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처럼 배당이 한 달마다 딱딱 들어온다면?’ 직장인에게 조물주보다 위라는 건물주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달이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월세 수입 때문이다. 수십억부터 시작하는 건물을 가지기 어려운 직장인에게는 월 배당 ETF가 조물주보다 위에 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배당(Dividend)은 시세 차익(Capital gain)과 함께 수익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MSCI 국가 지수 기준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약 2.39% 수준으로 전 세계(MSCI World) 2.18%, 미국(MSCI US) 1.66%보다 높은 편이다. 다만 배당성향은 20.1%로, 전 세계 42.1%, G20 평균 42.3% 대비 낮은 편에 속한다. 이처럼 낮은 배당성향과 함께 연간 위주의 배당주기 등으로 인해 아직 국내에서는 배당이 투자에 부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일례로 한국에서 배당 관련 검색량은 연말에 집중된다.
다만 대중의 배당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며 이에 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2017년 분기 배당으로 전환하고, 지난해부터 월 배당 ETF가 다수 시장에 선보였다. 정부당국도 현재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배당 관행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하에 개선을 검토 중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월 배당 상품은 증시 움직임과 관계없이 매달 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월 배당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6월에 첫 상품이 출시된 이래 2022년 말 기준 10개 넘는 상품이 상장됐다.
다양한 월 배당 ETF가 출시됐지만, 유형별로 배당금은 상이하다. 원칙적으로 배당금이라 하면 회사가 영업활동에서 얻은 이익 중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월 배당 ETF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배당이란 표현보다는 ETF를 운용해서 얻은 이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분배금이란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배당 재원으로는 주식 배당, 채권 이자, 부동산 임대수익, 옵션프리미엄 등을 통한 운용수익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매매 등을 통해 얻은 자본차익은 분배하지 않는다.
첫 번째 유형은 배당·이자·임대소득이 많은 자산에 집중투자 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ETF다. 일례로 TIGER S&P500 배당귀족주 ETF의 경우 최소 25년 이상 매년 연속으로 배당이 증가한 기업에 투자해 월별로 지급되는 배당금을 배분한다. 엑슨모빌·알버말·셰브론·월마트·펩시·IBM 등 60여 개 기업이 투자 대상으로 이들이 지급하는 배당을 분배한다.
최근에 인기가 높은 상품은 채권형 월 배당 ETF들이다. 국내 월 배당 ETF의 순자산총액은 1조5500억원 수준으로 이 중 채권형 월 배당 ETF가 절반(7609억원)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ETF는 ‘KBSTAR 23-11 회사채(AA- 이상)액티브’다. 3월 14일 기준 순자산은 5380억원으로 월 배당 전환 이후 순자산 3580억원이 늘어났다.
이 상품은 KIS자산평가가 발표하는 ‘KIS 2023년 만기도래 크레디트 종합채권 지수(AA- 이상)’를 비교지수로 하는 액티브 ETF다. 매월 보유한 채권 이자를 재원으로 분배금을 지급한다. 기본적으로 만기가 2023년인 국내 채권 중 신용등급 AA- 이상이며 발행잔액이 500억원 이상인 특수채, 은행채, 기타 금융채, 회사채에 선별 투자한다.
두 번째 유형은 분배금 재원을 마련하려고 멀티에셋 투자전략을 사용하는 ETF다. 멀티에셋 투자전략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자본수익과 인컴수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채권·주식·리츠 등에 투자해서 이자·배당·임대료와 같은 인컴 이익을 얻는 동시에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수익도 함께 추구한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수익 원천이 다양해 안정적인 분배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커버드 콜(Covered Call) 전략을 사용해 매달 지급하는 분배금 재원을 마련하는 상품이다. 커버드 콜이란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말한다. 콜옵션을 매도해서 얻은 이익과 주가가 상승해서 얻은 이익을 기반으로 분배금 지급 재원을 마련한다.
커버드 콜 전략은 주식 시장이 강하게 오르는 상승장보다는 점진적으로 오르거나 박스권 장세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콜옵션 수익은 비과세 수익이라서 세후 수익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기초자산에서 얻은 이익을 콜옵션 매도에 따른 손실이 상쇄해버리기 때문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을 때는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콜옵션을 매도해서 얻은 이익보다 기초자산 가격 하락 폭이 크면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월 안정적인 분배금을 받는 월 배당형 ETF라도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률은 다를 수 있다. 배당금 외에 시세 차익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 상승기라면 고배당 주식형 ETF를 통해 배당과 시세 차익을 함께 노려볼 수 있다. 반대로 경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는 채권형 ETF가 더욱더 안정적이다. 만약 주식 시장이 등락이 제한된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경우 커버드 콜 전략을 구사하는 ETF를 선택하면 손실 폭은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확보해갈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다양한 자산에 나누어 투자하거나 이미 자산이 분산된 멀티에셋 ETF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배당형 ETF라도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가진 ETF를 선택할 것인지를 판단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월 배당 ETF를 통해 배당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지급기준일보다 2영업일 이전에 매수해야 한다. ETF는 주식처럼 오늘 매수하더라도 2영업일이 지난 다음에 결제된다. 지급기준일이란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날짜다. 통상 월 분배형 ETF는 매달 마지막 영업일을 분배금 지급기준일로 지정하는데 상품별로 상이할 수 있다. 따라서 분배금을 받으려면 최소한 지급기준일보다 2영업일 전에 ETF를 매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월 31일(화요일)이 분배금 지급 기준일인 월 분배형 ETF가 있다고 하자. 투자자가 분배금을 받으려면 늦어도 2영업일 이전인 1월 27일(금요일)까지 ETF를 매수해야 한다. 이렇게 ETF 투자자가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을 권리일이라고 한다. 권리일 다음 영업일인 1월 30일(월요일)에는 배당락이 일어난다. 투자자가 이날 ETF를 매수해도 배당금을 받을 수 없으므로 배당금 크기만큼 ETF 거래 가격 조정이 일어난다.
월 배당형 ETF에 투자하기 전 세금도 고려해야 한다. 매달 분배금을 받으면 세금 측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는 매번 분배금을 지급할 때 15.4%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따라서 투자자가 그해 ETF를 매도해서 손실을 본 경우에는 배당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분배금과 매매 손실이 상계돼 세금을 안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면 퇴직연금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며 절세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와 IRP와 같은 연금계좌에서 월 분배형 ETF에 투자하면 일반 계좌에서 투자할 때 공제되는 배당소득세(15.4%)를 찾을 때까지 이연할 수 있다. 배당금을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때는 낮은 세율(5.5~3.3%)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월 배당형 ETF도 단점이 존재한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그냥 보유했더라면 더 오를 수도 있는 자산을 현금화하는 탓에 복리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하락기에는 유리하다. 분배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화해두면 시장이 하락할 때 손실 폭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