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낯섦’에서 출발한다. 이국적 분위기에서 다른 문화를 느끼면 새로운 감정들이 솟는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또 다른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느닷없는 전염병 코로나19로 이같은 여행의 즐거움들이 사라져버렸다. 거의 2년이 다 돼 간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하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들어 한다.
이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각국은 위드 코로나 정책을 통해 걸어 잠갔던 문을 서서히 열고 있다. 제한된 환경에서나마 여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낯섦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인데, 공교롭게도 우리와 심리적,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었던 중동 국가들이 자국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다. 여느 국가보다 발 빠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한국에 처음으로 관광청까지 세웠다.
이에 매경럭스멘은 이국적 풍경의 끝판왕 중동의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2000년 전 고대 도시인 헤그라 전경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는 글로벌 여행지에서 비교적 신상이다. 그만큼 덜 알려졌다는 뜻이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19년 9월에서야 전 세계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경을 개방했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관광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자국 관광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1년 초에는 26개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관광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실시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은 각국 여행업계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업계 지원을 위한 사우디 전문가(Saudi Expert) 시스템을 도입, 목적지 정보 및 크리에이티브 자산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메카’일 것이다. 이슬람의 성지로 매년 순례기간이 되면 약 200만 명의 이슬람 신자들이 찾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행을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사우디의 진짜 매력은 이국적 풍경의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의 이색 여행지들이 곳곳에 있다는 점이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고대 도시 헤그라이다. 이곳은 히자즈의 메디나주 알울라 지역에 있는 2000년 전 고고학 유적지로, 사암을 잘라 만든 건축물들이 인상적이다.
헤그라는 고대 국제 무역로이기도 했는데, 로마제국의 라틴어 명문비가 출토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이곳은 지난해 말 대중에게 전격 공개됐다. 사우디를 여행할 때 항구 도시 제다도 빼놓을 수 없다. 사우디 제2의 도시로, 이곳의 구시가지 역시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두바이 팜 분수 전경
▶두바이
올해 중동 여행을 한다면 두바이는 꼭 들러야 한다. 2020 두바이 엑스포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포는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다가 올해 개최됐다. 중동·아프리카 및 남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첫 엑스포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동안 두바이의 대표 관광상품은 국가 상징이 되다시피 한 버즈 두바이, 인공섬인 팜 주메이라 등이었다. 하지만 엑스포 개최를 기점으로 새로운 관광자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2020 두바이 엑스포의 심장 알 와슬 플라자. 알 와슬은 두바이의 옛 이름이다.
먼저 엑스포를 돌아보면 엑스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알 와슬 플라자가 있다. 개막식이 열린 이곳은 돔 지붕 내부에 설치된 20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다채로운 빛을 내뿜어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빌리티 파빌리온은 체험공간이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스타트렉>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작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곳에는 한국관이 있다.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다. 55m 높이의 전망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엑스포 부지를 360도 조망할 수 있도록 회전한다. 전망대는 2층으로 구성됐다. 이 밖에 세계 최대 규모인 팜 분수, 세계에서 가장 큰 회전식 관람차인 아인 두바이 등도 두바이의 새로운 여행 경험을 선사할 것들이다.
바다거북과 함께 수영할 수 있는 티산만 전경
▶터키
터키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우리가 그나마 자주 찾는 여행지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두 지역의 특색이 터키 문화 곳곳에 녹아 있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는 뜻이지만, 터키 여행의 숨은 매력은 의외의 것에 있다. 바로 휴양지로서의 터키다. 터키의 항구 도시들은 연중 300일이 넘는 맑은 날씨와 눈부신 해변, 울창한 소나무 숲 등으로 동남아와는 또 다른 여유로운 정취를 자아낸다. 크루즈 여행과 수상 액티비티는 덤이다. 터키문화관광부가 추천하는 터키 휴양지는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찾았다고 전해지는 마르마리스, 지중해 윈드서핑의 성지로 불리는 알라니아, 고대 유적지 메르신 등이다.
지중해와 에게해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마르마리스는 1년 내내 온난한 기후가 이어진다. 연중 300일 동안 수영이 가능하다. 이곳은 터키 크루즈와 요트 관광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세디르 섬은 마르마리스의 대표 명소 중 하나로,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다녀갔다는 전설이 있다. 클레오파트라를 위해 해안가 모래알을 북아프리카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터키 크루즈와 요트 관광의 중심지 마르마리스
지중해를 마주하고 있는 알라니아는 터키의 항구 도시이자 인기 있는 해변 휴양 도시이다. 완만한 해안선 사이로 돌출된 바위 곶을 가지고 있어 역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 알라니아 성이 세워져 도시를 지켜왔다. 성은 현재 야외 박물관과 전망대로 쓰이고 있다. 항구 근처에 위치한 약 33m 높이의 레드 타워 키질쿨레는 알라니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관광 명소다. 최근에는 이곳의 적당한 파도와 바람이 알려지면서 터키 내 서핑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메르신은 고대부터 지중해의 해상 무역 중심지였다. 오랜 역사만큼 고대 유적지도 많다. 여기에 더해 메르신은 터키의 남서부 지역의 에메랄드빛 해안을 일컫는 터키 리비에라 중에서도 가장 깨끗한 물을 자랑하는 곳이다. 관광청은 티산 만에서 고대 도시 유적지를 방문한 후 바다거북과 함께 수영을 즐겨보라고 권유한다. 고대 역사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함께 누리는 경험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