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움직임과 리듬, 패턴이 운전자의 무의식 속에서 합해지는 것.”
영국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트 작가그룹 UAV가 지난해 12월 11일 한국을 찾았다. 수입차 사거리로 불리는 도산대로 사거리 한쪽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움직임의 원리2(Principles of Motion Study 2)>라는 새로운 작품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움직임의 원리2>는 선풍기처럼 생긴 원형 조형물 5개가 돌아가는 가운데, 그 위로 55인치 LCD 40대(외부 47인치 LCD 74대)로 만든 대형 미디어월이 펼쳐진다. 스크린을 통해 점과 선으로 구성된 이미지가 우리의 전통 색인 오방색을 입고 흘러나온다.
매튜 클라크 UAV 총괄 책임자는 “작품과 공간의 상호관계를 늘 염두에 둔다. 그래서 도산대로의 복잡한 풍경을 작품의 일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UAV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여행했다. 이렇게 수집한 이미지를 오방색과 조화시켜 미디어월로 표현하는 추상적 영상으로 완성했다. 벤 크로크니에트 UAV 작가는 “한국을 차로 여행하면서, 우리의 눈과 뇌가 입체적인 풍경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관찰한 후, 우리가 받아들인 자연의 모습을 해체해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추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선과 점이 만나 끝없이 어우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을 맺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는 또 다른 인연을 만나는 사람의 인생사를 표현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끝없는 우주의 탄생과 소멸이란 주제를 갖고 작품을 만든 것처럼 삶이 주는 허무함과 또 다른 도전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하다. 매튜 클라크 UAV 총괄 책임자는 이와 관련 “새로운 기술과 재료를 작품에 접목해 미술의 방향을 한층 더 넓히기 위해 다른 전공을 가진 이들과 모였다”면서 “우리가 협업을 하면 처음 아이디어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움직임의 원리2>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의 특수성 때문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전층을 전면 유리로 처리하면서 창가에 ‘카 로테이터’를 설치했다. 이 로테이터에 신형 쏘나타를 전시해 시간에 따라 차량이 서서히 360도 회전한다. 가만히 서 있는 건축물이지만, 자세히 보면 건물 내부의 움직임이 살아 있는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여기에 UAV 작가그룹은 설치작품을 넘어 풍경으로서의 미디어월도 고려했다. 원형판과 미디어월로 쏘아지는 독특한 모습도 하나의 예술작품이지만, 미디어월 너머의 거리와 작품의 상호관계까지 파악해 창가 전부를 작품으로 삼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74대의 외부 LCD를 통해 쏘아지는 빛은 작품을 전시 중인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거리의 예술 건축물로 변신시켰다. 해가 진 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내뿜는 이 건물은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가 설립한 국내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 체험관이다. 자동차회사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모터(Motor)와 창조, 실험의 공간을 상징하는 스튜디오(Studio)라는 단어를 조합해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창조하고 경험하는 공간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