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순위(레버리지, 인버스 제외)를 살펴보면 1위는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 선물(H)이 차지했다. 3위는 TIGER 24-10회사채(A+이상)로 지난해말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채권 ETF가 높은 순위권을 보였다. 이례적으로 2위는 채권, 반도체, 이차전지 등 채권이나 올해 들어 높은 수익률을 보인 종목이 아닌 신한자산운용의‘SOL 미국배당다우존스’였다. 개인들은 SOL미국배당다우존스를 5개월 사이 1037억8200만원어치나 순매수했다.
ETF 개인 순매수 부문에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그리고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을 제외하고 규모가 작은 신한자산운용이 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는 올해 초부터 개인 순매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신한자산운용의 ETF 총자산이 1조원을 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4위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2차전지 소부장 Fn’이었고 5위는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 6위 KB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 7위 TIGER국고채 30년스트립액티브 순이었다. 1~7위까지 채권이 아닌 상품은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와 SOL 2차전지 소부장 Fn이 유일했다.
지난해 신한자산운용이 처음으로 선보인 ‘월 배당’ ETF가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월배당 상품이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분배율이 낮아 “큰돈을 넣지 않는 이상 분배금이 적다”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속되는 경기 침체 우려와 하락장 속에서 개인들은 큰 수익보다는 안정적인 배당을 선택했다. 월배당 상품이 인기를 끌자 2개월 또는 분기마다 배당을 주던 ETF도 월배당으로 바꿔 투자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2022년 6월 21일,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S&P500’이 상장되면서 국내에서도 월 배당 ETF 시장이 열렸다. 분기마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ETF는 있었지만 매월 지급하는 형태는 SOL 미국 S&P500이 처음이었다. 매월 꼬박꼬박 배당이 들어온다는 개념은 글로벌 하락장에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첫 월 배당 ETF가 상장되고 1년을 꽉 채운 2023년 5월 현재, 국내 월 배당 ETF 상품은 24개로 확대됐다. 12개가 신규 상장된 ETF고 나머지 12개는 월 배당으로 전환한 상품이다. 순자산 총액 역시 1조9023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이제는 배당이 높은 종목을 묶은 월 배당 상품뿐 아니라 보합장에 수익률 방어에 유리한 커버드콜,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월 배당 상품이 자리잡으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도 확대됐다.
월 배당 ETF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한국은 증시 변동성이 크고 배당수익률도 적은 만큼 배당투자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분기별로 배당을 주는 상품이 있던 만큼 월 배당이 가진 장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월 배당 상품의 분배수익률을 2%라 가정할 경우 1억원을 해당 ETF에 넣었을 때 매월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15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예금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매월 받을 수 있는 분배금이 적을 경우 생각보다 재테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당장 월 분배금 보다는 미래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은 월 배당을 적게 받을 수 있지만 꾸준히 적립해나가면서 배당을 재투자할 경우 10년, 20년 뒤 안정적인 분배금으로 은퇴 후 미래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20~2021년의 상승장, 2022년의 하락장을 경험한 많은 일반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월 배당 ETF에 대한 개인들의 매수 규모가 확대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월 분배금이 당장은 적어도 꾸준히 투자할 경우 은퇴시점에는 국민연금의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월 배당 ETF 종류가 확대된 만큼 각 상품이 추구 하는 방향과 장단점 등을 따져가며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현재 상장된 24개의 월 배당 ETF는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주식형, 채권형, 리츠형, 커버드콜형이다.
주식형 월 배당 ETF의 경우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TIGER 미국다우존스30, TIGER 미국S&P500배당귀족과 같이 특정 지수를 추종한다. 주식형도 다우존스나 S&P 500과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형태와 ‘배당’ 중심의 종목에 투자하는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분배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상승기에 시세차익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배당 중심의 ETF는 큰 시세차익은 얻지 못할 수 있지만 높은 분배율과 함께 하락장이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수익률 방어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는 한국판 ‘SCHD ETF’라고도 불린다. SCHD ETF는 10년 이상 배당 지급 이력이 있는 미국 기업을 시가총액 비중만큼 편입하는 배당성장 상품이다. 머크, 코카콜라, 펩시코, 브로드컴, 암젠, 화이자, 블랙록 등 우량 배당주들을 편입하고 있다. 1년 분배율은 약 10%에 달한다. 주가 방어력도 뛰어난 편이다. SCHD ETF는 지난해 1월 기록한 역사적 최고점에서 단 10%만 주가가 내려간 상황이다. S&P 500 및 나스닥 종합지수 대비 하방 경직성이 우수하다. SOL미국배당다우존스 분배금은 지난 4월 말 기준 1주당 20원이다.
최근에는 채권이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채권형 월 배당 ETF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주식형과 비교 했을 때 분배율은 낮지만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무기로 매수세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다다랐 다는 전망과 함께 채권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시세차익이나 높은 분배금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채권형 월 배당 ETF를 선택하는 게 좋다.
커버드콜은 주가와 옵션을 결합해 주가 하락기에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 상품이다. 옵션 프리미엄으로 얻는 추가 수익이 배당금 재원이 되는 만큼 변동성이 큰 장에서 안정적인 배당이가능하고 분배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TIGER 미국나스닥 100커버드콜(합성)’의 경우 1주당 분배금은 4월 기준 100원에 달한다. 주식형 월 배당 ETF 분배금이 1주당 10~20원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다만 시장이 상승할 때 가격 상승이 제한적인 만큼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리츠형은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기존에는 월 배당이 아니었는데 최근 지급 구조를 매월로 바꾸는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만큼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시세차익과 함께 분배율도 상품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월 분배금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투자 전에 구성 종목을 잘 살펴보는 게 좋다.
두 월 배당 형태를 결합한 ETF도 있다. KODEX 미국배당프리미엄 액티브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개별 종목 중 일부를 선별해 탄력적으로 커버드콜을 적용한다. 배당성장주의 안정적인 시세차익과 함께 상대적으로 더 많은 월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 투자 대상 기업의 배당 외에 포트폴리오의 20%가량의 종목에 대해 콜옵션(특정 가격에 종목 또는 지수를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기계적인 커버드콜 방식 대신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는 일부 개별 기업에 대해 탄력적인 커버드콜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안정적인 시세차익은 물론 배당 재원의 규모를 키워 투자 자산의 손실 없이 높은 월 배당률을 유지하는 것이 다른 지수형 커버드콜 상품 및 배당 상품과 차별점으로 꼽을 수 있다.
매달 배당하는 상품은 아니지만 높은 분배율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ETF도 있다. 지난 4월 기준 분배금 지급 공시를 한 ETF는 총 301개에 달하는데 그중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고배당주’는 분배율 6.03%를 기록했다. 1억원을 넣어 뒀을 경우에 600만원의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은행 이자가3~4%대인 만큼 두 배에 가까운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ARIRANG 고배당주는 시가총액 상위 200위 기업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높은 30위 이내 종목에 투자한다. 주당 분배금은 730원이다.
이어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고배당’이 5.82%로 뒤를 이었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은행이 5.72%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TIGER은행과 ARIRANG K리츠 Fn, TIGER200금융, KODEX고 배당 등이 모두 5%를 넘는 분배율을 보였다. 분배금은 ETF 운용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직전연도 기말 배당금이 반영되는 매년 4월 가장 크게 책정된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받은 ETF 분배금은 과세가 이연되고 세율도 낮으므로 세제 효과를 극대화 할 수도 있다”라며 “상품을 고를 때는 특정 시기에만 분배금이 많은 것이 아니라 매년 안정적인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증권부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