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는 남자들의 권력이자 로망이다. 지적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독서는 물론 홀로 사색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독서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비즈니스맨에게는 못 다한 업무를 끝내기 위한 혹은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곳으로 서재만한 게 없다. 이 때문에 줄어들고 있는 독서량과 반비례해 서재를 고급스럽게 꾸미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
Perfect Dream마당에 짓는 꿈의 공간
(위)야외형 서재로 사용하기 적당한 Kontio의 소형목조주택
기존의 서재는 비어있는 방이나 지하실, 거실 한 편을 할애해 심플한 사각 책장을 들여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안이 아닌 마당 등에 독서를 비롯한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또는 귀빈에게 별도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독립된 건물을 세우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크기는 7~8평짜리 소형 방갈로부터 20평이 넘는 목조주택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인 가정용 주택과 달리 서재형 건물의 경우 층고를 높게 만들어 실내를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하고 벽면 전체를 통유리로 꾸미거나 창문의 위치를 높은 곳에 두어 충분한 채광을 확보한다. 유리면에 창호지 등을 붙이면 은은한 채광으로 장시간 독서에도 눈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내부는 다양한 인테리어의 서재 공간 외에 대형 프로젝터를 구비한 개인극장, 색소폰이나 기타 등 악기연주를 즐길 수 있는 뮤직룸, 캠핑이나 각종 수집을 위한 전시, 진열공간 등 활용도가 다양하다.
소형 방갈로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김득영 한국종합건축정보 대표는 “2012년 11월 농지법이 20㎡미만(약 6.5평) 공간의 농막에도 전기나 수도, 가스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 이후 인근 농지를 구입해 초소형 방갈로를 지어놓고 서재 겸 주말농장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밝혔다. 서재형 건축물을 제작하기 위한 비용은 1000만원대 초반부터 시작하는 초소형(3평형) 방갈로부터 자재와 평수, 내외부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이동식 주택으로 지을 경우 재판매가 비교적 용이하다.
(위)한샘 옵투스 럭셔리 서재, (아래)ARFLEX Hillside
Multi Workstation사무실과 갤러리의 모호한 경계
‘집과 사무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건축가 장 누벨의 말처럼 격무에 시달리는 비즈니스맨의 경우 서재는 업무공간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우 안락한 기능성 가구나 리클라이너 등을 배치해 휴식을 겸할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 좋다.
책장은 어둡고 딱딱한 색상의 단순한 모델보다는 위스키나 피규어 등을 전시할 수 있는 장식장이 겸비된 형태를 배치하는 것도 좋다.
책상에서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는 것 외에 다른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는 ‘스튜디오형 아틀리에’도 대세다.
식탁처럼 넓고 큰 책상을 배치해 그 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것. 아티스트의 스튜디오 혹은 아틀리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로 독서를 하거나 컴퓨터 작업은 기본, 그림이나 공예 등 실기 활동까지 자유롭게 즐기기에 제격이다.
(위)체리쉬 서재형 침실, (아래)ARFLXX Ponti
Smart & Cozy Library자투리 공간 활용한 틈새형 서재
서재 인테리어의 마지막 공식은 틈새 공간의 활용이다. 창가나 코너 등에 맞는 콤팩트한 사이즈의 가구를 설치하고 안락의자와 간이 테이블을 놓는 라운지로 꾸미는 형태다.
덴마크 모던 빈티지 가구의 경우 삼각형 모양으로 디자인된 책장이나 책상이 많이 있는데 이는 코너 공간을 활용하기에 적절하다. 실제 현대적인 소형주택에 활용도가 높다.
모듈형 시스템 가구로 공간제약을 보다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도 있다.
창고 정도로 쓰이는 다락방도 훌륭한 서재로 재탄생할 수 있다. 좁고 층고가 낮은 경우가 많으므로 조금은 답답할 수 있기 때문에 밝은 톤의 책장을 배치해 화사하게 꾸미는 것이 좋다.
공간 부족하다면 파티션형 공동서재로
독립된 공간이 부족한 도심형 소형주택은 취침 외에 비교적 활용도가 낮은 침실을 서재로 꾸미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기능을 하나로 합쳐 디자인한 맞춤제작 가구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상 아래에 책장을 디자인한 가구를 좁은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인테리어하고 의자는 책상 양쪽에 각각 사선으로 놓아 두 명이 함께 쓰는 책상으로 연출할 수 있다. 거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실은 집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나 공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소파를 없애는 과감한 선택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배치를 바꿔 서재를 꾸밀 수도 있다. 흔히 소파를 벽면에 붙여놓게 마련인데 이때 벽과 소파 사이에 공간을 두고 책상과 책장을 배치하면 자연스레 파티션 역할은 물론 근사한 서재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