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샤또 딸보는 아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그동안 많은 애정을 쏟아 준 데 깊이 감사한다.”
에노테카코리아가 주최한 와인 디너 참석차 최근 한국을 방문한 샤또 딸보의 장 폴 비뇽 오너는 시종일관 벙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미국 뉴욕 주 변호사로 30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했다는 그는 한국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샤또 딸보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유를 특이한 이름과 대한항공,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 등으로 풀어 나갔다.
“수염이 이렇게 난 사람을 뭐라고 하나. ‘털보’, 그래. 한국에선 딸보를 털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과 친숙하다. 두 번째는 대한항공이 샤또 딸보를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공해 많이 알려졌다. 게다가 한국 축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히딩크 감독이 샤또 딸보를 즐긴다고 해서 또 널리 알려졌다.”
비뇽 오너는 한국이 매우 중요한 시장인 만큼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이나 일본 시장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널리 알려진 이름에 걸맞게 샤또 딸보는 역사가 있는 와이너리일 뿐 아니라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풀어나갔다.
“샤또 딸보는 300년 이상된 와이너리다. 꼬르디에 가문이 인수한 지도 거의 100년이 되어 간다. 1917년부터 꼬르디에 가문이 소유해 왔다. 2016년에 100주년 파티를 거대하게 열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찾아와라.”
와이너리는 현재 아내인 낸시 비뇽 꼬르디에와 아이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비뇽 오너는 경영자로 활약하고 있다.
딸보란 이름은 15세기에 이 지역을 통치했던 영국의 전쟁 영웅 꼬네따블 딸보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나폴레옹 3세 때 4등급을 받은 딸보는 1917년 이후 줄곧 꼬르디에 가문이 경영해 왔다. “가족경영 비즈니스 쉬운 게 아니다. 온 가족이 나서서 관리해야 하고 가족들이 고객과의 관계도 이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랜 세월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해온 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샤또 딸보가 있는 생줄리앙 아펠라시옹은 보르도 서쪽 지롱드강 유역에 있는, 마고(지역)와 뽀약(지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아주 좁고 집중된 지역이다.
비뇽 오너는 “생줄리앙은 마고의 섬세함과 뽀약의 파워풀함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라는 말로 샤또 딸보 와인의 특성을 대신했다. 그만큼 우아하고 잘 조화를 이룬 와인이라고 했다.
그는 메독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이너리인 샤또 딸보가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새로운 탱크와 셀러를 갖추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2008년부터 스테파니 디레농쿠르 등 양조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품질도 개선했다. 2009년부터 컨설팅을 받은 와인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2010년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4점을 받았고 했다.
“2010은 매우 아름다운 빈티지다. 환상적인 결과가 나왔다. 아주 행복하다.” 연간 400만~450만병 정도를 생산하는 샤또 딸보는 최근 카비네 프랑을 줄이고 토양에 잘 맞는 카비네 쇼비뇽 비중을 높였다고 했다. 한국인의 선호를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또 2010 빈티지 역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지금 즐기기엔 일조량이 풍부한 빈티지인 2003, 2004 빈티지가 좋은데 지금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샤또 딸보 와인
섬세하면서도 강한 샤또 딸보 와인
이날 시음회엔 화이트 와인부터 세컨 와인 그랑 크뤼 등이 순차적으로 나왔다. ‘샤또 딸보 까이유 블랑 2010’은 ‘화이트 스톤’이란 의미를 가진 화이트 와인. 현재 오너의 할아버지가 화이트 와인을 좋아해 그 때부터 생산했다고 한다.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블렌딩해 레몬과 허브의 아로마가 강하게 코를 지른다. 복숭아와 사과의 맛이 적절한 산도와 어울려 다가왔다.
‘꼬네따블 딸보 2010’은 딸보의 세컨드 와인으로 최근 20년 동안 가장 좋은 빈티지여서 세컨 와인이지만 풍미가 상당했다. 체리와 허브의 아로마가 풍기며 부드러운 탄닌에 약간의 산도가 조화를 이뤘다. ‘샤또 딸보 1998’은 섬세하면서도 적절한 파워까지 보여주며 생 줄리앙의 떼루아를 잘 표현했다. 카비네 쇼비뇽과 메를로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한 전형적 보르도 풍. 향신료 아모마가 살짝 풍기는데 산도와 탄닌이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샤또 딸보 2000’은 다른 빈티지에 비해 메를로 비율이 높은 편. 그래서인지 유연함이 잘 느껴졌다.‘샤또 딸보 2006’은 비뇽 오너가 “그레이트 빈티지”라고 강조할 정도로 잠재력을 보여준 와인. 생 줄리앙 와인치고는 섬세함보다 강함이 더 느껴졌다. 마고보다는 뽀약 쪽에 가깝다고나 할까. 산초의 맛이 날 정도로 스파이시하면서도 자두나 딸기 등 과일향이 부드럽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