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뒤 퇴직금 중 일부를 시중은행 예금과 펀드 등에 투자한 김모 씨는 최근 만기가 돼 약 3000만원의 목돈을 받게 됐다. 양적 완화 종료 움직임으로 국내외 금융 시장이 불안하다고 본 김 씨는 최근 이 돈을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예치하기로 했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는 데다 금리 인상 흐름에 예금 금리도 소폭 올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저금리 시대에 주요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연 1% 내외의 이자를 제공하는 시중은행보다 훨씬 금리가 높고, 같은 제2금융권인 신협, 새마을금고 등과 비교해봐도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 등 대출 영업을 활발히 하기 때문에 수신 잔고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2개월 기준 2.25%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금리는 연 1% 내외 이자를 제공하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많게는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같은 제2금융권과 비교해봐도 저축은행 금리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신용협동조합은 연 1.76%, 상호금융 1.18%, 새마을금고 1.78% 등으로 나타났다. 신협의 수신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1.67%에서 매월 올랐다. 새마을금고의 정기예탁금 1년 금리는 올해 7월 연 1.73%로 지난해 12월 금리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금리 인상 상승 폭이 크면서 금리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제11회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 포스터
저축은행 예금 금리 상승 흐름은 월별로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저축은행 1년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 7월 연 2%를 기록한 후에도 계속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10월 1일 자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26%로 집계됐다. 월별 1일 자 기준 6월 1.64%, 7월 1.81%, 8월 2.03%, 9월 2.14% 등을 놓고 봤을 때 매월 금리가 증가했던 것이다. 24개월 이상 예금 금리는 더 높다. 10월 1일 자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24개월 2.29%, 36개월 2.33% 등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이 올해 2분기부터 1%포인트 넘게 예금 금리를 올리는 등 금리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다양한 고금리 예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15일 자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 12개월 기준금리는 대한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이 연 2.6%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했다. 이어 ES저축은행의 ‘e-회전정기예금’과 ‘스마트회전정기예금’, 동원제일저축은행의 ‘회전정기예금’ 등이 연 2.55% 금리를 제공했다. JT저축은행의 ‘회전정기예금(비대면)’, 스타저축은행 정기예금, 웰컴저축은행의 ‘e-정기예금’, ‘m-정기예금’ 등이 연 2.5% 금리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4개월 이상 예금 상품의 금리는 더 높았다. 대한저축은행 정기예금과 인천저축은행 ‘e-보다정기예금’은 24개월 기준 연 2.6% 금리를 제공한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모바일정기예금’, 웰컴저축은행의 ‘e-정기예금’, 청주저축은행의 ‘E-정기예금’은 연 2.55% 금리를 준다. 36개월 기준 예금은 애큐온저축은행의 ‘모바일정기예금’이 연 2.75%로 가장 높았고, KB저축은행의 ‘KB e-plus 정기예금’, 인천저축은행 ‘e-보다정기예금’이 각각 연 2.6% 이자를 제공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예금 금리가 오른 이유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자 저축은행이 인상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왔으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후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자 또다시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권 대출 규제로 인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자 저축은행이 미리 수신 잔액을 채워 놓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격적인 영업에 시중 자금도 몰려
이 같은 공격적인 영업에 저축은행에 시중 자금도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들이 최근 수신 금리를 올리는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한 달 만에 예금이 2조원 넘게 늘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저축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어 시중자금의 쏠림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93조985억원으로 전달(88조5486억원)보다 4조549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한 달 만에 4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저축은행이 연 2% 넘게 금리를 올리는 등 금리가 파격적으로 인상된 데에 따른 것이 배경이다.
저축은행 수신 잔고가 증가하면서 입출금통장 잔액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고금리 파킹통장 상품을 선보이거나 관련 금리를 올린 것에 기인한다. 시중은행 입출금통장 금리가 연 0.1%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몰린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파킹통장은 시중 입출금통장처럼 수시로 돈을 찾거나 맡길 수 있고, 하루만 맡겨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시중은행 상품보다 많게는 1%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재테크족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저축은행 고금리 파킹통장 상품 ‘각광’
주요 저축은행은 다양한 파킹통장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WELCOME 직장인사랑 보통예금’도 대표적인 저축은행 파킹통장으로 꼽히는 상품이다. 기본금리는 연 0.5%지만, 우대금리 충족 시 최고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우대금리 조건은 100만원 이상 급여이체 실적, CMS 또는 지로 자동납부 1건 이상, 개인정보 수집이용과 멤버십 가입이용 동의 등이다. SBI저축은행은 디지털 뱅킹앱 ‘사이다뱅크’를 통해 연 1.2% 금리를 제공하는 입출금통장을 선보이고 있다. 2억원까지 해당 금리가 제공되며 조건 없이 계좌이체, ATM 입출금 수수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OK저축은행은 최고 연 1.7% 금리를 제공하는 ‘OK파킹대박통장’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저축은행 계좌 오픈뱅킹 등록 시 0.2%포인트 금리가 추가돼 연 1.7%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애큐온다모아자유예금’은 1000만원 이내 연 1.6% 금리를 제공한다. 오픈뱅킹 가입자를 위한 오픈뱅킹 전용 고금리 입출금자유예금 상품이다. 파킹통장형 정기예금 상품도 있다. 일정 기간 이상을 예치하면 해지해도 높은 금리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뱅뱅뱅 파킹통장 369 정기예금’은 최고 연 2.11%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이다. 3개월 이상 예치 시 연 1.91%, 6개월 이상 연 2.01%, 9개월 이상 연 2.11% 금리가 각각 제공된다.
상상인 듀얼 디지털 금융 플랫폼, ‘332 정기예금’ 특판 동시 출시
저축은행 금리 인상 행렬에 금리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금리노마드족’ 등은 속속 이 같은 상품 가입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중 높은 곳은 연 2.5% 이상 이자를 제공해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에서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특판 상품 못지않은 금리를 받을 수 있고,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대부분 수신 상품은 스마트폰에서 해당 저축은행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저축은행중앙회서 운영하는 ‘SB톡톡플러스’ 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한해 20일 내 개설 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 ‘정기예금 가입 전용 보통예금 계좌’를 도입해 접근성도 개선됐다.
주요 저축은행이 출시한 상품은 재테크족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완판되거나 매진행렬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이 판매한 ‘제11회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 개최를 기념한 정기예금 상품인 ‘OK읏샷정기예금’은 약 일주일 만에 판매가 종료됐다. OK읏샷정기예금은 6개월 만기의 정기예금 상품으로, 가입 금액은 최소 10만원 이상이다. 금리는 연 2.5%로 이자 지급 방식은 매월 지급 혹은 만기 지급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영업점 방문뿐 아니라 인터넷 스마트폰뱅킹 SB톡톡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가입 가능하며, 2000억원 한도 소진 시 조기 마감된다.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은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공식 투어로, 지난 9월 17일에서 19일까지 청주에 위치한 세종실크리버CC에서 개최됐다. 총 상금 8억원 규모며, 120여 명의 선수들이 열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 대회에선 15언더파 201타를 친 김효주 선수가 홍정민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0년 ‘행복 나눔 클래식’으로 시작된 해당 대회는 기부 문화 장려와 참가 선수 배려를 목표로 한 채리티(Charity) 형태로 개최되고 있다. 이는 나눔 확산 및 골프 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한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대회의 성격에 맞게 상금 일부 기부 및 선수 애장품 경매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OK저축은행은 스포츠를 통한 나눔 문화 확산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지난 2014년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로 이름이 변경됐으며, 지난해까지 총 10회의 대회가 개최됐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듀얼 디지털 금융 플랫폼 출범을 기념해 3.32%의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332 정기예금’을 각각 선보였다. 그룹사명 ‘상상인’ 발음과 비슷한 332(삼삼이) 숫자를 상품명에 적용, 제공 금리도 연 3.32%이다. 상상인저축은행 ‘뱅뱅뱅’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크크크’에서 동시에 출시, 같은 혜택의 상품을 각각 1계좌씩 총 2계좌까지 개설 가능하다. 이 상품 역시 높은 금리로 고객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한도가 소진됐다.
복잡한 별도 우대 조건이 없으며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한도가 적용된다. 이자는 만기 일시 지급식이며, 가입기간은 6개월이다. 가입한도는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으로 소진 시 판매 종료된다. 같은 혜택의 상품으로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원까지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 9월 29일, 듀얼 디지털 금융 플랫폼 출범을 알렸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디지털 금융 플랫폼 ‘크크크’를 새롭게 선보이며, 기존 상상인저축은행 디지털 금융 플랫폼 ‘뱅뱅뱅’과 함께 두 개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 체제를 구축했다. ‘뱅뱅뱅’과 ‘크크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2.0
▶주요 저축은행 특판 한도 소진
ESG 상품도 선보여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 관련 상품을 선보이는 저축은행도 있다. 신한저축은행은 정기적금을 신규 개설하는 고객 중 ‘탄소포인트제(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ESG 친환경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ESG 친환경 우대금리는 정기적금 12개월 상품 가입 시 적용되며, 1인 1계좌에 한하여 12개월 정기적금 고시금리에 특별우대금리 0.5%포인트가 추가로 제공된다. 우대금리를 적용받고자 하는 고객은 상품 가입에 앞서, ‘탄소포인트(에코마일리지)’ 가입 인증을 거쳐야 한다. 탄소포인트제(에코마일리지)는 전기·상수도·도시가스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감축률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탄소포인트제(에코마일리지)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거나 관할 시·군·구 담당 부서에 방문하여 가입할 수 있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확대로 여신 잔액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91조7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77조6675억원)에 비해 5개월 새 14조357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저축은행 여신은 작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개월 연속으로 전월 말 대비 1조원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