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처럼 증시가 활황일 때는 변액보험 문의가 급증하고, 요즘처럼 장이 안 좋을 때는 뚝 끊깁니다. 그런데 10년 이상 투자하는 상품이니까 단기적인 주가 급등락에 연연할 필요는 없거든요. 변액보험을 잘 아는 분들은 오히려 지금처럼 장이 출렁일 때 ‘추가납입’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합니다.”
변액보험만큼 ‘안티’가 많은 금융상품도 드물다. “수수료와 사업비가 가장 비싸다” “장기간 유지해도 원금 건지기 어렵다” “보험사만 배불리는 상품” “그냥 적금 넣던지 우량주에 직접투자해라” 등 온갖 지적들이 쏟아진다. “절대 가입하면 안 되는 보험 1순위”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인기가 시들해진 줄 알았건만, 작년 한 해 처음 연금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낸 초회 보험료가 5조2488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다들 변액보험의 실체를 모른 채, 설계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것일까. 변액보험이 정말 ‘나쁜 상품’이라면 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변액보험을 잘 활용하고 있는 고객들은 누구인가.
▶변액보험 최우선 고려 요인은 ‘비과세’
변액보험 가입의 최우선 고려 요인은 ‘비과세’다. 최근 변액보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이 꼽힌다. 하반기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가 부과된다. 직장 가입자는 급여 외 소득에 대해 건보료가 추가 부과되고, 지역가입자는 연금 및 근로소득의 소득 반영률이 높아진다. 자산이 충분히 있으면서도 직장에 다니는 자녀 앞으로 ‘피부양자’ 등록을 해서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얌체 무임승차족의 입지도 좁아진다.
건보료 인상을 앞두고 자산가들은 여유자금을 재산 과표에 포함되지 않는 금융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른바 ‘소득으로 잡히지 않는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변액보험의 경우 이 비과세 라인이 월납 150만원, 일시납 1억원이다. 조원희 미래에셋생명 PB 영업팀 수석매니저는 “여유자금이 있는 분들은 월 150만원씩 10년간 넣는 계약으로 1억8000만원 한도를 확보하고, 여기에 일시납 1억원을 더해 2억8000만원의 비과세 자산 포지션을 만들어둔다”면서 “이렇게 비과세 세팅이 끝난 후에 펀드를 잘 운용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월 150만원 한도를 꽉 채워 계약하면 추가납으로 비과세를 노릴 메리트가 떨어진다”면서 “추가납은 계약금액의 2배까지 넣을 수 있는 만큼, 일단 월 보험료를 50만원으로 계약하고 추가납 제도를 활용해 100만원을 넣으면 수수료를 많이 낮출 수 있다”고 추천했다.
3년 전 본인과 아들 둘의 명의로 변액보험에 가입했던 김 모 씨는 현재 수익률이 30%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작년 주식 시장이 좋을 때에는 30%를 훌쩍 웃돌기도 했다”면서 “은퇴자금을 털어 원룸 건물을 지었고, 목돈이 없어 월납식으로 변액보험을 들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김 씨 역시 50만원씩 계약을 하고 100만원을 추가납입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낮췄다.
▶월급쟁이 ‘연금의 탑’을 쌓자
매달 한 푼이 아쉬운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어떨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일단 사회초년생일 경우 변액보험 가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간을 유지하기에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최대한 젊을 때 가입해 오래 유지하면서 ‘복리효과’를 누리는 것이 베스트지만, 고객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할 때 저축·투자 성격의 장기보험 상품은 종잣돈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이후 가입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은 자동차 구입, 결혼, 첫 주택 구입 등 목돈이 필요한 생애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상품에 가입했어도 중도해지할 확률이 높다. 중도해지 시 큰 손해를 보는 장기저축성 보험 투자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월급쟁이에게 변액보험 가입 적기는 주거와 직장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후다. 전문가들은 일단 10만원(+추가납 20만원)짜리 계약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이후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추가납이나 추가 계약으로 ‘연금의 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연금으로는 은퇴 후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연금 수령 중인 계약 중 연 수령액 500만원 이하가 80%를 넘고, 전체 가입자의 연평균 수령액도 300만원 선에서 정체돼 있다.
조 수석매니저는 “빠듯한 살림에 매달 10만원씩 어떻게 빼느냐는 분들도 있겠지만, 노후생활을 예상해보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월 1000만원을 버는 분도 노후자금에 대한 불안이 있더라. 연금상품 하나쯤은 장기로 가져가면서 ‘생각보다 오래 살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저축 신규 계약 건수는 174만9000건으로, 전년보다 194.4% 증가했다. 보험 외에 펀드와 저축을 합친 수치다. 펀드가 163만400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품별로는 보험이 112조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69.9%를 점유했고, 펀드(15.2%), 신탁(10.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금상품 가입자들은 매달 얼마씩 납입하고 있을까. 계약당 납입액은 262만원으로 지난 2년간 증가세다. 계약당 납입액은 2019년에는 237만원, 2020년에는 250만원이었다. 대부분 노후대비보다 세액공제 혜택을 노리고 한도 내에서 불입하기 때문이다. 작년 연금저축 가입자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는데, 특히 20대는 전년 대비 70%, 30대도 전년 대비 21.9% 증가하며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연금 점유율 1위인 미래에셋생명이 작년 가입자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나이가 많을수록 변액보험료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의 월 평균 보험료는 121만1013원이었다. 20대가 44만4382만원, 30대가 60만5745원이었고, 40대도 매달 90만3780원꼴로 연금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50대는 126만원, 60대는 184만원, 70대 이상은 310만원꼴이었다. 이는 일시납 등을 포함한 금액으로 납입주기를 월납으로 전제·환산하여 산출한 것이다.
증시가 불안한데 지금 변액보험에 가입해도 될까.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코로나가 투자자들에게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글로벌 투자의 대중화’다. 국내 주식 시장에 주로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세금이라는 새로운 고려 요인이 생긴 것”이라며 “변액보험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의 경우 모든 투자수익(보험차익)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므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주식은 다른 금융상품으로 투자하고, 변액보험에서는 되도록 해외 주식과 채권처럼 세제효과를 가져갈 수 있는 펀드에 관심을 두라는 것이 조 대표의 팁이다.
▶수익률은 펀드 선택과 ‘추가납부’가 관건
투자 측면에서 변액보험의 성패는 펀드 선택과 ‘추가납’에 달려 있다. 어떤 펀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인 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적절한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기 어렵듯, 변액보험에서도 투자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상품에 비해 수수료가 비싼 것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변액보험에 10년을 넣었는데도 사업비로 다 떼어가고 원금을 손해 봤다”는 가입자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액보험 수수료가 수익률을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추가납 제도를 잘 활용하면 수수료를 확실히 낮출 수 있고, 장기 투자 시 비과세 효과가 상쇄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변액보험에 편입된 펀드들이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가 약간(0.3% 수준) 저렴한 편이기도 하다.
‘변액보험에 드느니 직접 투자를 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10년간 직접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자는 손에 꼽힌다. 한 생명보험 관계자는 “10년간 매년 상승 1위 종목이나 펀드를 맞출 수 있는 전문가가 몇이나 되겠나”라며 “변액보험은 차선책으로 ‘자산배분’을 해서 최근 투자 트렌드를 따라간다. 장기적으로 이 전략을 유지하면 어지간한 전문 투자자보다 낫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주식 시장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미래에셋생명 측에 따르면, 작년 이 회사에 변액보험 일시납으로 목돈을 맡긴 고객들은 모두 2~3개월 만에 10~12%의 수익을 올렸다. 월납 방식은 쌀 때 많이 사고 비쌀 때 덜 사는 ‘달러코스트 애버리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하락장에서 주식 시장이 20% 가까이 빠져도, 변액보험은 채권 등 자산배분 효과로 하락률이 6~7%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깊이 공부하고 본인의 장기 계획을 기반에 둔 자산배분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변액연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상품 구조를 살피면 좋은 팁을 얻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직접 공부하여 세운 투자전략은 굳건하고 ‘시장의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미래에셋생명 MVP와 같이 투자논리와 자산배분 전략을 담은 서비스를 참고하여 이를 기준점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특히 “펀드나 전략, 배분 비율을 변경하는 리밸런싱은 너무 자주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보험 10년 이상 유지해야
환율이 1200원대에서 비교적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다. 목돈을 들여 달러 자산을 사기에는 늦은 것 같고, 달러자산을 확보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장기적 자산배분 일환으로 달러보험을 선택한다.
이 상품은 매달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보험금을 받을 때에도 달러로 받는다. 가장 큰 목적은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환율 영향이 절대적이지만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자녀 유학이나 해외여행, 이민 등을 목표로 달러보험을 납입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달러보험으로 주로 통칭되는 외화보험 시장 규모(1년 보험료)는 1조원이 넘는다. 달러 저축·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은 일반 보험보다 높은 편이다. 사업비를 체감하므로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다른 장기보험 상품과 같다. 다만 보험금을 받을 당시에 환율이 떨어지면 생각보다 적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연금과 종신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 중이다. 푸르덴셜생명, AIA생명, ABL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뿐 아니라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KB생명, DGB생명 등도 달러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간 외화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7년 5000여 건에서 2020년 10만5000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판매금액은 3046억원에서 1조4256억원으로 4배 넘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