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은 실손의료보험과 함께 ‘국민보험’으로 꼽힌다. 보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2가지는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흔히 사회초년생들에게 월급의 5~10%를 보험료로 책정하기를 권하는데, 요즘 가입할 수 있는 4세대 실손(보험료 1만원대)과 암보험(3만~4만원대 설계)을 들면 기본적인 리스크 대비는 되었다고 본다. 요즘 보험 업계는 ‘두 번째 암보험’ 경쟁 중이다. 국민 대부분이 이미 암보험이 있다 보니,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신규고객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올해부터 새 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보험사 장부 작성 방식도 달라졌는데, 새 제도에서는 암보험 등 장기상품을 많이 파는 회사가 유리하다. 최근 보험사들이 보장을 강화하고 고객 편익을 높인 신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이유다. 암보험 가입하기 좋은 시기, 한 번쯤 생각해볼 체크 포인트를 정리했다.
먼저 기존에 가입한 암보험 약관과 보장내용을 분석해야 한다. ‘세컨드 암보험’인 만큼 기존에 부족한 부분을 알아야 채워줄 상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보험이 2000만~3000만원의 암 진단금과 통원 및 입원 치료비 등을 보장한다면, 새 상품은 진단금을 늘리거나 최신 암치료비를 보장하는 식으로 보완하는 게 좋다. 암보험 트렌드는 미묘하게 바뀌었다. 1세대 암보험은 수술비 보장 위주여서 2000만~3000만원을 보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많이 팔린 2세대 트렌드에서는 ‘암에 걸린 후 생활비 보장’에 초점을 맞췄다. 원하는 보장금액도 커져서 많게는 1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고객들이 늘었다.
암 치료 후 완치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50대 이 모 씨는 “요즘은 국가가 보장을 잘해줘서 실제 암 치료비용으로 쓴 돈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암 진단금과 보험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 덕에 휴직 기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2020년 국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83.5세) 내에 암에 걸릴 확률은 36.9%나 된다. 암 환자가 한 명만 있어도 집안 전체가 휘청이는데, 암 발병률도 계속 증가하다 보니 보장금액을 늘리려는 고객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암보험에 가입할 때, 원하는 보장금액을 3분의 1씩 나눠서 가입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총 1억원의 암 보장을 받고 싶다면, 1억짜리 상품 하나에 가입하기보다 3개로 나눠서 가입하라는 의미다. 3개 상품 가입시기와 회사를 각각 다르게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진단금 3000만원 수준으로 A사 암보험에 가입하고, 이후 5년이나 10년마다 다른 회사의 암보험을 하나씩 추가한다고 생각하면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모 생명보험사 관계자도 “젊을 때 가입할수록 보험료가 저렴한 것은 맞지만, 암보험은 보장 내역이 계속 추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5년이나 10년 후에 하나 더 가입할 생각으로 설계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처음에 생명보험사 상품에 가입했다면 두 번째는 손보사 상품을 선택하는 식으로 섞는 것도 좋다. 요즘 암보험은 워낙 잘 만들기 때문에 충분히 상담을 받아보면 ‘보장 공백’ 없이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상 암보험 납입 기간은 수십 년이다. 아무리 좋은 보험이라도 중도에 해지하면 손해를 본다. 보장금액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한 번에 부담스러운 보험료로 가입하면 중도에 해지할 확률도 높아진다. 물론 예외는 있다. 가족력이 있다면 예상보다 빨리 암이 찾아올 수도 있으므로 건강할 때 암 보장을 든든히 준비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암 치료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 병원들도 중입자치료기 등 최신 의료기기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고, 국내외 제약사들은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항암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첨단 치료기술은 시술 시간도 짧고 고통이 적은 것은 물론, 치료 효과도 뛰어나 ‘꿈의 치료기’라고 불린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다 보니 치료비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이 문제다.
암보험을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라고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기존 암보험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면 손해이니, 추가로 가입할 것을 대비해 첫 암보험을 가볍게 가져가라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0년 후 암 치료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 상상할 수도 없다. 최신 치료 기술일수록 효과가 좋고 비용이 비쌀 확률이 높으니, 주기적으로 암보험을 점검해서 추가로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험사들은 ‘표적항암제 특약’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표적항암약물치료 외에 다빈치로봇암수술, 특정 면역항암약물치료, 항암방사선약물치료 등을 특약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도 출시됐다. 1회로 한정했던 표적항암치료비를 암 종별로 구분해 최대 3회(각각 7000만원)까지 보장하는 상품도 나왔다. 진단비와 기존 보장이 충분한 사람이라도, 기존 보험에 이 특약이 없다면 새로운 상품 가입을 고려해볼 만한 조건이다.
특히 요즘 암보험은 예방부터 검사, 치료 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전조질환을 사전에 발견하고 조기에 암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비를 지원하며, 가능한 치료법을 총동원하고 수술 후 관리까지 지원해준다. 상담콜, 심리상담, 간병인 지원, 암식단 케어, 간호사 병원 동반 등 케어 서비스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암 조기발견도 늘었다. 발 빠른 치료로 건강한 삶을 되찾더라도,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생애 제2, 제3의 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가입자들을 위해 최근에는 최대 7번까지 암 진단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등장했다. 부위별 암마다 진단자금을 7번까지 받을 수 있는데, 자주 걸리거나 치료비가 비싼 암만 골라서 보장받을 수 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원하는 암 종류만 선택해 진단비를 확보할 수 있어 편리하다.
기존 암보험은 첫 암 진단으로 보장을 받으면 담보가 소멸됐는데, 요즘에는 전이암까지 보장하는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전이암도 발생 원인 부위에 따라 8개 영역으로 분류하고, 최대 8회까지 보장하는 통합형 전이암 진단비 담보를 탑재한 암보험도 있다. 신체 부위별로 ‘쪼개서’ 특약으로 분류한 뒤 원하는 암만 골라서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요즘 트렌드다. 성별이나 가족력에 따라 특히 걱정되는 부위만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치료 중증도에 따라 보험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건강검진이나 암 진단 전 검사에서 용종을 발견했을 때 수술비를 지원하는 상품들도 많다.
당뇨나 고혈압 등 다른 질환이 있어도 ‘유병자 상품’을 고르면 암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병자 관련 상품들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수원에 사는 60대 박 모 씨는 “40대에 당뇨와 고혈압을 진단받은 뒤로 보험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고 해서 암보험을 들었다. 주변에 암 환자가 많아서 불안했는데 이거라도 가입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가입 문턱도 확 낮췄다. 보험사들이 전반적으로 암보험 가입연령을 높이면서, 80세 이상 고령자도 1억원(일반암 한정)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 90세 이상 어르신이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도 있다. 갱신을 통해 최대 100세까지 암 진단금을 보장해준다.
갱신 때마다 보험료 상승이 걱정된다면 100세까지 보장하는 비갱신형 상품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비갱신형인 만큼 초반 보험료가 갱신형에 비해 부담될 수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무조건 100세 만기 비갱신형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비싼 보험료로 100세까지 보장받기보다, 보장 금액을 올리고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같은 5만원의 보험료를 내더라도 ‘15년 납, 15년 만기’로 하면 진단비 1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20년 납 100세 만기’로 하면 진단비는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 관계자는 “15년이면 암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 비싼 첨단치료 가격이 확 떨어지고,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비갱신형과 100세 만기에 집착하지 말고 ‘보장’이라는 보험의 성격을 충실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암과 함께 3대 주요 질병으로 꼽히는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까지 포함하면 보험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평생 3개의 질병보험을 든다면, 하나는 암·뇌·심 세 질병을 아우르는 상품으로 골라볼 만하다. 최근에는 암, 뇌, 심장질환 발병 시 진단금을 주고 최대 60개월간 생활자금을 지급(최초 12개월 확정지급)하는 상품도 나왔다. 요컨대 질병보험 가입의 3원칙은 3대 중대질병 진단금을 확보하라, 3가지 상품으로 나눠 가입하라, 인생을 3기로 나눠 시기별로 하나씩 가입하라는 것이다. 소소한 질병들은 실손의료보험으로 커버할 수 있으므로, 추가로 가입하는 질병보험은 암·뇌·심 3대 중대질병 진단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한다. 각 사의 다이렉트 사이트에서 가입하면 좀 더 저렴하다. 시기별로 보장받고 싶은 금액을 정한 뒤 3가지 상품 만기를 다르게 해서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30대에 암보험에 가입한다면 50세 만기와 70세 만기, 100세 만기로 각각 가입하는 식이다. 지출이 많은 40~70대에 암에 걸릴 경우 가장 많은 진단금을 받도록 설계하고 70세 부터는 100세 만기 상품 하나만 저렴한 보험료로 유지하는 플랜이다. 35세 미만이라면 어린이보험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입연령이 35세까지 올라가고 인기를 모으면서 ‘어른이보험’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성인보험에 비해 보장 한도가 높은 편(암보험 1억5000만원)이고 납입면제 범위 등 성인 상품보다 유리한 조건이 많다.
매일경제 금융부 신찬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