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조모 부장은 최근 골프를 시작했다. 급하고 꼼꼼한 성격 탓에 골프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100타를 깨고 1년 만에 80타대를 기록할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여유 있게 운동을 즐기지 못하는 성격에 시간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과 워밍업도 건너뛰고 매일 1~2시간씩 연습을 한 결과다. ‘빨리 늘어야 한다’는 생각 탓에 연습에만 집중한 결과 팔꿈치와 발목, 허리에 부상이 생겼다. 그래도 “연습을 하다보면 다 아프다”고 생각하며 연습장에 도착하면 무조건 골프클럽을 잡고 볼을 때리는 데만 열중한다. 물론 연습이 끝나면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찜질을 하는 것은 생활이 됐다. 제가 아시는 분의 골프 입문 2년간의 스토리입니다. 혹시 이 분의 이야기를 듣고 뜨끔하시는 분이 있지는 않으세요?
골프를 5~6년 이상 취재하다보니 프로골퍼나 아마추어 골퍼 모두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부상 투혼’입니다. 한국 골퍼들은 참아도 너무 참습니다. 마치 손목이 아프거나 무릎이 아파서 연습을 못하겠다고 하면 ‘꾀병’을 부리는 불성실한 사람이 돼버리죠.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 대회장에는 의무실이 생겼습니다. 재활치료전문 솔병원에서 전문가들이 장비들을 갖고 선수들 치료를 해주는 곳입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김효주, 홍란, 윤채영 등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이곳에 들려 치료를 받는 것이 일상이 됐죠. 선수들의 상태는 어떨까요. 나영무 솔병원 원장은 “선수들이 너무 고질적인 병을 안고 있다”며 상태가 심각한 선수들도 있어서 안타까울 정도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운동을 하면 당연히 좀 아픈 거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탓에 어릴 적부터 작은 부상을 치료하지 않아 심각한 상태가 된 겁니다. “아프다고 하면 꾀병이거나 운동하기 싫어서 그러냐”고 해서 말 못하고 훈련한다는 한 학생의 말은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어린 나이에 무릎과 허리에 부상을 입거나 성장판을 다쳐 일찌감치 꿈을 접어야 하는 일도 다반사죠.
나이 드신 분들도 ‘장타’와 ‘싱글’ 그리고 동반자에게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 때문에 무리한 연습으로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발목이나 무릎 등에 큰 부상을 입는 분들도 많습니다. 건강하자고 시작한 운동이 결국 몸을 해치는 ‘독’이 된 것입니다.
한 예로 중·장년층들이 많이 찾는 골프 연습장을 들여다볼까요. 좌석을 배치 받은 후 10분가량 스트레칭을 하고 워밍업을 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너무 힘듭니다. 대부분이 바로 골프클럽을 꺼내들고 몇 차례 가볍게 휘두른 뒤 바로 연습에 돌입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빨리빨리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죠. 팔꿈치와 무릎에 프로선수들이나 할 법한 테이핑을 하고 연습을 강행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주말골퍼 여러분. 골프는 건강한 몸과 정신, 그리고 건전한 생활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운동입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거나 급해도 부작용이 생깁니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죠? 건강하게 골프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작은 부상에도 민감하게 생각하고 바로 치료 받으면서 굿샷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