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치 하락, 금리 상승으로 지난해 주가가 크게 하락한 리츠주들이 올해 들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리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가파른 상승세에 투자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낮아진 시장 금리는 리츠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는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10월 리츠주의 동반 급락이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혼란과, 이례적으로 빠른 미국 기준금리 상승 등 복수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그만큼 가까운 미래에 지난해 10월을 뛰어넘는 주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 금리는 높은 수준인 만큼 지금 시점에서는 본격적인 주가 상승보다는 배당수익률에 중점을 두고 투자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 2월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리츠 및 인프라 기업들을 포함한 KRX리츠인프라지수는 지난해 10월 25일 1287에서 이날 1486으로 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 10%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상승률이다. 상장 리츠들의 배당수익률이 통상 6%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수 대비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급격히 올랐던 시중금리가 하락했고, 레고랜드발 악재가 안정된 것이 최근 리츠주의 상승을 이끌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2월 9일 보고서를 통해 “1월에는 전년 말 위축됐던 회사채 시장이 완화되고 (임대) 수요가 높아지는 계절적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며 “NH올원리츠가 차환에 성공했고, 7%대 차환을 각오했던 롯데리츠가 6% 초반대에서 조달금리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리츠는 실제 2월 5.88%까지 금리를 낮춰 차환에 성공했다.
리츠주 상승은 미국 증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대표 리츠주인 리얼티인컴은 2월 1일 장중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25bp(1bp=0.01%) 인상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66.9달러에서 67.9달러로 1.4% 상승했다. 물류 리츠 프로로지스도 127.9달러에서 130.9달러로 주가가 2% 이상 올랐다. 리얼티인컴 주가는 지난해 10월 25일 60.49달러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66.4달러로 10%가량 주가가 상승했다. 프로로지스도 같은 기간 주가가 108.33달러에서 127.53달러로 17% 이상 올랐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금리에 민감한 리츠주가 상승한 배경이 장기 채권 금리에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일반 대출보다 만기가 긴 만큼 장기 국채 금리에 연동돼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수록 장기채 금리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장기 금리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져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81%로 지난해 10월 25일(4.10%) 대비 29bp 하락한 상태다.
월가에서는 급락한 미국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건설자신감지수가 2021년 12월 이후 처음 상승했기 때문이다.NAHB에 따르면 해당 지수는 35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월 대비 4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 수치는 50 미만일 때 미국 건설업계가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전히 주택 경기가 좋진 않지만 저점은 찍고 올라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은행연합회(연합회)의 수석 경제연구원 마이크 프라탄토니는 “연준은 단기금리를 조절할 뿐이고,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장기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의 경기 흐름에 대한 기대감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연준이 결국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 향후 (장기금리는)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현재 6%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는 5%에 가깝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를 불문하고 리츠주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이 남아 있고, 주식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우려도 그중 하나다. 고용·소비 등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미국 거시경제 지표들이 지난 2월 들어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시장 금리가 소폭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위협적인 요인이다. ‘강한 경제’는 고착화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높은 금리 수준은 리츠의 자금 조달 비용을 늘려 운영 자체를 어렵게도 하고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리츠 주가를 짓누르기도 한다. 리츠 역시 주식 시장에 속해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떨어지면 주가가 홀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리츠가 지난해 수많은 악재로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 시점에서 추가 하락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리츠 주가도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큰데, 리츠 전문가들은 부동산 자산 하락이 리츠 주가 하락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 시장을 선행하는 리츠의 특성 때문이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츠 시장의 역사가 긴 미국 시장을 살펴보면 금융위기 시기 리츠의 반등은 상업용 실물 부동산 시장을 3~4분기 선행했다”며 “하반기 실물 시장의 가격 조정이 지표로 확인되더라도 리츠 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본격적인 주가 상승보다는 배당 관점에서 접근할 것도 조언했다. 배 연구원은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리츠주의 의미 있는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기초자산의 가치 상승보다는 임대료 상승에 기반한 배당 투자가 추천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배당수익률과 배당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대료의 인상 여부를 리츠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인상해야 물가 상승을 헤지할 수 있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익 축소를 최대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임대료를 물가상승률 등에 연동해 인상하는 국내 리츠로는 SK리츠·제이알글로벌리츠·신한서부티앤디리츠·KB스타리츠 등이 있다.
SK리츠는 SK그룹의 주요 자산을 편입하고 있다. 서울 중구 SK서린빌딩, 성남시 분당구 소재 SK-U타워, SK에너지 주유소 116곳 등이 주요 자산이다. 국내 상장 리츠 최초로 분기 배당을 실시했으며 임대료가 물가상승률(CPI)과 연동된 임대구조를 갖고 있어 인플레이션 헤지는 물론 배당 방어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SK리츠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지난 1월 25일 기준 4.8%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K리츠의 경우 다른 리츠에 비해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기준 SK리츠의 P/FFO는 24.7로 국내 주요 상장 리츠 15곳 중 가장 높았다. P/FFO는 리츠의 시가총액을 배당가능이익으로 나눈 개념으로, 주식의 주가이익비율(PER)과 유사한 지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과 맨해튼에 소재한 오피스 자산을 편입하고 있다.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며 임대료가 벨기에의 물가 지수라고 할 수 있는 건강지수와 연동돼 있다. 해당 리츠 역시 장기 소비자물가지수(CPI) 연동 임대 계약구조를 갖고 있으며 조달 금리가 낮아 배당 중심의 투자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상장 리츠 중 가치가 가장 낮게 평가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제이알글로벌리츠의 P/FFO는 10.8배로 국내 주요 상장 리츠 15개 중 2번째로 낮았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복합몰과 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복합리츠다.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이 편입돼 있는데 국내에서 호텔을 편입한 리츠는 해당 리츠가 유일하다. 보유자산 중 하나인 인천 스퀘어원은 CPI에 최대 5%까지 연동돼 있어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보유한 자산이 중국 리오프닝(경기 재개)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자산 가치의 상승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월가에서는 미국 내 주거용 리츠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주거지를 소유하기보다는 임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임대료가 점점 더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미국 아파트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2월 3일 현재 6% 수준으로 산업 리츠의 4.5%에 비해 높다. 마이클 노트 그린스트리트 리츠 연구팀장은 “아파트 리츠의 순이익이 올해 6%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배당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이클 루이스 트루이스트 증권 리츠 연구원은 미국 아파트 리츠인 ‘아발론베이 커뮤니티스(AVB)’, ‘에쿼티 레지덴셜(EQR)’ 등을 추천했다. 해당 리츠에 포함된 아파트들은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 있으면서도 공급이 한정돼 있어 임대 수익이 더 크게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오피스 리츠도 유망하다고 봤다. 배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미국은 재택근무 확대로 오피스 복귀율이 낮아 오피스 자산 가치가 하락했는데, 복귀율이 점점 회복되면서 임대 점유율도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경기 회복 모멘텀과 함께 가치 저평가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오피스 리츠로는 보스턴 프로퍼티스(BXP), 알렉산드리아 리얼에스테이트에퀴티스(ARE), 커즌 프로퍼티스(CUZ) 등이 있다. 시가총액이 113억달러인 BXP는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도심 지역에 오피스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월 16일 기준 배당수익률은 3.91%를 기록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 관련 세입자에게 전문으로 사무실을 임대하는 ARE는 배당수익률이 2.9%이고, 애틀랜타, 샬럿, 오스틴, 피닉스 등의 사무실 건물에 투자하는 CUZ는 배당수익률 4.76%를 보이고 있다.
강인선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