 장장 5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앞서 밝힌 것처럼 준비만 3년, 운영에 2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이유에 대해 그는 “커뮤니티는 운영진이 아닌 회원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회원들이 스스로 글을 올리고 필터링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다 보니 시간과 정성이 많이 투자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과나무에셋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김 대표의 과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사과나무에셋 이전에 보험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제법 큰 규모였던 김 대표의 보험 커뮤니티는 수익을 위해 김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덩치가 커지자 경쟁업체 보험설계사들이 대거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회원으로 등록한 설계사들이 쪽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불필요한 보험 가입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포털을 통해 운영되는 커뮤니티는 통상 회원들이 질문을 올리고 운영진이 답을 하게 되는데 수익을 노리고 가입한 설계사들이 회원들에게 불필요한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등 폐해가 심각했다. 결국 나를 믿고 가입했던 이들이 나를 원망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커뮤니티를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사과나무에셋의 설립 취지를 “단순한 정보전달”이라고 못 박고 있다.
회원들이 운영진 되는 자활형 커뮤니티
사과나무에셋이 다른 커뮤니티들과는 달리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운영방식의 독특함 때문이다. 사과나무에셋은 현재 회원들로 구성된 운영진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재테크 커뮤니티들이 전문가그룹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회원들 스스로가 운영하는 ‘자활형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실제 사과나무에셋 커뮤니티는 재테크는 물론 주식과 육아, 교육, 심지어 공무원 시험까지 다루지 않은 섹션이 없을 정도로 방대한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회원수도 3만3000여 명이 넘는 대형 커뮤니티로 자리 잡고 있다.
“커뮤니티 규모가 큰 만큼 운영진 역시 저 혼자가 아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지만 설립 과정에서 동료들과 직원들이 가세했고, 지금은 회원들 중 일부가 직접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가장 어린 운영진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데 게시글의 필터링을 맡아 누구보다 더 열렬히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회원들을 운영진에 동참시키게 된 계기에 대해 김 대표는 “나 혼자나 소수의 운영진만으로는 대형 커뮤니티를 절대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원활한 운영과 회원들의 참여의식도 고취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겨 활동이 두드러지는 회원들을 운영진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통해 운영진으로 올라선 이도 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한 회원이 보험금 수령과 관련해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운영진이 된 것. 김 대표는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보험금 수령 문제에 상담을 해드렸는데 그 분이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갖게 된 부동산과 경매에 관한 지식을 커뮤니티에 올려주셨다”며 “이후 그분은 우리 커뮤니티의 경매와 부동산 부문의 운영진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커뮤니티에 대한 불안감을 놓지 않고 있다. 과거 보험재테크 커뮤니티에서 겪었던 문제가 사과나무에셋에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많은 회원들이 커뮤니티에 가입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설계사들이었다. 이들이 상담신청을 한 회원들에게 쪽지로 연락해 수건의 보험계약을 했던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당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중이라서 커뮤니티에 많은 신경을 못 썼는데, 그분들 중 일부가 개인 쪽지로 운영진을 사칭해 보험계약을 유도하는 일이 발생해 피해자도 발생했다. 운영진인 만큼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회원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배운다는 김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커뮤니티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부동산이나 증권 쪽에 정보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준비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테크를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여기는 김민재 대표. 그는 자신이 만든 사과나무에셋을 “인생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서종열 / 스포츠서울닷컴 경제부 기자 snikerse@med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