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권역(반포동·잠원동)은 1970년대 초반 서울 강남 개발과 동시에 진행한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시작된 곳이다. 당시 정부는 강북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강남에 대규모 택지 개발을 추진했는데 이때 떠오른 곳이 반포동, 압구정동, 잠실동, 동부이촌동, 서빙고동 등이다. 특히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반포 일대 매립지를 일괄로 사들여 1974년 강남 최초 아파트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를 만든다. 당시로선 보기 힘든 중대형 면적(72~138㎡), 복층형 설계 등을 선보이며 입주자 역시 고위 공무원, 변호사, 의사, 기업 임원 등으로 채워졌다.
이후 1977년 고속터미널 근처에 반포주공2·3단지가 들어서고, 한신공영도 아파트 건설 대열에 합류하면서 반포동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한동안 잠잠하던 반포권역은 2000년대 중반 서울 최고급 주거지로 발돋움 했다. 2009년 반포자이(옛 주공3단지)와 래미안퍼스티지(옛 주공2단지), 2016년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2023년 래미안원베일리(옛 신반포3차·경남)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최고가 아파트 단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반포지역 폭발력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존재하는 고급 아파트촌에 차세대 대표 주자인 반포주공1단지뿐만 아니라 신반포21차, 신반포7차 등 소규모 재건축 단지까지 새 아파트로 줄줄이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통적 학원가인 삼호가든 사거리 인근의 삼호가든5차와 반포미도1차 등도 재건축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가고 있다. 반포권역의 2세대 전환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시장에 나온 메이플자이를 필두로 올해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반포권 내 단지는 꽤 많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권역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장은 모두 21곳으로 이를 통해 들어설 새 아파트는 1만9397가구에 달한다. 잠원 동아아파트 등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도 있어 이들을 합치면 2만 가구 이상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압구정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 반포 위상을 넘볼 수 있는 지역은 별로 없다. 지금도 비싼 지역이지만 많은 수요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반포지역은 강남에서도 정중앙에 가까운 입지라 강북 도심권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데다 한강 조망권도 뛰어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파미에스테이션, 뉴코아아울렛 등 생활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이 지역 ‘왕좌’를 노리는 단지도 내세우는 장점이 제각각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특징을 꼼꼼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포동 일대는 강남에 최초로 들어선 아파트촌이자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시대를 연 지역으로 상징성이 큰 곳”이라며 “한강변 라인에 위치한 데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 개발 호재도 갖춰 재건축 이후가 더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 사업으로 지어지는 ‘메이플자이’는 예전부터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래미안원베일리와 함께 ‘반포 대장주’로 거론되던 단지다. 지상 최고 35층, 29개 동, 3307가구를 짓는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단지 남측 반포자이와 함께 거대한 ‘자이 타운’을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단지다. 2월 6일 일반 분양을 진행했는데 서울지역 1순위 청약이 81가구 모집에 3만582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442 대 1을 기록했다. 전날 81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공급에서도 1만여 명이 몰려 평균 123.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은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이곳은 3.3㎡당 분양가가 6705만원이다. 전용 43㎡ 12억원대, 전용 49㎡ 15억원대, 전용 59㎡ 17억원대다. 전국 평균 분양가(1700만원대)보다 4배 가까이 높지만 강남 인근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소형 평수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공간 효율을 높인 ‘가성비 구조’가 적용된 점도 호평받았다. 메이플자이는 이번에 청약접수한 162가구 중 6가구만 전용 59㎡이고 156가구는 43㎡, 49㎡ 소형 평수다. 그런데 전용 49㎡(21평)에 방3, 화장실2 구조를 적용했다. 기존에는 방2에 거실 혹은 방3에 화장실1개였는데 이번에 방3, 화장실2 구조로 신혼부부나 1자녀 가족도 실거주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플자이의 가장 큰 특징은 단지 내 2개 동 옥상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다. 210동과 211동을 잇는 이 공간에는 90평의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선다.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등 미래 개발 호재도 꽤 있다.
메이플자이 다음으로 사업속도가 빠른 재건축 단지다. 올해 6월이 입주 목표인 만큼 4월경엔 후분양 방식을 통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이후 규모(641가구)는 작다. 하지만 입지로 보면 반포대교 서쪽의 내로라하는 단지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아크로리버파크에 둘러싸인 이 아파트는 외국인 학교인 덜위치칼리지, 서울 강남권의 유일한 사립초등학교(계성초등학교) 등을 끼고 있다. 반포중도 가깝고, 길 하나를 건너면 세화여고·여중이 있다.
신반포15차는 기존 5층 아파트에 중대형 평형(146~217㎡)으로만 구성돼 있어 재건축 사업성이 꽤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비업계에선 래미안원베일리보다 오히려 뛰어나다는 얘기도 나오는 만큼 재건축 이후 고급화에 얼마나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래미안원펜타스는 공정률이 80%이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대상에서 제외돼 분양 가격이 메이플자이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업계에서는 3.3㎡당 7000만~8000만원 선을 예상한다. 잔금 일정이 짧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디에이치클래스트는 반포뿐만 아니라 압구정 현대·대치 은마 등과 함께 서울 전역에서도 재건축 사업의 상징 같은 존재다. 현대건설이 시공사인데 사업비만 10조원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2120가구를 재건축해 5002가구로 탈바꿈한다. 호텔에나 있는 컨시어지센터, 국내 최초 아파트 단지 내 오페라하우스, 인도어(In Door) 테니스코트, 키즈 레고랜드, 프라이빗 볼링장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모두 포함할 예정이다.
디에이치클래스트는 9호선 구반포역이 붙어 있는 초역세권 단지다. 4호선 동작역도 걸어서 10분 거리다. 교통, 학군, 편의시설 등이 모두 뛰어난 데다 한강뷰가 가능한 ‘5000가구 대단지’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수요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단지는 2021년 이주 및 철거가 진행됐는데 착공이 계속 미뤄져왔다. ‘35층 룰’이 폐지되면서 최고층을 49층까지 올리자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사업비와 사업 지연 등의 이유로 안건이 부결돼 최고 35층 규모로 결정됐다. 현재 사업속도로 보면 약 2400가구가 이르면 내년 일반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래미안트리니원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단지로 디에이치클래스트와 생활 인프라를 공유한다. 구반포역을 기준으로 북측이 디에이치클래스트, 남쪽이 래미안트리니원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20평형대(72㎡) 단일 평형으로 구성됐지만 대지 지분이 많아 재건축 후 30평형대를 추가 분담금 없이 받을 수 있다. 물론 ‘1가구 1주택 10년 보유 5년 거주’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한 경우에만 거래가 가능해 매물은 거의 없다.
이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반포권역에서도 명문학교로 꼽히는 세화고와 세화여고, 세화여중에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근처 공인중개업소들 사이에선 ‘기숙사 단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가장 큰 약점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다. 2020년 9월 예상 부담금으로 1인당 4억200만원을 통지받아 정비사업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물론 최근에는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워낙 사업성이 좋은 아파트인 만큼 재건축 부담금이 막상 나오면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닐 거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래미안트리니원은 빠르면 올해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 이후 2091가구로 탈바꿈하는데 500여 가구가 일반분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25~2026년 입주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분양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한강변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도 ‘알짜 입지’다. 땅 모양이 가로로 길기 때문에 재건축 이후 모든 가구가 한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역세권까지 갖춰 반포주공 1·2·4주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반포2차 재건축 사업은 조합 설립까지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추진위 설립인가는 2003년에 받았지만 한강 조망권 등을 둘러싼 소유주 사이 갈등으로 조합 설립이 여러 차례 무산됐고, 7년 동안 추진위원장 대행 체제가 계속됐다.
하지만 2020년 10월 극적으로 조합이 설립되면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합은 기존 아파트 13개 동 1572가구를 철거한 뒤 최고 49층 아파트 2057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12층 중층 아파트라 공급 면적 기준으로 비슷한 평형을 배정받으려면 1억~2억원가량의 추가분담금은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 조망은 안 나오지만 생활 편의성만큼은 반포 권역에서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고속터미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등이 모두 걸어서 접근 가능하며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초역세권이다. 이른바 ‘슬(리퍼)세권’이다.
이 아파트는 소유주 90% 이상이 재건축에 동의했지만 인근에 위치한 뉴코아 상가 소유주들과 의견이 정리되지 않아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조합이 상가 소유주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2019년 12월 함께 조합을 결성했다. 정비사업 추진의 또 다른 암초였던 단지 안 수영장 용지 문제도 상호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조합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1828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동일 평형 대비 대지 지분은 신반포2차보다는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다.
[손동우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