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한여름 밤, 창문 방충망에 붙어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수면의지를 완전히 빼앗아 가버린다. 이런 매미 울음소리가 하루 종일 내 귓전을 맴돈다면 어떨까?
귀 또는 머릿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일상생활에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소위 ‘이명’은 전체인구의 약 30%에서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시적인 이명은 대부분의 사람이 살면서 한번 이상은 경험하게 된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그 발병률이 높아지지만 최근에는 소음이나 이어폰 사용 증가 등으로 인해 젊은 연령층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명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신경이 예민해져 밤에는 쉽게 잠들 수가 없어 불면증이 생기며 가끔 이로 인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명의 원인이 난청과 관련되어 있다. 귀에서 소리 신호를 감지하고 이 정보를 뇌의 청각중추로 보내면 뇌에서 이를 인식하게 되는데 난청이 생기는 경우 소리자극에 대해서 이전에 청력이 정상일 때보다 더 적은 청각신호가 뇌로 전달된다.
이 때 귀와 뇌를 연결해 주는 신경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활성이 증가되면 실제로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뇌에서 소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주파수의 청력만 감소되어 있는 경우 그 주파수와 유사한 음역의 이명이 들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명이 감지되면 빨리 병원을 방문해 정밀한 청력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소위 ‘가는 귀가 먹었다’고 말하는 노인성 난청은 노화현상의 일종으로 달팽이관 속의 유모세포와 청신경의 퇴행성병변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듦에 따라 서서히 조금씩 진행하기 때문에 본인은 언제 난청이 생겼는지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말을 자꾸 되묻는다든지 TV 볼륨을 크게 하거나 ‘여름’과 ‘얼음’ 같은 비슷한 말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진다. 더 심해지는 경우 차의 경적소리나 동물 울음소리는 잘 들리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말이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려 말소리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노인성 난청은 말 그대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증가하는데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에서는 3명 중 1명, 75세 이상에서는 반수 이상이 난청을 가지고 있다. 난청으로 TV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즐길 수도 없고 의사소통에 불편을 느껴 사회적으로 위축이 되어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노인성 난청 환자의 20%가 우울증이 있다는 외국의 보고가 있고 난청이 심해질수록 주변사람들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서 단절이 올 수 있으며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인지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난청이 있다고 본인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최근 TV볼륨을 높이고 자꾸 되묻는다면 조기에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청력 및 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노인성 난청 외에 난청을 유발하는 다른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의 경우 질환의 성격상 한번 나빠진 청력은 다시 정상 청력으로 회복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난청을 조기 발견해 청각재활과 교정이 빨라지면 청각기능 소실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청각재활에는 보청기 착용이 가장 효과적이다. 정밀검사를 통해 난청이 확진되고 다른 원인 질환이 배제되면 보청기 착용이 청각재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모든 노인성 난청환자가 보청기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난청의 진행 정도와 유형에 따라 보청기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청각 검사가 중요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끼고, 청력이 나쁘면 보청기를 낀다’는 인식이 있어 보청기 착용에 거부감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보청기를 끼면 주변사람들이 나를 장애인으로 본다’는 보청기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적절한 청각 재활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귓속형 보청기에서부터 귀걸이형 보청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보청기가 있고 보청기의 음 증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제대로 처방 받고 착용 후에는 지속적인 적응 훈련과 조절과정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 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성 난청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난청의 진행과 함께 평형기능의 장애가 같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평형장애로 인해 보행과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많은 제약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최근 그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소음성 난청이다. 스트레스와 소음에 노출되는 청소년 및 2~30대의 젊은층에서 특히 중요한 난청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요즘 출퇴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지하철 안은 기본적인 소음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볼륨을 최고로 해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같은 소음노출이 매일 장시간 지속되면 소음성 난청이 올 수 있다. 또한 시끄러운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 음악콘서트 등 큰 소음에 노출된 후 난청 및 이명이 발생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이처럼 단발적으로 큰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 일시적으로 난청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영구적인 난청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음 노출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를 가지고 피해야 한다. 대부분의 소음성 난청은 고주파수(고음) 영역의 청력만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대화 시에는 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음 노출 후 들리지 않던 이명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속히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소음성 난청은 노인성 난청과 다르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소음이 심한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귀마개를 착용해 소음으로부터 귀를 보호한다. 또 음악 등의 볼륨을 되도록 작게 하고 플러그형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을, 헤드폰보다는 스피커를 이용해 음악을 감상한다. 소음이 심한 곳에 노출이 되거나 큰 소리로 음악을 오래 듣는다면 적어도 한 시간에 15분 정도는 소음이 없는 공간에서 쉬거나 음악을 멈추고 귀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