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화장품 기업뿐만 아니라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높은 의료 접근성과 함께 간편한 시술과 빠른 회복 기간을 추구하는 환자들의 수요에 맞춰 국내 미용 의료기기들은 해외 기기에 비해 낮은 가격에도 비슷한 시술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수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들어 주가가 주춤하고 있지만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수출 기대가 커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기대가 나온다. 통증이나 비용 부담이 큰 성형수술 대신 레이저·고주파를 이용한 미용 시술이 젊은 층에게도 확산되면서 성장세가 높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2023년 관세청에서 발표한 병원용 미용의료기기 수출현황에 따르면 전년 수출액 1204억원 대비 1340억원으로 증가할 정도로 국내 미용 의료기기업체들은 ‘가성비’를 인정받고 있다.
미용의료기기 업체들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매출 성장성이다. 주요 업체인 비올, 제이시스메디칼, 클래시스 그리고 하이로닉은 해외 매출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료기기는 다른 제약·바이오 분야에 비해 수출 및 판매 규제가 적고 규제 장벽이 높은 중국에 이어 태국 및 브라질 등으로도 수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수출 기반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월 프랑스계 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 아키메드는 국내 미용 의료기기업체인 제이시스메디칼 인수를 추진하면서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사모펀드는 이미 클래시스(최대주주 베인케피털), 루트로닉(최대주주 한앤컴퍼니) 등 미용 의료기기에 대해 최대주주다. K-미용 의료기기의 기업 가치와 성장성을 사모펀드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피부에 적용해 탄력을 개선하는 미용의료기기 EBD(Energy Based Device) 산업의 글로벌 시장의 경우 2022년 56억달러에서 2027년 100억달러로 성장이 기대된다. EBD는 에너지 침투 깊이에 따라 진피층(3㎜ 이하)까지 들어가는 RF(고주파)와 근막층까지 들어가는 HIFU(하이푸, 집속초음파)로 나뉜다. RF의 대표 장비가 써마지(제조사 솔타메디칼), 올리지오(윈텍), 포텐자(제이시스메디칼), 지니어스(루트로닉), 실펌(비올)이라면 HIFU의 대표장비로는 울쎄라(제조사 멀츠), 슈링크(클래시스), 브이로(하이로닉)가 있다. 시술가격이 울쎄라나 슈링크가 200만원대라면 올리지오는 50만원대다.
특히 미용 의료기기들은 소모품 판매를 위해 안정적인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굴에 바로 닿는 특성 때문에 장비 끝부분에 부착하는 카트리지를 탈부착하는 의료기기가 대부분이라 기기 판매 외 소모품 판매까지 가능한 것이다.
미용 시술이 젊은 층으로도 확대되면서 젊은 인구 층이 두터운 이머징 시장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중장년층 수요까지 확보되면서 국내 미용 의료기기들은 여전히 해외에서의 경쟁보다는 한국 브랜드의 후광효과를 누리며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금리 인하도 미용 의료기기 실적에는 우호적인 여건이다. 2023년은 미국, 유럽 모두 고금리로 인하여 수 년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미용의료기기는 대부분 고가이기에 할부 혹은 리스로 구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으로 신규 도입 및 기기 교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리쥬란’으로 중국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해왔던 파마리서치는 의료기기 수출에서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성장이 정체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남미 3개국가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부터는 다시 의미 있는 성장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성장속도가 빠르진 않더라도 해외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마리서치는 의료기기 부문에서 리쥬란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쥬베룩 등 제네릭 품목들의 국내 시장 진입에도 별 영향 없이, 의료기기 국내 매출이 2024년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63.4% 성장한 281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25% 증가한 289억원으로 전망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매출 성장을 통해 오리지널 브랜드의 경쟁력을 확인했고, 국내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주가에는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프리미엄을 좀더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마리서치는 의약품, 화장품보다 의료기기 매출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해 의료기기 매출이 36.8% 늘어날 때 의약품은 13.7%, 화장품은 15.3% 늘어났다. 리쥬란이 포함된 의료기기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출비중 32%로 매년 수출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부터는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슈링크’로 알려져 있는 클래시스는 이루다와의 합병을 통해 클래시스의 집속초음파(HIFU) 기술과 이루다의 마이크로니들RF(고주파), 레이저 분야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클래시스는 지난해 9월 이루다의 지분 약 18%를 인수한 바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클래시스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다. 과거 지분 18% 인수로 지분법 손익 인식을 통해 이루다의 마이크로니들 RF, 레이저 장비에 대해 간접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효과를 볼 예정이었는데 이번 합병으로 클래시스는 모든 분야의 EBD 사업부를 보유하게 된다. 각 사의 주력 제품군이 모여 HIFU, 단극성 RF, 마이크로니들 RF, 레이저 장비에 모두 강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HIFU 신제품 ‘슈링크 유니버스’는 국내 기존 슈링크 오리지널 사용 의사들의 교체 수요와 더불어 브라질, 태국, 일본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24년 슈링크 계열 장비 누적 판매 목표 대수 국내 5700대, 해외 1만2500대 달성이 예상된다.
2023년부터 판매가 시작된 RF 신제품 ‘볼뉴머’가 2023년 4월부터 브라질, 태국에 출시됨에 따라 2024년 볼뉴머 누적 기준 1150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슈링크 계열 대비 더 높은 판가로 거래되고 있어 외형 및 이익 성장이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2022년 상장한 원텍의 주요 제품은 비침습 RF 미용기기 올리지오다. 2023년 기준 매출액 1156억원(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으며 매출 비중을 보면 올리지오 29%, 소모품 24%, 라비앙 18%, 기타 29%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텍은 2020년 6월 올리지오 출시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최근 3개년 연평균 성장률 57%를 기록했다”며 “고가 제품 주도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태국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재고 소진이 빠르게 진행되며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현지 법인 설립과 직판 체제 구축으로 장비 판매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RF 시장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와 실적 악화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병원에서 쓰는 미용 의료기기를 넘어 홈케어 미용기기 역시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뷰티 홈 디바이스 상장사는 에이피알이다. 올해 초 상장한 새내기주 에이피알은 오버행 논란을 딛고 빠른 속도로 주가가 회복된 후 7월 들어 주가가 하락세다. 이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소 해소된 측면은 있지만 변동성이 큰 종목임을 염두에 두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에이피알은 2023년 매출 5238억원, 영업이익 1042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24년 예상 매출 7003억원, 영업이익 1394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기존 디바이스 매출을 대부분 차지하던 에어샷 부스터 힐러(외주 생산) 등을 차츰 자체 생산하는 부스터 프로로 대체하고 있다. 올해 울트라 튠 출시로 자체 생산 품목의 매출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HIFU 장비 출시도 앞두고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디바이스 수출은 4월 대비 5월 줄었으나 6월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 이커머스 채널 중심으로 중국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은 올 상반기 ‘중국 틱톡’으로 불리는 더우인에서 미용기기 카테고리 순위 9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의 신제품 울트라 튠은 앱에서만 모드 변환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사용자 데이터 확보를 통한 향후 신제품 타기팅, 소비자 행동 분석 등에 적용될 수 있고 강력한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 뷰티 디바이스와의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량 증설 역시 주가엔 긍정적이다. 평택 2공장을 기반으로 2025년 연간 최대 800만대까지 생산 능력이 확충되면서 늘어나는 수요에도 적극 대응이 가능해진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신규 리테일 입점 등을 통한 성장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의료미용 분야에서 단일 아이템이 국내(단일) 시장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보급되며 1500억원대의 매출까지 성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내수 시장만으로 고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수의 이머징 마켓은 안정적 성장 기반이 되지만 예측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결국 계단식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품목을 출시하여 또 다른 매출원을 확보하거나, 미국·중국 등 대형 시장 진출, 인수 합병을 통한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