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돌아가시는 분들 연령대가 80 ~90대가 많은데, 대부분 종신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대다 보니 안타까운 사례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건물 한 채를 남겼다면 매우 큰돈이지만, 대부분 오래된 건물들이라 월세 수입이 적은 경우가 많거든요. 자산가치는 높은데 현금이 돌지 않다보니, 상속세를 내거나 형제자매간 분할 상속을 위해 부동산을 급히 처분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보고 ‘미리 대비해야겠다’면서 종신보험 상담하러 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오경태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 세무자문은 “최근 상속세 대비용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2~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 집 한 채만 있어도 상속증여세 납부 대상자가 되다 보니 종신보험 상담을 원하는 중산층도 많아졌다. 오 자문위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속증여를 상담하는 분들은 70~80대였는데, 요즘은 50~60대 고객들도 많이 찾아온다”면서 “보험 상품 특성상 너무 늦게 가입하면 기저질환 등으로 가입조건이 까다로워진다. 그래서 가급적 미리 준비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즉시연금보험을 찾는 수요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꾸준한 수요가 있다. 한 번에 목돈을 맡기면 다음 달부터 매달 또는 매년 연금처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 즉시 연금을 수령할 수 있고, 공시이율로 운용되며 금리가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해준다. 특히 납입보험료 1억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이들은 부부 명의로 각각 1억원씩 즉시연금에 가입하기도 한다.
오 자문위원은 “홀로 남은 아내가 자녀들에게 다 퍼줄 것을 걱정한 남편 분들이 최소한의 생활비는 지킬 수 있도록 즉시연금을 설계해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남은 재산을 자식들 사업밑천으로 다 대주고, 정작 엄마는 가난한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다.
일부 자산가들은 일본처럼 고령화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저축성 보험 같은 종신형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이들도 있다고 오 자문위원은 설명했다.
▶어려운 자산 시장 ‘저가매수’ 기회
한화생명 영업추진팀 투자전문가 이명열 씨는 자산가들이 최근 혼란스러운 금융 시장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자산가들은 장기적으로 시장을 보니까 최근 나오는 고금리 채권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우량주를 사들일 기회로 본다”면서 “보험 상품 중에서도 투자를 염두에 두고 변액보험을 활용하는 분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투자했던 자산으로 손실을 본 것은 자산가들도 예외가 아니지만, 현금 보유분이 넉넉하다 보니 포트폴리오를 정비할 계기로 삼고 있었다.
변액보험이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다. 변액보험은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올 들어 주식 시장이 급락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명보험사(생보사)의 지난 5월 기준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6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8%나 줄었다. 초회보험료란 보험 신규 가입자가 처음 납입한 보험료를 말한다. 그런데 자산가들은 최근 2~3개월 새 변액보험을 적극 편입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주식 시장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보고 이른바 ‘저가매수’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변액보험은 주식 시장이 좋을 때 인기가 올라가는데, 원래는 요즘처럼 변동성이 클 때 목돈을 넣는 것이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이라며 “하반기 들어 자산가들의 변액보험 검토가 많아졌다. 물론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장 목돈을 넣지는 않지만, 매달 적립식으로 납입을 시작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금융 시장이 불안함에도 자산가들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던 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였다. 3개월마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5%대 회사채에 분산투자해 매달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수익은 따로 모아서 변액연금이나 변액종신보험 보험료로 납입한다. 최근 부동산을 처분해 5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한 자산가는 20억원은 투자처를 찾기 위한 유동자금으로 남겨두고, 30억원을 고금리 채권에 투자한 뒤 그 이자로 매달 납입하는 변액보험상품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 씨는 “전대미문의 경제상황에 보통 사람들의 투자심리는 많이 위축되어 있지만, 자산가들은 ‘위기’라기보다 ‘기회’로 보고 우량 채권·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면서 “매달 나오는 이자를 써버리거나 묵혀두지 않고 다양한 상품으로 다시 굴린다는 점, 저가매수 기회라고 생각하면서도 본인이 정한 현금보유 비중을 지키며 장기적으로 시장을 본다는 점을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편입하는 방법으로 달러종신·연금보험이나 달러유니버설보험을 활용한다.
▶달러종신보험·달러유니버설보험 관심
위기 때마다 등판하는 ‘안전자산 달러’도 자산가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달러를 사서 금고에 쟁여 두거나 달러예금에 예치하는 자산가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상 달러자산을 편입하는 방법으로 달러종신·연금보험이나 달러유니버설보험을 활용한다. 달러 자산을 장기적으로 모아갈 수 있고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을 어떤 목적으로 가입하느냐에 따라 달러종신보험이나 달러유니버설보험 중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재현 메트라이프생명 노블리치센터 투자전문위원은 “상품 구조는 똑같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할 필요를 느끼는 자산가들이 원화로 할지, 달러로 할지를 선택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달러보험 상품 중에서는 언제든 원할 때 인출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달러유니버설보험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고 위원은 “달러는 경제위기가 왔을 때 유일하게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이라며 “전체 자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부분 달러자산을 보유할 것을 권하는데, 그 상품 중 하나로 달러보험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들은 달러보험을 ‘환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자산 규모나 연령, 성별 구분 없이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추세다. 가장 큰 이유는 재테크족들의 투자 대상이 글로벌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에만 투자하던 사람들도 미국 주식이나 채권 등 해외 자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달러보험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화보험 계약 건수는 2017년 5000건에서 지난해 9월 기준 6만2000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2017년 3000억원 초반에 불과하던 외화보험 매출(수입보험료)도 지난해 9월 기준 9742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이 중 80% 이상이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달러보험이다. 관건은 보험금을 받는 시기의 달러 가격이다. 이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 기준 보험금 수령액이 늘어나지만, 약세를 보일 경우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줄어든다.
다만 고액 자산가가 아니라면 달러보험이 투자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접근해야 한다. 환차익이나 환투자가 목적이라면 외화보험보다는 외화예금이나 외화채권을 고려하는 것이 맞다. 달러종신보험의 경우 일반 종신처럼 중도해지하면 손해가 크고 달러유니버설보험도 자산이 많은 사람이 분산투자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고액 자산가들이 장기적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외화 투자의 성격과 종신·비과세 등 보험 상품의 장점을 함께 누리려 할 때 활용도가 극대화되는 상품”이라며 “평범한 월급쟁이가 달러자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냥이 멍이도 실손보험 들어줄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1000만을 넘기면서 ‘펫보험’에도 관심이 쏠린다. ‘토리 아빠’로 유명한 윤석열 대통령은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꼽았고 금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부처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9월 출범할 계획이다.
손해보험사들도 반려동물을 위한 ‘실손보험’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대해상(하이펫)과 KB손해보험(다이렉트 펫보험) 등 손보사 10여 곳에서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펫보험 상위 3개사의 월 판매 건수는 2000건 내외, 평균 보험료는 5만원 수준이다.
아직 크지 않지만, 다양한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손보사들은 의료비 보장을 강화하고 가입연령도 늘리는 등 혜택을 강화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유기견 입양 때 펫보험 지원사업도
메리츠화재는 국내 최초로 장기 반려동물 실손의료비보험을 선보인 회사다. 최근에는 기존 펫보험의 보장 비율과 가입연령을 확대한 신상품 ‘(무)펫퍼민트 Puppy&Home보험’, ‘(무)펫퍼민트 Cat&Home보험’을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의 의료비 보장비율을 기존 최대 70%에서 80%까지 확대했고, 가입연령도 기존 생후 3개월~만 8세에서 만 10세까지로 늘렸다. 기존 상품과 동일하게 3년 단위 갱신 계약으로, 최대 만 2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업계 최초로 펫보험에 주택화재손해와 화재배상책임 담보 등 ‘화재 손해’에 대한 특약을 탑재했으며, 국내 거주 반려견과 반려묘는 등록 여부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삼성화재도 다이렉트 반려견·반려묘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만기일로부터 90일 이내(반려묘는 180일 이내) 치료비는 보상해준다. 피부병 보장 특약에 가입하면 반려견의 아토피, 외이염, 피부병, 세균·곰팡이·기생충 감염·피부트러블도 보상받을 수 있다. 반려묘 보험의 경우 고양이 복막염, 허피스 바이러스, 칼리시 바이러스 등도 기본계약인 질병의료비에서 보장해준다.
다만 스케일링 등 치과치료, 미용비용과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임신과 출산 관련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 DB손해보험 ‘아이러브 펫보험’은 통원, 입원, 수술을 기본계약으로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강질환과 관절·피부 질환은 특약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서울시·대구시와 손잡고 유기견 입양 시 펫보험을 1년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유기견 입양가족에게 제공되는 DB손보의 프로미 반려동물보험은 피부질환을 포함한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한 치료비와 수술비를 보장한다. 입양된 유기견이 타인의 신체에 피해를 입히거나 타인의 반려동물에 손해를 입혀 부담하는 배상책임 손해도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