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2차전지 관련주들이 부진을 겪으며 투자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반대로 2차전지 관련주의 하락에 베팅한 개미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지난 9월 12일 KB자산운용은 2차전지 테마주의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ETF를 출시했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2차전지TOP10인버스ETF(이하 KB2차전지 인버스ETF)’였다. 인버스ETF는 특정 지수나 종목의 주가가 내려가야 이익을 얻는데, 이번에 나오는 신상품은 2차전지 종목들이 하락해야 수익이 난다. 국내 증시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인버스ETF가 상장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티 2차전지ETF’가 담는 탑10종목은 삼성SDI,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SK이노베이션, 엘앤에프, POSCO홀딩스, 코스모신소재, SK아이이테크놀로지다. 종목별 투자 비중은 전부 다른데, 삼성SDI와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15%씩 차지해 큰 편이다.
투자자들은 2차전지 업종의 미래 전망에 대해 밝게 보면서도 실적 대비 성장성이 과도하게 먼저 반영되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ETF는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당분간 2차전지 관련주의 조정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 생겨난다는 점 때문이다. 반면 2차전지주의 상승세가 이어지길 기대하는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이 상품을 출시한 자산운용사 측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높은 관심은 거래량으로 이어졌다. 상장 첫날인 12일 KB2차전지 인버스ETF는 332만5134주가 거래됐다. 이는 전체 ETF 시장 거래량 9위에 해당한다. KB자산운용이 함께 출시한 정방향 ETF인 KBSTAR2차전지TOP10은 53만8732주 거래되는 데 그쳤다. KB2차전지 인버스ETF의 상장 첫날 수익률은 시초가 대비 2.86% 상승한 2만10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후에도 KB2차전지 인버스ETF에 대한 개미투자자들의 사랑은 지속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4거래일간 해당 ETF를 461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10개 2차전지 종목의 상승률을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KBSTAR2차전지TOP10’ ETF의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107억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2차전지 대장주의 조정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더욱 늘어나는 모양새다.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는 황제주(1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종목) 자리를 내주고 80만원대로 내려앉는 등 2차전지 종목들이 줄줄이 조정에 돌입했다. 에코프로는 지난 7월 26일 시가총액 32조6988억원에 달했지만 9월 16일 기준 시총이 9조원가량 휘발되며 23조698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 역시 같은 기간 44조4996억원의 시총이 27조3844억원으로 감소했다. 에코프로그룹과 함께 2차전지 붐을 이뤘던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역시 급락세를 탔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너무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감소 우려와 미국 9월 예산안 합의 이슈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모멘텀 저하로 2차전지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인버스ETF 상품이 나온 이후 개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점을 보면 2차전지 테마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이 늘어나면서 상반기와 같은 수급 쏠림에 따른 주가 급등이 재현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2차전지주가 조정을 거친 후 4분기 이후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등 기반 산업의 성장성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 업종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실적 우려가 4분기부터 점차 완화하면서 연말 신규 수주와 증설 등의 모멘텀이 주가 반등의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미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KB2차전지 인버스 ETF는 일반 ETF와 달리 세금과 수익률 계산에서 차이가 있어 챙겨야 할 요소가 더 많다. 특히 전문가들은 해당 ETF는 장기 보유할 경우 승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해당 ETF는 실물이 아닌 기초 지수를 추종하는 합성ETF다. 2차전지 기초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KBSTAR2차전지Top10ETF는 실제 주식을 편입해서 운용하기 때문에 ‘실물ETF’라고 부른다. 반면 기초지수의 역방향을 추종하는 ‘KB2차전지인버스ETF’는 합성ETF로 출시됐다. 이러한 합성ETF로 출시하는 이유는 실물 운용이 제한적일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회비용으로 장외 파생상품 계약을 활용해 원활한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합성ETF는 실물ETF와 세금이 달라진다. 국내 기업의 주식을 실물로 운용하는 실물ETF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KB2차전지 인버스 ETF를 포함한 모든 합성ETF의 경우는 매매차익에 대해서 보유기간과세를 적용받는다. 인버스ETF도 상품에 투자할 경우 매매차익과 과표기준가 차이 중 적은 금액에 세금이 부과된다. 또한 일간수익률의 –1배를 추종하도록 설계한 인버스ETF의 경우 기간수익률 –1배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KB자산운용 측은 “가격을 추종하는 정방향 ETF와 매일매일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한 쇼트상품의 경우 결괏값이 달라질 수 있다”라며 “장기 보유할수록 이런 차이는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하여 2차전지인버스ETF 기초 지수를 기준으로 장기 보유할 때 수익을 볼 확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통계상 2차전지인버스ETF 기초지수를 기준으로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은 낮아진다”라며 “60영업일 이상 보유할 때 승률은 20%대까지 낮아지는 만큼 투자기간은 짧게 가져가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일별로 2차전지 인버스 보유기간에 따른 수익률 분포 추이를 살펴보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 상위 25% 수준이 11.3%임을 고려해 목표수익률을 세울 것을 추천한다”라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