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술적으로 2500선까지 간다고 봐야죠.”(A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요즘 개미투자자들은 뜰 떠 있어요. 대세 상승기로 보고 있어요.”(재야 투자고수)
새해 들어 ‘코스피 2000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건 지난해 12월14일로 2007년 11월7일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요즘, 시장의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기관, 개인 할 것 없이 주식시장의 눈높이는 2000포인트 ‘그 너머’를 보고 있다. ‘대세상승’으로 무게추가 옮겨진 모양새다.
물론 일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도 중국 긴축, 유럽발 재정위기, 미국 경기 둔화, 이 3대 대외 악재가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꼽히지만 부동산이나 채권 등 다른 투자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주식만한 것이 없다는 게 투자자들의 분위기다. 과연 올해 한국 증시가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펄쩍’ 뛰어오를 수 있을까. 토끼해 상승 흐름을 주도할 유망 종목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지수 얼마까지 오르나… 평균 2400~2500 예상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증권사마다 자의 반 타의 반 예측치를 내놓는다. 올해 대부분 증권사에선 입이라도 맞춘 듯 예상 주가지수를 2400~2500선으로 잡았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50%가량 늘어난 국내 기업 순이익은 2011년에도 10%가량 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 1년간 위축됐던 경기 사이클이 올해는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증시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기업 이익이 둔화되더라도 추가 이익을 기대되고 글로벌 경기도 회복 중이기 때문에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과거 경험적으로 경기 확장기에 국내 증시는 시장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5~1.6배,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각각 12~13배 수준에서 형성되는 특징을 보였다”며 이를 현재 코스피로 환산하면 2500포인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예상주가를 2500으로 잡다보니 일각에선 3000에 대한 기대감도 슬슬 나온다. 특히 ‘코스피 3000’은 이명박 정부가 대선 후보 시절 장담했던 공약이라 관심이 높다. ‘임기 내 3000’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2500포인트 이후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갈지 또 모르는 일이다. 한 자문사 대표는 “코스피지수가 2400~2500쯤 가면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에 주식을 사겠다고 몰릴 것이고 그때가 주식투자를 멈춰야 할 시점으로 본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사실 ‘주가 3000시대’가 온다고 해서 내 주식이 오르는 건 아니다. 주가지수가 올라도 손해를 보는 게 주식시장이고, 특히 개미투자자들이 자주 그 비운의 주인공이 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큰 폭의 상승장에서 큰 재미를 못 본 개미투자자들이 많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오르는 종목만 크게 오르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많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은 평균 228.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71.6%를 기록해 3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올해도 차별화 장세가 이어지면서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 장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니프티 피프티는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50개 종목을 뜻한다. 1970년대 초반 초우량 대형주 50개 종목이 미국 증시를 이끌었던 데서 비롯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업종간 차별화가 심화됐다면 올해는 업종 내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문사뿐 아니라 주식형 펀드나 은행 신탁도 랩과 유사한 소수 집중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종목 차별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 장세 오나… IT, 기계, 금융 업종 성장 기대
전문가들은 일단 전략적으로 자문사나 투신 등 기관에서 편입하고 있는 IT와 조선, 기계, 금융, 자동차, 화학 등과 같은 종목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권유한다.
국내 대표 수출 IT업종의 화두는 ‘스마트’다. 스마트폰, 스마트TV, 태블릿PC 등 스마트전자기기 제품과 부품들이 실적 개선의 주역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단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스마트기기 수요가 증가하고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원가경쟁력과 생산능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기계업종은 중국 수혜를 톡톡히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 우려가 있지만 중국 정부가 화력 및 발전설비, 원자력 플랜트, 굴삭기 등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LS산전, 두산중공업 등을 추천한다.
올해 부진했던 금융업종은 경기회복과 함께 실적 개선이 유력해 보인다. 당장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증권주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상승장 초기에는 증권주를 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증권주 투자의 기본 전제는 강세장의 지속 여부”라며 “거래대금 급증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증가하고 랩 등 금융 상품 판매 증가에 따른 WM(Wealthmanagement)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브로커리지(중개수수료) 수입이 탄탄한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과 자산관리시장에서 랩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삼성증권을 우선 추천한다. 온라인 부문에서 저렴한 수수료와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갖춘 키움증권 역시 손꼽힌다.
은행업종은 대출성장률, 순이자마진, 대손상각비 등의 지표 회복이 기대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대출성장률은 명목 GDP 성장률 수준인 8~9% 정도로 회복되고 순이자마진은 올해 대비 0.1%포인트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추가 충당금 부담이 해소되면서 대손상각비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 순이자 마진 상승 여력이 높은 KB금융과 민영화 매각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우리금융지주가 주목받는다.
골이 깊었던 중소형주 빛 보나?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도 높다. 사실 중소형주는 그동안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받았다. 코스닥지수는 2009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450~550포인트의 박스권을 오갔다. 내년 대형 종목들의 이익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소형주가 강한 상승을 하기 위해선 유동성이 풍부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험자산으로 투자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중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실적이 좋아야 하는데 올해가 바로 그렇다. 여기에 정부의 여러 가지 지원책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닥은 연초부터 8거래일간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530선을 돌파했다. 상반기 중 550선 돌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먼저 대기업부터 실적이 좋아지고 난 이후 투자 등에 의해 후행적으로 중소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진다. 지난해 대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됐기 때문에 올해는 중소형주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IT,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우선 선호된다. IT분야에선 에스엔유와 AP시스템, 덕산하이메탈, 대주전자재료 등이 자주 언급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태양광 등과 관련해 삼성에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에스에프에이, 톱텍, 테크노세미켐 등을 추천하는 증권사도 많다.
자동차 부품주로는 에스엘, 평화정공, 만도, 성우하이텍 등이 수혜를 입었다. 일부 종목의 경우 단기 급등해 보수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지난해부터 현대모비스, 평화정공 등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주의 평균 주가가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의 주가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평화정공은 현대차가 1년간 64.7% 상승하는 동안 130.6% 급등했다.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대표는 “중소 부품주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판매처가 다양한지 우선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강세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세방전지나 아트라스BX 같은 납축전지(납을 기반으로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의 일종) 회사들을 눈여겨봤다. 박 대표는 “사람들의 관심이 전기차에만 쏠리다 보니 납축전지 회사들은 마치 사양산업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지만 2020년까지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태양광, IFRS 관련주 눈여겨봐야
하이투자증권에선 토끼해의 유망 트렌드를 P.I.G.S.B.G 등으로 뽑았다. P(태양광발전), I(IFRS, 국제회계기준), G(GNP), S(스마트혁명), B(바이오), G(그룹주효과) 등과 관련된 유망종목들이 중소형주 장세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꼽은 중소형주 테마도 이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현대증권에선 태양광과 원자력을 꼽았다. 태양광 수혜주로 웅진에너지와 신성홀딩스를 추천하고 원자력은 두산중공업과 원자력계측기업체인 우진을 택했다.
오성진 현대증권리서치센터장은 “태양광은 제조원가가 하락하고 각국에서 태양광 수요를 촉진시키고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형 원전 수출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국외 원전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존 원자력발전소 정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올해 IFRS도입이 의무화되면서 기업의 자산 가치나 실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기업 지주사인 두산, SK, LG뿐 아니라 중소형 저평가 가치주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2005년 코스피지수가 54%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가치주인덱스는 118% 상승하며 2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2005년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저평가된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이익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에너지와 기계, 인터넷, SW, 화학, 자동차, 운송, 내구소비재, 의류, 반도체, 조선업종 가운데 저평가돼 있는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야 투자고수들이 꼽는 대표적인 저평가 가치주는 양지사, BYC, 방직주(동일방직, 일신방직, 대한방직) 등이다.
삼성증권 역시 올해 IFRS 시행을 눈여겨보면서 ‘인플레이션’ 영향이 적은 종목과 산업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으로 인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IFRS로 인해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기업이나 상품 관련주, 가격 전가력이 있는 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중국(중국원양자원, GKL)과 라오스(코라오홀딩스) 관련 종목도 추천됐다. 신흥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GNP)이 늘면서 관련 산업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