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환경과 국내외 부동산 위기 때문에 함께 부진했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리츠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금리가 떨어지면 리츠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편입된 자산 수익률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지금이 리츠를 살 때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2월에 리츠 배당 기준을 개선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국내 리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물론 국내 부동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데다 해외에서는 오피스를 중심으로 투자 손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장밋빛 전망’만 생각하고 리츠 투자에 뛰어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리츠의 대세 상승기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만큼 ‘위험 요소’가 적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힌트가 있다. ‘국내’ ‘대형’ ‘오피스’, 이 세 단어를 주목해야할 때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집한 후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하는 임대 수입과 매각 차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자산운용사가 투자 자금으로 국내외 상가나 오피스 건물을 매입·매각하거나 임대해주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식이다. 개인이 높은 가격의 건물이나 해외 부동산을 직접 사고팔지 않더라도 부동산에 투자한 효과를 보는 셈이다.
적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고 시중금리나 웬만한 주식보다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니 초반에는 개인 투자자 관심을 꽤 끌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상장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연 7.8%를 기록했다. 국내에 상장된 리츠 23개 중 5개는 10%가 넘는 배당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상장할 때마다 수십~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는 했다.
그러나 2022년 말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에 PF 부실 우려, 해외 부동산 손실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리츠 투자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약간 달라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리츠TOP10지수’는 4월 12일 기준 805.28로 최근 1년 내 최저점(지난해 10월 23일, 732.21)과 비교해 73.07포인트(10%) 올랐다. 리츠주와 함께 인프라 종목 10개로 구성된 ‘KRX부동산리츠인프라지수’도 지난해 10월 23일 1299.85를 기록한 이후 4월 12일 기준 1411.75까지 올라 8.61% 상승했다. 두 지수 모두 지난해 10월까지 꾸준히 하락한 이후 회복세다.
리츠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투자 자산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일본임대주택에 투자하는 공모 리츠도 한국 증시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대신자산신탁은 일본 도쿄 임대주택 10곳에 총 1700억원을 투자하는 비상장 공모 리츠 ‘대신재팬레지덴셜리츠제1호’의 영업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의 주요 키워드로 리츠를 제시하는가 하면 배당 확대 등 리츠 투자에 유리한 정책을 쏟아낸 부분도 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는 평가다. 이익 배당 기준을 개선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리츠가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할 때 평가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리츠 수익이 줄지 않더라도 자산 평가액이 하락하면 그에 따른 미실현 손실분을 빼고 배당해야 했다. 예를 들어 리츠가 100억원의 배당 가능 이익을 냈지만 50억원의 평가손실이 나면 50억원만 배당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법인세 면제도 받기 어려웠다. 현행 법인세법상 리츠는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는데, 자산의 평가손실분을 반영하면 배당률이 떨어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리츠가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할 때 평가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리츠 수익이 줄지 않더라도 자산 평가액이 하락하면 그에 따른 미실현 손실분을 빼고 배당해야 했다. 예를 들어 리츠가 100억원의 배당 가능 이익을 냈지만 50억원의 평가손실이 나면 50억원만 배당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법인세 면제도 받기 어려웠다. 현행 법인세법상 리츠는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는데, 자산의 평가손실분을 반영하면 배당률이 떨어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해도 이를 이익 배당 한도에서 제외해 법인세를 감면하고 배당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부동산 수익을 온전히 투자자에게 나눠 줄 수 있게 된 셈이다. 개정안은 올 8~9월 중 시행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리츠와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도 대폭 완화됐다.
우선 리츠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관리회사(AMC) 예비인가 제도를 폐지해 AMC 설립 기간을 단축했다. 이제까지 AMC 설립은 예비인가 이후 본인가까지 2단계로 구성돼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에 따라 그사이 금리가 변동되는 등 자산 매입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가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AMC 설립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여튼 정부가 부동산 간접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 리츠에 주목하고 있고, 리츠 투자에 유리한 정책을 계속 도입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한동안 찬밥 신세였던 리츠 투자 매력이 다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반년 동안 리츠 시장의 발목을 잡은 법인세 과세 논란도 최근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올 초 과세당국에 신청했던 리츠 법인세에 대한 과세전 적부심사에서 국세청이 코람코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반년 동안 리츠 시장의 발목을 잡은 법인세 과세 논란도 최근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올 초 과세당국에 신청했던 리츠 법인세에 대한 과세전 적부심사에서 국세청이 코람코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서울 삼성세무서는 지난해 11월 NPS1호와 코크렙청진, 코크렙광교 등 6개 리츠에 과거 6개월분 법인세 172억원을 추가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6개 리츠의 당기순이익(476억7000만원)의 36%에 달하는 금액이다.
리츠는 대부분 건물의 회계상 감가상각비(이월결손금)를 배당재원으로 써왔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리츠의 이월결손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잘못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서류상 회사인 리츠라 하더라도 법인세법에 따라 회계장부에 감가상각비를 쌓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해당 6개 리츠는 감가상각비만큼을 초과배당했기 때문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대로라면 모든 리츠에서 배당재원으로 쓰인 감가상각비는 소득공제 취소 대상이 된다. 23개 상장 리츠를 포함해 약 94조원 규모, 총 369개 리츠(지난 2월 말 기준)에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간 2조~3조원의 배당금이 줄어 리츠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즉시 리츠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2005년 개정된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리츠는 감가상각비의 범위에서 이익배당한도를 초과해 배당할 수 있다고 봤다. 리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따라 법인세 부과 때 이 배당금액만큼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토부의 법령해석을 기반으로 코람코자산신탁은 국세청에 과세전 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국세청은 배당을 목적으로 한 리츠는 일반 법인세법이 아닌 부동산투자회사법을 기반으로 과세돼야 한다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부동산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세금 부과는 이중과세 성격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리츠 배당 확대 정책에도 정면으로 배치되고 이제 막 성장세로 접어든 리츠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중대한 문제였다”며 “코람코의 리츠를 계기로 난제가 해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리츠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내 PF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데다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도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어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현재 리츠 투자는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우선 해외보다는 한국 리츠의 투자 매력이 높은 상황이다. 리츠가 투자한 자산의 경기 상황 때문이다. 국내 리츠는 주로 오피스빌딩과 물류센터, 리테일 자산을 담고 있다. 국내 오피스빌딩은 실질 공실률이 3% 미만일 정도로 수요가 많고, 리테일도 장기간 임대 계약을 맺고 있어 공실 부담이 작다.
반면 무디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주요 도시 오피스 공실률은 19.6%에 달해 집계가 시작된 1979년 이후 최고치인 상황이다. 유럽 주요 도시들도 미국보다는 양호하지만 8% 수준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리츠 평균 주가는 연초 대비 3월까지 4.1% 하락했다. 반면 한국 리츠는 1.7% 상승했다.
두 번째로는 중소형 리츠보다 대형 리츠가 유리하다. 금리가 떨어지는 환경에서는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은 대형 리츠들의 혜택이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형 리츠의 경우 신규 자산을 편입할 때 대형 리츠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커져 배당 희석 우려가 큰 만큼 둘 사이 자산 규모 간격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 가격 하락이 큰 리츠와 높은 차입 부담으로 할인율이 높아진 대형 리츠들이 실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저 싼 리츠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소형 리츠나 경제환경과 이해 상충 가능성이 큰 리츠, 전략이 모호한 리츠는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츠 편입자산 형태로 따지면 국내 리츠는 앞서 말했듯 오피스와 리테일 분야를 주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급 과잉 문제가 떠오르는 물류센터 등을 기반으로 한 리츠는 확실한 임차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주의하는 것이 좋다.
미국 등 해외 리츠는 오피스 시장이 좋지 않은 만큼 성장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노인주거, 데이터센터, 쇼핑몰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실제로 최근 미국 리츠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웰타 워(Welltower)는 미국 노인시설을 집중적으로 보유한 헬스케어리츠다. 노인주거시설 임차율 회복, 임대료 상승, 인건비 완화를 이유로 올해 10.4%의 성장률이 제시되고 있다.
[손동우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