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민간 아파트는 20만 가구 근처일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0만 5327가구 이후 가장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2023년 민영 아파트 분양은 계획 물량 중 일부만 실제 분양으로 이어졌다. 나머지는 모두 2024년으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 물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전망이다.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공사비 분쟁이 곳곳에서 생긴 데다 경제 상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분양 일정이 계속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 단지의 ‘양’은 많지 않지만 ‘질’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정이 밀린 단지들이 반포·청담·방배 등 서울 강남 핵심지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강남권에서 분양 일정을 잡은 아파트는 9곳이었다. 하지만 청담동 청담르엘과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아크로리츠카운티는 2024년으로 일정이 밀렸고,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문정동 136 재건축)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단지도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 올해는 강남권에서 대거 분양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노량진뉴타운과 한남뉴타운 등 비강남권에서도 굵직한 단지가 잇따라 선보인다.
청담동에서는 청담삼익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청담르엘’ 일반분양이 진행될 예정이다. 1980년 준공된 이 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최고 35층·1261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전체 물량 가운데 17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이 아파트는 강남의 대표적 부촌인 청담동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다. 지하철 청담역도 걸어서 7~8분 거리이고 삼성동·압구정동 등과도 가까워 실수요자들 관심이 많다.
이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한강변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단지 배치도를 살펴보면 소형 평수는 영동대로 라인으로, 대형 평수는 한강변으로 구성됐다. 청담동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가 공급되는 건 2014년 준공된 ‘청담래미안로이뷰’ 이후 처음이다.
방배동에서도 대규모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방배6구역이 ‘래미안원페를라’라는 이름으로 분양될 예정이다. 총 1097가구 가운데 497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배정됐다. 방배6구역 남측에 위치한 방배5구역(디에이치방배) 역시 2024년 일반분양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착공시기가 크게 차이나지 않았던 만큼 방배6구역 일정보다 조금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체 물량은 3080가구로 방배동 일대 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이 단지는 일반 분양만 1686가구에 달한다.
5구역은 규모 외에 입지도 우수하다. 이수역(4·7호선)과 내방역(7호선) 사이에 위치하고, 2호선 방배역도 걸어서 가기에 무리가 없다. 방배초·이수초·이수중 등 학교도 주변에 상당히 많다. 강남 테헤란로까지 직선으로 연결하는 서초대로를 끼고 있어 도로 교통도 좋다. 6구역은 5구역보다 규모가 작지만 입지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내방역과 이수역 사이에 있고, 서문여중·서문여고와 가깝다. 방배동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반포동과 잠원동에서도 각각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와 신반포4지구(신반포메이플자이), 래미안트리니원(반포주공3주구)이 분양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반포15차는 전체 641가구 가운데 26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풀린다. 신반포4지구에서는 3307가구 가운데 23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래미안트리니원에서는 537가구가 일반분양될 것으로 전망된다.
래미안원펜타스는 재건축 이후 규모(641가구)는 작은 단지다. 하지만 입지로 보면 반포대교 서쪽의 내로라하는 단지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아크로리버파크에 둘러싸인 이 아파트는 외국인 학교인 덜위치칼리지, 서울 강남권의 유일한 사립초등학교(계성초) 등을 끼고 있다. 반포중과 가깝고, 길 하나를 건너면 세화여고와 세화여중이 있다. 9호선 신반포역도 바로 앞에 있다.
이 아파트는 기존 5층 아파트 시절 중대형 평형(146~217㎡)으로만 구성돼 있어 재건축 사업성이 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현재 이 지역 ‘대장’인 래미안원베일리보다 오히려 뛰어나다는 얘기도 나오는 만큼 재건축 이후 고급화에 얼마나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용107㎡, 137㎡, 191㎡ 등 서울 강남권선 보기 어려운 대형 평형이 분양돼 눈길을 끈다. 신반포메이플자이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 래미안원베일리와 함께 ‘반포대장주’로 거론되는 사업지다. 신반포 8·9·10·11·17차, 녹원한신, 베니하우스 등 7개 아파트와 상가 단지 2개를 통합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단지 남쪽 반포자이와 함께 거대한 ‘자이 타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등 미래 개발 호재도 꽤 있다. 이 단지는 특히 한강이 보이는 스카이브리지가 특징이다. 단지 내 2개 동(210동·211동) 옥상을 다리로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에는 커뮤니티시설도 들어선다.
래미안트리니원은 반포권 최대 규모 아파트인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와 생활 인프라를 공유하는 단지다. 구반포역을 기준으로 북측이 1·2·4주구, 남쪽이 3주구다. 이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반포권역에서도 명문 학교로 꼽히는 세화고와 세화여고, 세화여중에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근처 공인중개업소들 사이에선 ‘기숙사 단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총 2678가구(일반분양 578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도 2024년 초 사이에 분양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잠실에선 19년 만에 나온 새 아파트 단지다. 단지는 한강변은 아니지만 교통의 요지에 위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지 바로 앞엔 서울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이 자리했다. 5~10분 걸어가면 9호선 한성백제역, 2호선 잠실나루역, 2·8호선 잠실역 등 3개 역을 이용할 수 있어 ‘쿼드 역세권’ 단지로 불린다.
또 ‘공(원)세권’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강점이다. 단지 건너편에 올림픽공원이 있다. 일부 가구는 집에서 올림픽공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공원뷰’도 가능할 전망이다. 또 걸어서 10분 거리에 한강공원과 석촌호수, 성내천 등도 있다.
비강남권에서는 노량진뉴타운과 한남디에이치더로얄(한남3구역 재건축) 등이 2024년 중 분양 가능성이 있다. 서울 서남부권 요지로 꼽히는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중에서는 사업속도가 빠른 2구역과 6구역, 8구역 등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노량진6구역은 현재 철거를 진행 중이다. 재개발 과정이 끝나면 노량진 6구역은 1499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분양 770가구와 임대 262가구를 제외한 467가구가 이르면 2024년쯤 일반에 분양된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는다. 언덕에 있어 지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단점이지만 장승공원·백로어린이공원 등이 가깝고 주변 학교 접근도 쉬운 편이다. 2구역은 지하 4층~지상 29층 421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분양 111가구와 임대주택 106가구를 제외한 200여 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역세권으로 동작구 종합행정타운이 근처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개발 기대감도 크다. 2구역은 역세권 밀도계획이 적용돼 용적률 398%와 건폐율 43%가 적용된다. 전체 노량진뉴타운 지역 중 조합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다.
8구역은 노량진뉴타운 안에서도 은근히 괜찮은 입지로 꼽힌다. 노량진역과 대방역 사이에 위치해 약간 걸으면 두 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노량진역(1·9호선)에는 서부선까지 들어올 예정이고 대방역에는 1호선과 신림선이 지나간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한남3구역은 2020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남3구역은 총 사업비만 약 7조원, 예정 공사비만 1조888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다. 앞으로 한남3구역은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총 5816가구(임대 876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 ‘디에이치한남’으로 다시 탄생한다. 일반분양은 831가구다. 이곳은 구역 전체가 언덕으로 돼 있어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권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현대백화점을 입점시킨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사가 상당한 것은 한남3구역의 단점이기도 하다.
서울 지역에 핵심 단지들이 줄줄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꼭 체크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최근 분양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하면 ‘로또 청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강남권에서 분양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설계 변경 같은 절차적 문제에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분양가를 좀 더 높게 받으려는 조합의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개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높이길 원한다. 분양가격이 높아야 조합원(집주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공사비와 인건비 등이 많이 뛴 반면, 강남권은 분양가 상한제에 걸려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이지 못한다. 조합 입장에선 일정을 미루고 싶은 유혹이 많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강남3구에서 후분양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일정을 미루다 입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분양하는 단지가 많다는 뜻이다. 후분양은 일반적인 ‘선분양’보다 위험이 높지만 인기가 많은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2023년 분양을 계획 중인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도 2024년 입주가 예정인 후분양 아파트다.
시장에선 강남·서초 아파트 일반분양가로 3.3㎡당 6000만~7000만원을 예상한다. 국내 재건축 단지 중 분양가가 가장 비쌌던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3.3㎡당 5653만원)’보다 최대 1000만원 이상 높다. 올라간 땅값과 불어난 공사비를 반영한 전망치다.
후분양 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건설비용 등을 좀 더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격이 이보다 좀 더 오를 수도 있다. 최근 주택 공급절벽에 대한 경고가 계속 나오는 점도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공급을 촉진한다는 ‘상징성’을 만들기 위해 강남3구에 적용 중인 분양가 상한제가 해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는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손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