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하이랜드 북동쪽 스페이사이드 지역. 이곳을 관통하는 스페이강을 중심으로 주변에 위스키를 제조하는 증류소들이 산재해 있다. 세계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글렌피딕과 글렌모렌지, 글렌파클라스 등 수많은 싱글몰트 위스키가 이 일대에서 제조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단연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해발 900피트 고지에 위치한 ‘더 글렌리벳(The Glenlivet)’ 증류소. 조지 스미스(George Smith)가 1823년에 설립한 더 글렌리벳 증류소는 스페이사이드 지역 최초의 합법적인 증류소로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싱글몰트 위스키의 역사는 더 글렌리벳에서 시작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창립자 조지스미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 중에서도 잉글랜드 왕이었던 조지 4세가 1824년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더 글렌리벳을 마시고 찬사를 보낸 일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더 글렌리벳은 스코틀랜드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증류소 면허를 최초로 발급받았다. 맛과 향에서 단연 최고였던 더 글렌리벳이 합법적인 증류소가 되자 이를 시기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불법 증류소들과 밀수꾼들이증류소를 공격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 1884년에는 수많은 위스키 중 ‘유일’ ‘단 하나’라는 의미인 ‘The’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위스키로 인정받았다. 당시 영국 주류시장에서는 더 글렌리벳과 유사한 위스키들이 난무했는데 이에 법원에 상표등록 소송을 제기해 인증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더 글렌리벳은 현재 미국 판매량 1위는 물론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위스키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더 글렌리벳의 9개 제품이 44개의 위스키 어워드를 수상하는 ‘위스키의 표준’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처럼 더 글렌리벳이 2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최고의 위스키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맛’이다. 더 글렌리벳은 위스키 제조의 최적의 조건을 갖춘 스페이강 일대에서 더 글렌리벳 만의 독창적인 증류기를 통해 오랜 기간 숙성을 거치기 때문이다.
2. 글렌리벳
3. 오크통 글렌리벳
실제 더 글렌리벳이 위치한 스페이강 일대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위스키 증류소들이 주변에 넘쳐난다. 다시 말해 위스키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물’이 다르다는 의미다. 더 글렌리벳은 스페이강을 수원으로 하는 조시(Josie) 우물의 광천수를 위스키 제조에 사용하는데 이 우물물에는 보통의 지하수와는 달리 풍부한 미네랄이 포함돼 있어 발효과정에서 독특한 향미를 갖게 된다.
또한 더 글렌리벳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증류기술을 갖고 있다. 창업자였던 조지 스미스가 개발한 몸통이 넓고 목이 긴 호리병 모양의 증류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기계는 증류 과정에서 효모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켜 풍부한 과일 아로마향을 추출해내고 긴 목을 통해 불순물과 잡맛이 제거된 가볍고 섬세한 맛의 원액을 걸러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액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북부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더 글렌리벳 보관실로 옮겨진다. 이곳의 오크통에서 12년 동안 잠을 자며 자연스럽게 숙성을 거치게 되면 세계 최고의 맛이라는 ‘더 글렌리벳’이 완성된다.
최고의 물과 독창적인 증류과정 그리고 12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완성되는 더 글렌리벳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잔에 따라놓으면 사과와 비슷한 과일향이 피어오르고 입에 머금으면 생크림 같은 부드러운 질감이 일품이다. 마시고 난 뒤에는 견과류와 유사한 나무향이 짜릿하게 퍼지면서 고소한 향기가 코와 입을 간지럽힌다. 더 글렌리벳은 12년 엑셀런스, 15년산, 18년산, 21년 아카이브 컬렉션, 25년산, 나두라 컬렉션, 셀러 컬렉션 등을 판매 중이다. 이 중 국내에서는 12년 엑셀런스와 15년산, 18년산과 함께 2007년 최고급 빈티지 라인인 셀러 컬렉션 1972가 한정수량으로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