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시장이 점차 단기수익률 게임화, 단기투자화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개인투자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낮은 성과로 인한 실망감 등으로 펀드를 떠나 대거 직접투자나 자문사형 랩어카운트로 발길을 돌리면서 단기수익률 게임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소수 집중 펀드나 각종 테마 펀드, 목표전환형 펀드 등을 출시하면서 투자의 단기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단기수익률 게임은 통제가 어려운 리스크 부담으로 결국 그 피해가 개인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합리적인 성과를 통해 재무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자산관리 시장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요즘 케이블 경제방송을 보고 있으면 수많은 주식 전문가들이 출연해 종목 찍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당장이라도 그들 말처럼 주식종목 투자에 나서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쩌다 오른 종목만 강조할 뿐 예측이 어긋난 종목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버린다. ‘투자의 모든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는 전제하에 너무나 무책임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컴퓨터 게임 하듯 주식 종목을 마구 추천하고 예상이 빗나가면 리셋(reset) 버튼을 누르듯 책임을 회피해버린다. 이는 개인투자자로부터 각종 정보를 판매해 돈을 버는 전문가들의 이해와 방송 출연에 따른 대가로 수익을 얻는 방송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현상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모든 피해가 이를 믿고 좇아간 개인투자자에게만 돌아갈 뿐이라는 점이다. 물론 ‘간접투자는 선(善)이고 직접투자는 악(惡)’이라는 단편적인 지적이 결코 아니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함께 한다는 자세로 장기투자에 나선다면 직접투자 역시 좋은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 경제방송에서 나오는 주식투자는 방송의 특성이라는 미명하에 종목을 계속 바꾸며 단기투자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폐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자산관리 시장을 후퇴시키는 것은 비단 일부 경제방송뿐만 아니다. ‘선량한 자산관리자’로서의 철학이 부재한 일부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최근 이상기후로 배추 값이 폭등하자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농산물 펀드를 마케팅하고 나섰다.
부동산 경매 펀드, 물 펀드, 일본 펀드 등 단기 테마를 좇는 투자가 결국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사례는 과거 수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격을 좇아 상품 판매에 여념 없는 것이다.
달콤한 유혹의 열매는 달다?
아무리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목표전환형 펀드가 최근 잇따라 출시되는 것은 역사를 뒤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2001년 이후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스팟 펀드나 목표수익률 달성 펀드 등이 실망스런 결과로 끝나고 시장에 미치는 폐해가 논란이 되면서 감독당국에서 신규 승인을 억제하기로 한 바 있다. 그렇게 사라졌던 단기매매 펀드가 2010년 유령처럼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짧게 먹고 나온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지만 주가의 움직임이 예측과 다르다면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목표수익률이 달성돼 채권형으로 전환됐지만 주가가 이후에도 계속 오른다면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 반전한다면 전환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손실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보다 보수적인 투자자가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투자위험은 적정하지 못한 수준이다.
자산관리는 결코 일정한 기간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또 짧게 먹고 나오는 방식도 아니다. 경제 사회에선 사망할 때까지 돈과 완전히 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자산관리는 평생 해야 한다. 재무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한번 실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점검과 수정을 통해 각 재무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관리해 가는 과정이다.
고객의 인생과 함께 하는 자산관리 방식이 자리 잡을 때 자본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투자자 역시 신뢰할 수 있는 금융회사와 그렇지 않은 금융회사를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투자자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시장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일본 와카미투자신탁회사의 사와카미 아쓰토 사장은 이를 ‘공급 측 금융회사’와 ‘수요 측 금융회사’로 비유해 정리한 바 있다. 사와카미 투신사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금융회사로 신뢰를 얻어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일본 자산운용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화제의 회사다.
그에 따르면 ‘공급 측 금융회사’는 대량으로 자금을 모으는 데만 관심이 있는 회사다. 따라서 상승 추세가 조성됐을 때라야 비로소 “요즘 이 상품이 정말 괜찮습니다”는 논리로 상품을 출시하고 대량 판매에 나선다. 반면 ‘수요 측 금융회사’는 투자자의 재산 형성을 최대한 돕고자 오직 운용 성적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시세가 낮은 시점, 즉 가능하면 바닥권에서 투자자를 모으려고 한다. 좋은 운용 성적을 냄으로써 모두가 찾아오게 만들고 그 결과로 운용 규모를 늘려가는 방식을 지향한다. 공급 측 금융회사는 상품 판매가 목적이므로 “우리는 어떤 그룹이니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선전하는 반면 수요 측 금융회사는 “우리는 이런 운용을 특기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선전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산관리 시장이 하루 빨리 ‘단기수익률 게임화’의 마법에서 벗어나 자산관리의 본질로 되돌아간다면 고령화 시대 국민들의 건강한 노후 준비에 기여하면서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