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치는 숫자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제표 못지않게 주목하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과 투명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업 모델이라도 부실한 지배구조와 무책임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기업은 신뢰를 잃는다. 국내에서도 무리한 인수합병이나 돌발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따가운 질문이 쏟아진다. 이사회는 더 이상 허울뿐인 거수기 조직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든든한 방파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는 ‘명망 높은 외부 인사’ 정도로 선임됐다면, 이제는 내부 경영진과 대등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치밀한 감시와 함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SG 경영, 글로벌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여성 이사 의무 선임 등 제도적 요구가 늘어나면서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과 다양성은 기업 신용도와 직결되고 있다. 결국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모두가 실전 감각과 독립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최소 1명의 여성 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사 후보군을 무작정 인맥에 의존하던 관행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중 일부는 이사회 독립성 부족으로 글로벌 연기금의 투자 철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제는 주주와 시장이 직접 이사회의 자격을 묻는 시대다. 기업 내부에서조차 “이제는 모셔오기만 해서는 안 된다, 교육과 실무 경험으로 무장한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매경럭스멘·매경교육센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CFA협회는 공동으로 ‘혁신적 사내·사외이사 리더십 과정’을 기획해 올해 2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오는 2025년 9월 12일부터 12월 12일까지 총 13주간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이번 과정은 단순한 이론 전달을 넘어 실무 중심의 케이스 학습과 실전모의 보드 미팅까지 포함해 설계됐다.
커리큘럼은 이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업지배구조 이론부터 최신 ESG 전략, 전략적 의사결정, 법률·회계·재무 이해 등으로 촘촘히 짜였다. 특히 기업별 실제 사례를 분석하며 이사회 안건이 어떻게 다뤄지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 몸으로 체득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은 현업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통찰을 얻게 된다.
이번 과정의 또 다른 강점은 강사진이다. 전·현직 대기업 CEO는 물론, 국내 대표 로펌 소속 변호사, 회계사, 금융권 기관투자가, 글로벌 서치펌 대표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실무 전문가들이 직접 강단에 선다. 강의는 단순 전달식이 아니라 실제로 이사회가 마주하는 갈등 상황과 의사결정 딜레마를 놓고 참여자들이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도록 설계됐다.
실제 1기 과정에 참여했던 H그룹 L전무는 “경영진 입장에서 ‘내가 사외이사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끊임없이 되짚어보게 돼 현실감이 남달랐다”며 “기업 이사로서 실무와 이론을 함께 다룰 수 있는 교육은 국내에 사실상 유일하다”고 전했다.
과정이 끝나면 수강생은 매일경제가 운영하는 국내 사외 이사 후보자 POOL에 등록된다. 이를 통해 기업과의 실질적 매칭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어 교육에서 배운 것을 곧바로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산업군의 수료생 간 네트워크가 형성돼 이사 선임 이후에도 서로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며 성장할 수 있다.
매경교육센터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거버넌스 투명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요구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이번 과정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시장 신뢰 회복에 필요한 전문 이사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기 수강생 전원에게는 매일경제가 발행하는 월간 경제지 ‘매경럭스멘’과 ‘매경GOLF’ 1년 무료 구독권이 제공된다.
기업의 가치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투명하고 건강한 이사회는 투자자와 고객에게 가장 강력한 신뢰의 증표다. 혁신적 사내·사외이사 리더십 과정은 단순한 강좌가 아니다. 변화하는 지배구조 환경에 대비하고, 전문성과 윤리를 겸비한 ‘책임 있는 이사’를 길러내는 한국 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기업 가치를 지키고 키워 나갈 수 있는 리더를 꿈꾼다면, 지금이 바로 그 첫걸음을 내딛을 때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