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톡톡 튀는 봄. 절로 고민이다. 꿈틀꿈틀 움트듯 생동감 있는 명품 여행 레시피가 없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스타일리시 트립(stlyish Trip)’. 더 볼 것 없다. 스타일로 시작해 스타일로 끝나는 유럽 투어다. 우선 코스부터 살펴보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런던, 파리를 찍고 도빌까지 간다. 그 와중에 유럽 최고 명품 백화점만 콕콕 짚어 돌아본다. 부티크호텔에 제이미 올리버가 공들여 만든 오가닉(유기농) 스테이크까지 맛본다면 더없이 색다른 여행. 출발지도 영화 <해리포터>시리즈에 나왔던 런던 킹스크로스역이다. 떠날 준비되셨는가.
자, 그대 앞에는 지금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향해 벽을 뚫고 떠났던 9와 4분의 3 플랫폼의 벽이 놓여있다. 힘차게 뚫어보자.
Station 1. 에든버러
에든버러 캐슬 안쪽 광장
두말할 필요가 없는 곳, 에든버러다. 위스키와 골프의 발상지이자 스코틀랜드의 관문. 세계적인 공연 페스티벌 ‘에든버러 축제’가 매년 열리는 곳. 위스키의 발원지. 도착하자마자 바로 프린스 거리로 향했다. 눈을 감았다. 영화 <트레인스포팅>에서 강렬한 비트의 ‘Lust for Life’ 음악을 깔고, 이완 맥그리거가 거침없이 질주했던 바로 이 거리.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싶었지만 일정 때문에 참았다.
프린스 거리에선 에든버러 캐슬이 지척이다. 길을 따라 중세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퐁퐁 솟는다. 에든버러의 심장부로 불리는 이 캐슬. 1018년부터 형태를 갖춘 에든버러 캐슬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격렬한 투쟁사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어스름 저녁 빛이 짙어질 때 고스트 투어도 진행된다. 내려오는 길엔 캐슬 정문 바로 앞 스카치위스키 익스피리언스에 들러 위스키 역사를 더듬어 봤다. 진한 향만큼이나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Station 2. 런던
런던 아이 / 런던의 야외카페
에든버러에서 런던까지는 ‘브릿 레일(Brit Railㆍ영국 국영철도)’로 이동한다. 이거 스타일 있다. 영국 내에서도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선로를 달린다. 브리티시록이나 켈틱 MP3 음악 파일을 가져가면 금상첨화다. 내리 4시간여를 달려가니 어느새 런던이다. 런던 스타일리시 여행의 첫 코스는 런던아이. 1999년 런던항공이 밀레니엄을 기념해 만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다. 통유리에 기대니 아찔한 현기증이 난다. 45분간 360°를 회전하며 런던 구석구석 속살을 둘러보는 맛도 이색적이다. 런던 스타일 여행에 셀프리지 백화점이 빠져선 안 된다. 누런 외관에선, 세계 최고 패션리더들만 찾는다는 100년 전통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곳은 감각 있는 얼리어답터만 모이는 스타일의 메카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미스터 빈이 카메오로 나왔던 바로 그 백화점이다. 런던의 스타일은 모든 것을 아우른다. 셀프리지가 최고의 하이엔드를 지향한다면 다른 한편엔 ‘시간의 깜찍한 반란’ 빈티지가 기다린다. 전 세계 빈티지의 모든 것을 모아놓은 메카가 ‘브릭 레인(Brick Lane)’이다. 이 길에선 풀썩풀썩 오랜 먼지가 나는 것 같다. 입던 옷을 재활용해 단 하나뿐인 옷으로 재탄생시켜 주는 정키(Junki)나 빈티지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앱솔루트 빈티지(Absolute Vintage), 70명의 루키 디자이너 작품이 매일 업그레이드되는 더 레이든 쇼룸(The Laden Showroom) 등 실험숍이 볼 만하다.
스타일 여행에 꼭 어울리는 식당은 피프틴(15). 영국 최고의 셰프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30분 이상 기다릴 인내심이 있다면, 유기농 전문점 데일스포드 오가닉 레스토랑을 강추한다.
Station 3. 파리·도빌
런던 다음 코스는 파리다. 파리까지 이동은 선로 위 스타일의 종결자 ‘레일유럽’. 가는 코스도 명품이다. 해저 운하를 지나 파리로 직행한다. 출발지는 생팬크라스역. 여기서 2시간 정도를 지나니 파리북역이다. 도착한 시간은 거의 자정 무렵. 번쩍이는 에펠탑이 반갑게 인사한다. 에펠탑을 가장 스타일 있게 봐 주는 법은 간단하다. 센 강변을 따라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에펠탑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바토무슈’ 크루즈다. 센강이라. 한국의 중랑천 만하지만 꽤나 운치가 있다.
파리의 쇼핑 포인트는 ‘콜레트(Colette)’. 요즘 뜨고 있는 곳이다. 밀라노 ‘코르소 코모’, 런던 ‘브라운’과 함께 유럽 빅3로 꼽히는 트렌드세터들의 놀이터로 유명한 명품 매장이다. 묘한 디자인에 현혹되면, 주머니 다 털리고 만다. 입술을 꽉 깨물고 둘러볼 것. 마레 지구의 메르시(Merci) 매장도 필수 코스. 봉푸앵(Bonpointㆍ프랑스 최고급 아동복 브랜드) 제작자들이 친환경 콘셉트로 만든 부티크 매장이다. 마지막 코스는 쇼핑에 지친 피로를 풀어주는 도빌. 도빌은 영화 <남과 여>, <코코샤넬>, <007>시리즈 등에 단골 출연한 유럽 최고 휴양지다. 길 양 옆으로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매장들이 사열하듯 늘어서 있다. 천하의 해리 포터라도 이곳에서 만큼은 명품 딱지가 붙은 마법 지팡이를 갖고 싶어하지 않을까.
■ 스타일리시 트립 즐기는 법
▲가는 방법 - 에어프랑스에서 인천~파리 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11시간 정도다. ▲에든버러~런던 코스는 영국 철도(Brit Rail)·런던~파리는 유로스타·파리~도빌은 프랑스 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여행상품 안내 -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비롯해 이오스, 샬레스위스, 웹투어, 인터파크 등 6개사가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스타일리시 트립 공식 사이트(www.stylishtrip.com)에서 정보를 얻으면 된다. ▲여행문의-영국관광청 02-3210-5531, 프랑스관광청 02-776-9142, 레일유럽 02-3789-6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