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4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 자산 매수세가 확산될 것 같은 기대감과 더불어 기대가 과도하다는 신중론이 공존한다.
2023년 12월 13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은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2024년 말 ‘미국판 기준금리’ 연방기금금리 중앙값을 4.6%로 제시했다. 이는 이전에 내놓았던 전망치(5.1%)보다 낮아진 수준이며, 올해 금리를 0.25%포인트(p)씩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점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들 19명 중 6명은 2024년 말 기준금리가 연 4.5~4.75%일 것으로 예상(내년에 총 75bp 인하)했고 5명은 4.75~5%, 4명은 4.25~4.5%, 2명은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 1명은 5~5.25%, 나머지 1명은 3.75~4%로 내다봤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원하는 금리 수준에 점을 찍어 의사를 표시해놓은 도표를 말한다. 연준은 2024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4년 1.2~1.7%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2023년 성장률 예상(2.5~2.7%)보다 낮아진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은 경로를 따라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월가 강세론자’로 유명한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오는 2025년 말에 S&P500 지수는 6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2026년에는 S&P500 기업들의 1주당 순이익(EPS) 평균치가 300달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일 것으로 내다봤다. 야데니 대표는 2024년 말 S&P500 지수가 48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다만 뉴욕증시 약세장 경고음도 나온다. 미국 투자업체 켄터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루트닉 대표는 CNBC인터뷰에서 “연준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느리게 움직인다”면서 “경제가 정말로 필요할 때(금리 인하가 필요할 정도로 침체될 때)까지 실질적인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해 강세를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기대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의 크리스 하비 미국주식전략 부문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속적으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강조하면서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누르려 하지만 투자자들이 생각을 바꿀지는 의문”이라면서 현재 시장은 충격에 대응하기에는 다소 과열돼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투자자들이 너무 낙관적”이라면서 “기업의 가격결정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 뉴욕증시는 약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새해 뉴욕증시에 대해 다소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월가 최대 IB인 JP모건은 S&P500이 2024년 말 42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4700, 4500을 예상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끌어 온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요 투자 내역 중 현재 공개된 가장 최근 내용은 2023년 3분기(7~9월) 매매 동향이다. 버크셔는 일부 투자 내역은 비공개로 부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만 보고했다. SEC는 모방 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공개 제한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현황을 공개하는 ‘13F’ 공시에 따르면 버크셔는 2023년 3분기까지 현금 보유액을 늘렸고, 주요 종목을 매도한 점이 눈에 띈다.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2023년 3분기 기준 총 1572억달러(약 203조8000억원)다. 이는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지분 가치인 1568억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며,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1년(1490억달러)을 넘어섰다. 직전 분기인 2분기에 비해서는 거의 100억달러 불어났다.
2023년 3분기 버크셔는 주식을 총 70억달러어치 팔았고, 17억달러어치 사들였다. 버크셔의 주식 투자는 애플과 셰브론,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등 5개 기업에 집중돼 있다.
회사가 2023년 3분기 집중 매도한 종목은 주로 제조업종이다. 2023년 3분기에 버크셔는 제너럴모터스(GM) 지분 8억4800만달러어치를 모두 팔았다. 프록터앤드갬블(P&G)과 특수재료 회사 셀라니, 식품 제조업체 몬덜리즈, 존슨앤드존슨, 물류운송업체 UPS 지분도 전부 내다팔았다. 게임업체 블리자드 지분도 처분했다. 블리자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상태다. 이 밖에 ‘미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 지분은 5% 줄였다.
버크셔는 현금 대부분을 미국 단기채 형식으로 보유해왔다. 주식 비중을 줄이고 단기채 위주로 채권 비중을 높인 것은, 높은 이자 수익과 더불어 중·장기 국채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버크셔가 비공개한 내역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10여 년 전 회사는 IBM과 엑슨모빌, 2020년 말 셰브론과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 등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할 때도 이를 기밀에 부친 적이 있다.
한편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헤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2023년 3분기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을 집중 매수해 시장의 눈길을 끈다. 퍼싱스퀘어캐피털의 13F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해당 시기에 알파벳 지분 2억84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퍼싱스퀘어의 주요 매수 종목은 알파벳이다. 회사는 2023년 3분기 우선주인 알파벳 C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보통주인 알파벳 A를 216만9824주 매수했다. 이에 따라 알파벳 A가 퍼싱스퀘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1%포인트(p) 늘었다. 우선주와 보통주를 합치면 알파벳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19% 다.
2023년 3분기를 기점으로 알파벳은 애크먼 회장의 선호 종목인 치폴레멕시칸그릴(16.62%)을 넘어 퍼싱스퀘어 최대 보유 종목이 됐다. 애크먼 회장은 인공지능(AI) 투자 열기에 주목하면서 2023년 1분기부터 분기마다 꾸준히 알파벳 주식을 추가 매수해왔다. 이 밖에 글로벌 호텔체인인 힐튼월드와이드 주식을 1억4600만달러어치 더 사들였으며 ‘ETFMG 부동산 테크 상장지수펀드(ETF)’를 175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주요 매도 종목은 집수리용품업체 로우스다.
채권을 보면, 애크먼 회장은 2023년 10월 말 미국 국채 공매도를 청산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장기금리 수준에서 쇼트 포지션을 유지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밝혔다. 미국 국채 가격이 계속 하락할것으로 보기 어렵고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애크먼 회장은 2023년 8월 자신이 30년물 국채를 공매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가격 하락(=수익률 상승)에 베팅했다가 이를 접은 것이다.
다만 애크먼 회장의 선택이 항상 옳았던 건 아니다. 그는 지난 2022년 넷플릭스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미국 투자업체 캐피털웰스플래닝의 케빈 심슨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새해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에 고배당주가 유리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캐피털웰스플래닝 측이 제시한 2024년 ‘다우의 개’ 종목은 암젠(AMGN), 코카콜라(KO), 시스코(CSCO), 골드만삭스(GS), IBM(IBM), 셰브론(CVX), 다우(DOW), 3M(MMM), 버라이즌(VZ),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다.
다우의 개는 미국 다우존스30산업 평균지수에 편입된 30개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 중 최근 12개월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8.3%)이고 가장 낮은 종목은 암젠·코카콜라(모두 3.1%)로 언급된 10개 종목 모두 배당수익률이 3% 이상이다.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전체 투자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주가가 전체 지수보다 상승률이 뒤처지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 ‘다우의 개’ 10대 종목에 꼽힌 미국 드러그스토어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 주가는 2023년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연중 38% 떨어진 바 있다.
이 밖에 대형 정유업체인 셰브론 역시 2023년 다우의 개 종목으로 꼽혔지만 같은 기간 주가가 약 17% 떨어져 배당수익률(4.25%)을 끌어내렸다. 두 종목 연중 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다우존스30지수의 경우(약 9%)보다 뒤처졌다.
지수보다 주가 상승률이 높고 배당 수익률이 높은 경우도 있다. 일례로 2023년 다우의 개 종목이던 JP모건체이스(JPM)는 2023년 1월 이후 주가가 약 17% 올라 다우존스30지수 상승률을 앞질렀다. 해당 종목 배당수익률은 2.65%다. 이에 대해 심슨 CIO는 “주식 투자수익률은 배당수익률뿐 아니라 주가 변동률도 봐야 하며 주가는 결국 기업 역량에 달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우의 개는 1990년대 초 월가의 유명 투자자 마이클 오히긴스가 발전시킨 투자 전략을 부르는 말이다. 다우존스30지수에서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10대 종목에 동일한 금액을 투자한 후 연말까지 보유하다가 매도하는 방식이다.
공매도로 유명한 울페리서치는 올해 미국 경기가 침체되는 경우 투자자들의 배당주 선호도가 더 높아지겠지만 오히려 배당주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크리스 세니예크 울페리서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배당 삭감 리스크가 있는 기업 10곳을 꼽았다. 침체 여파로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은 배당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당 삭감 리스크가 있는 10대 기업은 미국 대표 장난감업체 해즈브로(HAS)와 가전기업 월풀(WHR), 백화점 체인 콜스(KSS), 정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TSN), 투자사 칼라일그룹(CG), 글로벌제약사 화이자(PFE),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MDT), 물류 업체 UPS(UPS), 유리제조업체 코닝(GLW), 금·광물 채굴업체 뉴몬트(NEM)다. 이 중 해즈브로 경영진은 2023년 12월 직원 메모를 통해 1100명 추가 삭감에 들어간다고 공지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