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 거래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7월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규 발생한 신용거래액은 224억7300만원으로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수보다 기간은 길지만 3개월 남짓의 시간 동안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더 많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투자자들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2023년 상저하고라던 여의도 증권가와 정부의 공통된 예상을 깨고 증시가 상반기 내내 계속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8월 1일에는 코스피지수가 2668.21포인트로 단기고점을 형성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에코프로는 150만원을 넘나들며 황제주로 등극했고, POSCO홀딩스도 60만원대까지 치솟으며 ‘엉덩이가 무거운 주식’이라는 세간의 선입견을 깨부쉈다.
증시가 마냥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종목이 주도한 장세’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정연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투심은 강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상승 재료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별종목 이슈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테마주에 대한 쏠림현상이 만연했다는 점이다. 2차전지, 초전도체, AI 등으로 증시 자금이 휩쓸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 들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등 2차전지 테마가 증시에 불을 붙였을 때도 뒤늦게 뛰어든 개인들의 패닉바잉이 관찰됐다. 이후 초전도체, 맥신, 양자 컴퓨터 등 다양한 테마가 기승을 부렸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엔 대기업들이 로봇 투자를 확대하고 두산로보틱스가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로봇주가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혼자만 수익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신드롬에 휩싸였다.
결국 투자자들의 선택은 빚투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초만 해도 하루 2000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미수거래 금액이 5월부터는 5000억원 아래로 가는 날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미수거래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3일 동안의 단기 자금을 빌려 자기자본으로 살 수 있는 주식보다 많은 수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지만 주가가 생각과 달리 하락하는 경우 빌린 돈을 더 넣어야 한다. 돈을 빌리는 기간이 3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낙폭이 커서 약정된 증거금율 아래로 잔고가 내려가면 강제로 반대매매를 당하게 된다. 이땐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신용거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용거래는 미수와는 달리 보통 3개월 동안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서 레버리지를 높이는 방식이다. 40%의 증거금률을 요구할 때 레버리지는 2.5배가 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반대매매를 당해 손실이 커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투자 방식이다.
이 신용거래를 이용해서 증권사는 높은 이율을 누릴 수 있고, 투자자는 상승할 것으로 확신이 드는 종목에 레버리지를 높여 투자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신용거래를 주로 하는 선진국에서는 신용거래를 통해 시장이 고도화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신용거래를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는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시 금융투자협회의 통계를 보면 신용거래가 올 들어 얼마나 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올 초 15조~16조원 대에 머물던 신용융자 잔고가 20조원을 심심치 않게 넘나들더니 지난 8월 2일부터는 20조원 아래로 단 한 번도 내려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보다 규모가 작은 종목들이 포진한 코스닥시장에 신용거래가 몰리고 있는 점이 문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신규로 체결된 신용거래액은 모두 129조9181억원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이 1조834억원이 체결된 반면 시총 규모가 작은 코스닥시장에서는 128조8346억원이나 체결됐다. 1월 초 5거래일 평균 신용거래액은 코스닥시장 기준 4882억원이었지만, 7월 마지막주 5거래일 평균으로 보면 1조1116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증권사별 신용거래액을 보면 어떤 증권사가 신용공여에 더 집중했는지도 알 수 있다.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키움증권이 가장 많았고, 업계 수위를 다투는 미래에셋증권도 신용공여 규모가 큰 증권사였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발생 신용거래액을 보면 키움증권이 신규 20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셋증권이 19조원으로 2위, 그다음은 NH투자증권으로 개인신용거래가 급증해 11조5344억원, 삼성증권이 11조509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시장 규모와 비교했을 때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 8월3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의 비중은 2.216%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상승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3월 시점에는 1.63%에 불과했다. 국제적으로 봐도 매우 높은 수치이지만, 더 문제는 오르는 속도다. 6월 말 기준 일본프라임시장의 시총 대비 신용잔고는 0.427%에 불과했고, 7월 말 기준 중국 A주는 2.3%로 계산된다. 미국은 6월 말 기준 1.46%다. 우리 코스닥시장이 중국 증시와 비슷한 수준의 신용잔고율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용과 미수는 종목의 주가가 오를 때 오름폭을 확대시킨다는 점과 하락 시 반대매매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주가 등락폭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실제 반대매매 액수는 올 초만해도 하루 1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5월 들어 하루 500억원 수준의 반대매매가 매 거래일 반복돼 나타나고 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5~6%대에 머물던 것이 이제는 9~10%로 높아졌다. 1거래일 동안 5000억원의 미수거래가 신규로 발생하는데 그 10%나 되는 500억원 정도는 주가 예측 실패로 큰 하락폭을 견디지 못하고 반대매매를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용잔고 측면을 보면 테마주를 찾아 신용거래를 통해 레버리지를 높이는 극단적 위험투자 행태가 횡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테마주가 신용융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실제 신용잔고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에스피지의 신용융자 잔고는 9월 11일 기준 178만5205주로 지난 8월 말(133만733주)에 비해 25.9% 늘었다.
뉴로메카의 신용융자 잔고도 8월말 45만167주에서 9월 11일 기준 52만670주로 15.7% 증가했다. 세라믹, 볼, 베어링, 특수베어링, 크로스롤러, 로봇 등을 생산하면서 역시 로봇주로 분류되는 에스비비테크의 신용융자 잔고도 같은 기간 23만4297주에서 26만6599주로 늘었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을 앞두고 지주사인 두산의 신용융자 잔고 역시 급증하고 있다. 두산의 신용융자 잔고는 8월 말 26만5082주였지만 9월11일 29만8779주로 늘었다. 총선을 앞두며 ‘한동훈 테마주’라 불리는 노을의 신용융자 잔고도 8월 말 7만5376주에서 9월 11일 11만1327주로 47.7% 증가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에서 일부 종목에 신용거래가 몰리고 있는 점과 신용거래 증가 속도가 높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신용거래와 미수거래의 절대액 자체가 크게 늘었다는 점은 우려스럽지만, 같은 기간 전체 주식시장 거래액도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에서 아직은 시장에 시스템리스크를 불러올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전체 거래액 중 신용거래 비율을 보면 올 1월 첫 주 유가증권시장의 총 거래액 가운데 0.125%가 신용거래였지만, 이 비율은 7월 마지막주가 되면 0.07%로 오히려 감소한다. 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지다. 1월 첫 주 기준 9.59%에 달했지만, 7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는 6.93%에 불과하다.
최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