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고기는 없다’
식탁 위에 고기반찬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들고 환경오염을 수반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가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총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 축산물에 대한 O157/H7 등 병원성 대장균 및 항생제 내성 문제도 인류의 건강과 관련한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육류 생산을 두고 환경·안전·동물복지·지속가능성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식량 부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커졌다. 코로나19로 세계 최대 육류 가공업체가 문을 닫는 등 육류 공급 불안정에 따라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 타이슨푸드, JBS USA 등 육류 가공업체 직원들의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인해 공장이 폐쇄되기도 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0년 4월 마지막 주, 미국 소고기와 돼지고기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15%씩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대형마트인 코스트코는 1인당 육류 구매량을 총 3개로 제한하기도 했다.
세포외기질(ECM)과 유사한 3차원 세포 조직배양 지지체 제품
전통적 축산에 의한 육류 공급 불안정 및 소비 불안감 증가에 따라 대체육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체육 대표 기업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2020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41.4% 증가했다. 잇저스트(Eat Just)는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의 배양육 판매 승인을 받고, 식당 ‘1880’에서 배양육을 이용한 3가지 닭고기 요리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대체육을 개발하는 것이다.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하여 전통적 축산업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대체재를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Kearney)는 세계 육류 소비 시장의 전통 육류와 대체육 소비 비율이 2025년 9:1에서 2040년 4:6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부족한 식물성 고기 맛 극복하는 배양육
배양육이 세간에 알려진 건 2013년 네덜란드 마크 포스트 교수 팀이 영국 BBC 방송을 통해 배양육 패티를 처음 공개하면서부터다. 그 이후 다양한 형태와 타입의 배양육이 개발됐지만, 현재까지 단 하나의 제품도 상용화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배양육은 전통적인 식육 생산방식과 다른 세포공학 기술로 만들어지는 단백질 자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공장식 사육은 더 이상 확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초기 배양육 제품은 삼겹살, 스테이크 같은 형태가 아니라 다짐육으로 너깃, 버거, 미트볼 등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일반고기와 비슷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나그린 관계자는 “대체육 1세대인 식물성 고기의 부족한 맛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배양육”이라며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진짜 같은 고기인 배양육이 유일무이한 솔루션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다나그린은 2017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다나그린의 대표적인 원천기술은 지지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지지체는 스펀지 형태의 큰 구조물로서 좁은 공간에서의 세포배양을 도와 더 치밀한 조직을 키워낼 수 있다. 이는 배양육의 대량생산을 위한 필수 기술 중 아직 글로벌 강자가 등장하지 않은 분야다. 다나그린은 이러한 배양육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할 가능성이 큰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지지체의 대량생산을 위해 가산디지털단지에 자동화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남기윤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배양육 업계는 근육을 조직 수준까지 재현하여 품질이 뛰어나지만 대량생산이 어려운 기술을 보유한 기업, 조직화하지 않은 근육세포를 식물 단백질과 혼합하여 사용하지만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다나그린은 큰 범주에서 후자인 하이브리드 세포배양육 기업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배양육의 상업화는 아직 최소 몇 년은 더 지나야 가능하지만, 초기 제품은 대체육과 혼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연유로 배양육 시장이 개화될 시점에 다나그린의 선진입 가능성이 크다.
▶유일한 시제품 출시·경제성 갖춰
다나그린은 현재 국내에서 실제로 먹어볼 수 있는 시제품을 개발한 유일한 기업이다. 배양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많은 기술을 기반으로 조화를 이루고 경제성을 달성해야 하는 등 허들이 존재한다. 업계에 따르면 소고기 배양육의 출시 시점은 2024년으로 기존 소고기에 비해 2.5배 높은 단가가 예상된다. 여러 배양육 회사들은 고객에게 합리적인 단가로 상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제품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제품화 이전 단계에 머물고 있다.
다나그린의 핵심 목표는 원가절감과 대량생산이다. 현재 실험실 수준에서 배양육 1㎏당 제조원가는 150만원 수준이다. 식용 가능 지지체와 배양액을 활용하여 제조하면 원가를 2023년 3만2000원(약 30달러), 2025년에는 1만7000원(약 15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다나그린 측의 설명이다. 향후 대량배양기 시스템 구축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원가를 더욱 낮춰 최종적으로 적정 공급가를 설정해 B2B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다나그린의 목표다.
빈지지체(왼쪽), 동물세포배양가 들어간 지지체
이러한 비용절감을 위해 다나그린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스펀지형 지지체를 사용한다. 스펀지형 지지체를 사용하면 지지체 하나당 키워낼 수 있는 세포가 많아 비용이 줄어들고, 지지체끼리 엉겨 붙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지지체 내의 공간에 배양액의 흐름이 용이해 지지체 내의 세포 밀도를 높여 키우고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다나그린 측은 이에 대해 “현재까지 다양한 배양육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대부분 고비용 저효율 방식으로 대량생산에 부적합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배양육을 만들고 상업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그중에서 배양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소태아혈청(FBS)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남 연구원은 “다나그린의 배양액은 가격 측면에서 기존 배양액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단가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프리IPO 이후 대량생산 목표
최근 다나그린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이 지분투자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다나그린에 22억원을 투자했다. 구체적으로는 약 11억원을 들여 다나그린의 지분 3.76%를 확보했고 나머지 11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 취득에 들어갔다. 우선주를 포함한 회사의 지분율은 약 7%다.
이전부터 대체식품 투자에 관심을 가져온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돼지고기 배양육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뉴에이지미츠’와 올해 생선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뒤 유사한 맛의 세포 배양 해산물을 만드는 ‘핀레스푸드’가 진행하는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기우 다나그린 대표
앞서 올해 초 다나그린은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참가사는 롯데벤처스, 타임와이즈, 패스파인더에이치, 펜처인베스트, 하이투자파트너스 등이다. 2023년 프리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다나그린은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지체 생산설비 및 배양육용 배양기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대량생산에 대비한 최종단계의 스케일업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전체적인 공정을 자동화하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김기우 다나그린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식품 허가를 받은 기존 하이브리드 제품, 즉 식물성 대체육에 분화되지 않은 동물의 세포를 섞어 제조한 제품과는 달리, 다나그린의 배양육은 세포를 3차원에서 근육조직으로 분화시켜 배양해내는 방식인 만큼 식감은 실제 고기와 유사하고, 또한 식물성 지지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상업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우리는 2024년 제품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