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회사에 다니는 김모씨(45)는 하루 14시간씩 영업전선에서 뛰어다닌다. 식사 시간도 없이 햄버거와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잦은 회식과 술, 담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럽게 병이 찾아왔다. 심근경색. 동맥경화로 인해 심장혈관이 막혀 응급실로 실려 온 것. 급히 심혈관도자술로 막힌 혈관을 뚫었지만 재발이 잦고 다른 혈관이 좁아져 동맥경화의 위험성을 항상 지니고 있다.
결국 그는 의사의 권유로 직장을 그만뒀다. 튀긴 음식과 고기를 피하고 콩, 생선, 신선한 과일, 저지방 우유를 섭취하면서 하루 꾸준히 30분 이상 운동을 한 결과 4년이 지난 현재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져 혈류가 개선되고 막힌 혈관들도 서서히 정상을 찾고 있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생기는 무서운 질환(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고혈압 등)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처럼 과일, 야채, 곡물 등의 권장 음식을 섭취하고 꾸준한 운동을 하면 생활습관병의 재발을 막고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3대 사망 원인 암, 심장병, 뇌졸중 등은 환경·유전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평소의 생활습관에 의해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음식을 먹는 습관, 기호품, 휴식 방법, 운동습관 등의 부적절한 습관으로 당뇨병, 고혈압 등이 발생하거나 더 악화되고, 약물에 잘 반응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질환들을 나이가 먹으면 다 오는 것으로 오인하지만 어려서부터 좋은 습관을 들이면 1차 예방이 가능하고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운동과 함께 채소, 과일 등 섭취하면 80% 예방
암도 식습관 개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유방암의 경우 식물성 음식을 많이 취하고 술을 피하며 체중 과다를 막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33~50% 예방이 가능하다. 이러한 습성을 사춘기부터 시작해 평생 노력하면 가장 효과적이다. 대장·직장암도 다량의 채소 음식과 육류 제한, 규칙적 운동과 금주로 66~75% 예방이 가능하다. 폐암의 경우 주원인은 흡연이지만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흡연자 및 비흡연자에서 20~33% 예방이 가능하다. 위암도 H. Pylori 감염이 큰 역할을 하나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소금으로 저린 음식을 피하면 66~75% 예방이 가능하다.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도 식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다.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병과 뇌졸중 등을 줄이려면 4대 원인인 흡연,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 등을 관리해야 한다. 우선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금은 하루에 6gm 이하로 섭취하고 과일과 야채를 매일 먹고 우유는 저지방 우유로, 칼륨(과일과 야채에 풍부)은 하루 3.5gm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은 포화 지방과 트랜스 지방의 섭취가 많을 때 상승한다. 포화 지방이란 흔히 육류에 있는 기름, 유제품, 일부 견과류 등에 있으며 트랜스 지방은 튀긴 음식, 과자류, 패스트푸드 등에 많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들 음식은 피해야 한다.
최근에 새로 알려진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호모시스테인도 올바른 식습관으로 그 수치를 줄일 수 있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협심증과 뇌졸중 등의 발생이 혈중 호모시스테인을 감소시키므로 줄어든다고 발표되고 있다. 이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레벨을 떨어뜨리는 물질은 비타민 B6, B12와 비타민 B 종류의 하나인 엽산이다. 일본 최장수 마을 오키나와 노인의 경우 고혈중 콜레스테롤과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80%나 감소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예방수칙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소와 과일, 곡물, 콩류 섭취를 권장하는 것이다. 최근 동맥경화와 암의 발생기전의 일부에 대해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에 의한 혈관 손상과 세포 DNA 변이에 대한 학설, 여러 증거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채소, 과일, 곡류에 풍부한 항산화제인 후라보노이드, 폴리페놀, 파이토에스트로겐, 비타민C, 카로테노이드, 엽산 등이 이러한 과정에 작용해 자유 유리기를 제거해 동맥경화와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소, 과일, 곡류 섭취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심장병과 암 발생이 낮다는 것은 수많은 역학 연구 등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암과 심혈관질환은 생활습관 개선이 약물치료보다 더 중요하다. 좋은 식습관을 가지면 심혈관질환을 40% 줄일 수 있고 여기에 적절한 운동과 금연을 함께 한다면 8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암의 경우도 야채와 과일을 매일 5번 이상 먹는 것으로 20%를 예방할 수 있고, 이 상태에서 금연하면 50% 이상 줄일 수 있다. 최근에 어린이부터 청장년,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들까지 서구식 패스트푸드와 조리에 간편한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는 것은 후세에 나쁜 유산을 남기는 꼴이다.
■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 10가지
1. 평생 좋은 음식과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 2. 가공식품, 염장식품, 탄 음식 섭취를 줄인다. 3.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하루 5번 이상 먹고, 곡물 섭취를 늘린다. 4. 우유는 저지방 우유를 먹고, 콩과 생선 섭취를 늘리며 기름기가 적은 고기를 선택한다. 5. 포화 지방, 콜레스테롤,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적당히 견과류를 섭취한다. 6. 튀긴 음식의 섭취를 줄인다. 7. 과음을 피한다.(하루 1~2잔 정도는 관동맥질환을 30~40일 감소시킨다) 8. 금연한다.(가장 중요하다) 9. 하루 30분 이상 매일 걷는다. 10. 적절한 휴식과 여가생활을 즐긴다.
[오동주 /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ohdj@ns.kum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