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질문 하나. 2011년과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왕 김하늘,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 우승한 배희경,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 이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뭘까요? 바로 ‘드라이버 샤프트’를 교체해서 슬럼프에서 탈출했다는 겁니다. “샤프트 하나 바꿨다고 뭐 얼마나 큰 변화가 있겠어”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드라이버 피팅을 한번 해 보신 분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실 겁니다.
김하늘을 볼까요? 지난해까지 드라이버샷에 자신이 있었던 김하늘은 올 시즌 초반부터 티샷 난조로 고생을 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게 피팅을 하고 샤프트를 교체했는데 이게 문제였습니다. 원래 쓰던 샤프트보다 부드러운 제품으로 바꿨는데 피팅을 겨울에 해서 딱딱하게 느껴졌죠. 그래서 시즌 중반 원래 쓰던 샤프트로 바꾸고 나서 바로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우승했습니다.
장타자 배희경도 체력이 떨어지면서 드라이버샷이 제대로 되지 않자 평소 쓰던 60g 샤프트에서 50g 샤프트로 교체한 뒤 편안하게 스윙을 할 수 있었고 생애 첫 우승까지 차지했죠. 박인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 막판으로 접어들며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는지 드라이버가 무겁게 느껴져 10g 가벼운 샤프트로 바꾼 뒤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됐습니다. 박인비는 “샤프트를 좀더 가벼운 걸로 바꾸고 나니 탄도가 좋아지고 스윙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로 설명했습니다.
자, 이정도면 드라이버 샤프트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아시겠죠?
프로선수들도 민감하게 생각하는 드라이버 샤프트는 한마디로 클럽의 ‘척추’입니다. 그런데 주말 골퍼들은 이 부분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샤프트가 드라이버 성능의 70% 이상은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골퍼들이 샤프트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플렉스(강도)입니다. 뻣뻣한 S(stiff), 보통인 R(regular), 그 중간인 SR, 부드러운 여성용 L(lady) 등으로 구분하죠. 강도가 강한 샤프트는 부드러운 샤프트에 비해 탄성이 적지만 방향성이 좋아 헤드스피드가 빠른 프로 골퍼들이 선호한다. 스피드가 느린 여성이나 시니어 골퍼는 부드러운 샤프트로 탄성의 도움을 받아 거리를 더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무게’가 더 중요합니다. 샷의 방향이 들쭉날쭉하다면 자신과 맞지 않는 무게의 샤프트를 쓰고 있는 겁니다.
만약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스나 밀리는 샷이 나온다면 근력보다 무거운 샤프트를 사용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너무 가벼운 샤프트를 사용하면 감기는 훅이 발생합니다. 만약 클럽의 무게를 활용해 부드럽게 휘두르는 ‘스윙어 스타일’ 골퍼라면 무거운 샤프트도 좋습니다. 그리고 골퍼가 손목 스냅으로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 낸다면 가벼운 샤프트가 적합합니다. 하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무조건 다양한 종류의 샤프트를 쳐 봐야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겠죠. 마음고생보다는 시간을 좀 내서 자신에게 맞는 샤프트 하나만 찾아도 5~6타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