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고환율, 트럼프 관세정책 리스크 등의 겹악재로 한국 증시가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다.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2500을 뚫고 그 이상을 향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 출회 현상이 계속되는 중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이자 국민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5만전자에 발목이 잡혀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산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언제쯤 8만전자, 9만전자에 도달할까 걱정하고 있다. 코스닥시장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600선으로 내려왔던 코스닥지수가 올초 상승하며 700선에 안착했지만 2021년 최고점(1062.03)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광기어린 투자심리가 자극되면서 큰 폭으로 올랐던 대표 이차전지주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성일하이텍, 천보, 대주전자재료 등도 주가가 계속 조정을 받아왔다. 지난 한해 동안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하락률은 각각 -61.84%, -55.56%다. 매력적인 투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증권가는 한국에서만 만들고, 수출할 수 있는 이른바 ‘K온리’ 주식들이 올해 주식시장에서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 IT(정보기술), 조선 등 기존의 전통 제조업이 강했지만 이제 소프트파워 혹은 창의성에 기반해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 상품을 내놓는 K온리 기업들이 힘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K온리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불닭볶음면을 만드는 삼양식품이다. 미친 매운맛으로 전 세계인들을 뜨겁게 사로잡은 불닭볶음면은 2015년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유명 K-팝아티스트들도 라면 먹방을 자주 하면서 젊은 해외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삼양식품의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고금리로 전세계가 타격을 받았던 2022년에도 초특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는 등 고성장을 이어갔다. 2021년 삼양식품의 매출액은 6420억원이었지만 2022년 9090억원, 2023년 1조1929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54억원→904억원→14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다른 라면 제조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삼양식품, DS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40% 안팎이었던 해외 매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77.6%까지 올랐다. 투자시장에서도 삼양식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주가 변동이 거의 없고 경기방어를 위해 매입하는 음식료주 중 하나로 꼽혔지만 이제는 수출성장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3년 전 7만원 선이었던 주가는 현재 70만원 중반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 기간 동안 거의 10배가 상승한 것이다.
각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는 76만원부터 92만원까지 다양했지만, 그중 한화투자증권은 삼양식품의 주가가 100만원을 찍을 것이라고 봤다. 주가가 1주당 100만원이 되면 보통 ‘황제주’가 됐다고 일컫는데 한화투자증권은 삼양식품이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법인 매출이 커질수록 연결 매출은 수출 금액 증가 이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중국 공장 완공 후부터는 중국 물량은 모두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고 한국 공장에서 중국으로의 수출분이 제외되는 만큼 미국, 중남미, 유럽 등 서구권 수출 물량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삼양식품 외 다른 음식료주들도 K온리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초코바이를 필두로 한 오리온, 각종 빙과류를 생산하는 빙그레 등이 후보군이다. 오리온은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으로의 수출 증가로 인한 현지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iM증권은 오리온이 시장 기대치 이상으로 외형 성장이 이뤄지고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주가 회복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가가 10만원을 밑도는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K-엔터주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뉴진스 소송 논란과 전체 K-팝 앨범 판매량 역성장 등으로 지난해 K-엔터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어두웠다. 하지만 주요 아티스트들의 컴백과 신인 데뷔로 인한 주가 상승 모멘텀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제기되면서 K-엔터주들이 다시금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올해 6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전원이 국방의 의무를 마친다. 완전체로 복귀 예정인 BTS는 화양연화 10주년을 내세우며 컴백 앨범이 발매되고 다수의 이벤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하이브의 매출이 다시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증권은 하이브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3조원, 3815억원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81.9%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BTS 월드 스타디움 투어는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개최되는 대규모 투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통한 음반, 공연, MD 등을 포함한 총 예상 매출액은 1년간 1조87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이브의 목표주가를 31만원으로 제시했다.
하이브뿐 아니라 다른 엔터사들도 상승 채비를 갖춘 상태다. YG엔터테인먼트는 보이그룹 트레져 컴백이 예정돼 있고 베이비몬스터, 2NE1 등의 투어가 예정돼 있다. 하반기엔 블랙핑크의 월드 투어가 계획돼 있어 실적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엔터사의 새로운 이익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신인그룹 데뷔도 엔터사 주가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여러 엔터사들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신인그룹을 여럿 데뷔시킨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최근 7인조 신인 보이그룹 킥플립(KickFlip)을 공개했다. 지난 1월 6일 선공개한 ‘응 그래’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끄는 한편 글로벌 데뷔 쇼케이스를 열어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SM엔터테인먼트도 이달 중 8인조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 영국에서 5인조 보이그룹 ‘디어앨리스’를 데뷔시킨다. 하츠투하츠는 2020년 11월 에스파 이후 4년 3개월만에 데뷔하는 신인 걸그룹인 만큼 K엔터주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 피부미용시장이 개화하면서 K-의료기기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성장세도 굳건한 상황이다. 이미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지만 연어주사로 불리는 ‘리쥬란’으로 국내외 소비자들의 인기를 끈 파마리서치도 K온리 주식으로 손꼽힌다.
리쥬란은 연어에서 추출한 성분을 피부에 직접 넣어 자가 피부, 콜라겐 재생을 촉진하는 효과를 낸다. 히알루론산, 아미노산을 주입하는 것과 다르게 진피 속에 연어 추출 성분을 직접 넣어 피부 본연의 기능을 재생시킨다는 점에서 다른 피부미용 시술과 차별화된다.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들이 늘어나자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시술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파마리서치의 높은 실적으로 증명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파마리서치의 매출액은 ▲2021년 1541억원 ▲2022년 1948억원 ▲2023년 261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021년 525억원 ▲2022년 659억원 ▲2023년 92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407억원, 1269억원, 영업이익률은 37.2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리쥬란이 본격적인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기 전인 2020년 파마리서치의 주가는 3만원 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25만원을 웃돌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파마리서치의 목표주가는 ▲DB금융투자 27만원 ▲다올투자증권 30만원 ▲상상인증권 33만원 ▲키움증권 30만원 등이다. 리쥬란의 고성장세와 함께 해외 수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 주가 상승을 지지할 것이란 의견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국내 수요는 증가하지만 의료관광 수요는 일시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신규로 허가를 받은 대만, 유럽 등에서도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게임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게임산업은 고금리로 지난 2년간 부침을 겪었다. 사업 확장에 초점을 두기보다 선제적인 비용 효율화를 진행시켰다. 비주력 사업 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마케팅비도 축소했다.
이제는 과거 실적과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들이 해소되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시간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스팀, 콘솔 플랫폼 시장을 겨냥한 대작들을 준비해왔고 올해는 그동안 개발한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출시가 될 예정이다.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아크레이더스, 크래프톤의 인조이,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기존 신작 장르들이 주로 MMORPG였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 출시되는 신작들이 장르는 액션 RPG, 라이프 시뮬레이션 등으로 다양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그간 장기간의 부진을 떨치고 기업들의 주가도 올해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게임사들의 IP(지적재산권) 해외 매출이 높은 경우가 있어 고환율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변화의 폭이 가장 크고 저평가돼 있는 엔씨소프트와 배틀그라운드 IP 장기화가 나타나는 크래프톤을 주목할 것”이라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수익구조가 개선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올초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국내증시가 반짝 반등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추세적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기 힘들다고 본다. 전 세계 금리의 지표가 되는 미국 기준금리도 올해 큰 폭으로 인하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 전망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K온리 주식들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대신증권은 올해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보고서를 내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과 관세, 불안한 거시경제 영향에서 벗어난 K온리 주식들에 주목하라고 했다. 대신증권은 “한국컨텐츠의 확산과 다양한 SNS(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 확산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미국 경제의 성장이 견고하게 이어질 경우 한국 제품에 대한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