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학·석사를 거쳐 매사추세츠주립대학교 전기공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 초대 국가 R&D 전략기획단 단장(국가 CTO), KT 회장을 지냈다.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은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라는 ‘황의 법칙’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있으며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 256메가 D램 개발’ 등 다양한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KT 회장으로 재직 시절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할 준비를 마쳐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미스터 5G’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을 관통하는 기술은 반도체와 5G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바탕으로 대표산업으로 부상한 반도체와 세계 최초의 5G 기술을 세상에 선보인 통신 기술은 한국 산업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 두 산업을 관통하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전 KT 회장)이 <황의 법칙>이란 책을 집필하며 작가로 돌아왔다.
황 작가는 삼성전자에 영입돼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라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주창하며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다. 삼성전자에서 기술총괄 사장과 종합기술원장으로 재직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천재 1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이건희 회장의 ‘천재경영론’에 따라 삼성전자에 영입된 대표적 인재로 꼽히는 황 작가는 1999년 256메가부터 512메가, 1기가, 2기가, 4기가 등 2007년 68기가 낸드플래시까지 8년 연속으로 매년 2배씩 용량이 늘어난 메모리를 선보이면서 그의 이론을 입증했다. 1994년 세계 최초 256메가 D램 개발, 1999년 256메가 낸드플래시 개발 등의 성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1994년 삼성그룹 기술 대상을 받았다.
황창규 작가는 삼성전자에서 큰 공을 세운 점을 인정받아 KT 회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KT의 상징과 같은 기가인터넷과 5G, 기가지니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KT 회장 연임에 성공한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에 성공하기도 했다. 평소 그의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켜보자는 CWT(Change the World with Technology)를 강조한다. 파괴적 혁신을 이룰 기술을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이 이번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황창규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A 강의 준비와 책 발간 준비로 숨가쁜 1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지난해 봄 신동엽 연세대학교 교수에게 강의를 제안받고 서둘러서 강의안을 준비했습니다.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영’으로, 경영학부 학생 대상의 3학점짜리 총 7번의 강의였지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2달여간에 거친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강의안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몇 주 후에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야 했죠. 내가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과 학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며 강의안을 다시 준비했어요. 강의가 끝난 후에는 많은 사람에게 강의 내용을 책으로 발간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다시 6개월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이번에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강의 내용을 옮기는 작업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할 일이 태산같이 많았어요. (웃음) 지금은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일정을 조정 중에 있고 여러 대학 강의 요청도 있어서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Q 전문가들을 만나 공부하셨다니 흥미롭습니다.
A 강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 경영’이었기 때문에 관련 산업 전문가들과 2달여에 거쳐 집중적인 토론을 했습니다. 매주 1~2번 4~6명의 전문가와 AI, 메타버스, 클라우드, 디지털 헬스케어, 자율주행, 블록체인, 로봇, 핀테크, 드론, 스마트시티, 차세대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 검토와 토론을 했습니다. 자료의 양도 엄청났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최신 글로벌 기술의 흐름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됐습니다. 기술 하나하나가 10년에 하나 나올 만한 엄청난 것들인데 동시대에 동시에 기술이 쏟아져 나온 건 컴퓨팅 파워의 폭발적인 성장과 빅데이터의 출현, 5G 네트워크의 구축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Q 2002년 이후 근 20여 년이 지난 후 황 전 회장님의 원조 ‘황의 법칙’과 아울러 젠슨 황의 새로운 ‘황의 법칙’도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요.
A 무어의 법칙이나 젠슨 황의 황의 법칙은 주로 PC나 서버에 탑재되는 CPU, GPU에 대한 것으로 속도를 강조하는 개념이죠. 제가 주장하는 황의 법칙은 메모리 용량이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개념으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 속도는 네트워크에 의해 좌우되고 사진, 동영상 등 대용량의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오기 때문에 메모리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해야 소비자의 수요를 맞출 수 있죠. 앞의 두 법칙이 생산자 위주의 법칙이라면 황의 법칙은 수요자 위주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세계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은 미국이 대다수인데, 한국에서 파괴적 혁신기업이 등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A 2023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을 살펴보면 1위가 애플, 2위 테슬라, 3위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위권 기업 대부분은 미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7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50위권 기업 중 무려 25개가 미국 기업들입니다. 국가별로는 독일, 스위스, 영국 순인데 비결이라면 자유로운 창업과 이를 지원하는 국가 전반의 지원 체계, 기술혁신에 과감히 투자하고, 실패를 용인하고 재기를 돕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가장 혁신적인 기업과 기업인들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와 다르게 정부의 기업 지원 정책도 강화되고 있고 많은 젊은이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로 세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학생들 대상 강의를 할 때도 느꼈지만 학생들의 살아 있는 눈빛과 열정을 봤을 때 향후10년 안에 우리나라에도 혁신적인 기업과 기업인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과거 국가 전략기획단장으로 활동하시면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셨는데, 최근에도 리튬이나 AI 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기술과 자원의 선점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자원이나 기술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면?
A 핵심 광물은 신재생에너지 및 미래 첨단산업의 필수 원료로 가치사슬 단계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가까워질수록 부가가치가 커지고 국가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경제를 위한 전기 및 수소 경제로의 전환에는 반드시 배터리와 촉매제,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기기 등에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망간, 희토류 등과 같은 핵심 광물이 필요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관련 핵심 광물 확보가 필수적이죠.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새로운 차원의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20년 전 신제품 개발 이후 메모리 반도체는 새롭게 나온 제품이 없습니다. 대부분 기존 제품의 개선판입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책에서 일론 머스크를 만난 경험을 언급하셨는데, 당시 인상과 7년간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많은 성공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일론 머스크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하고 미팅하는 걸 꺼립니다. 만날 당시에도 느낄 수 있었죠. (웃음) 하지만 미래 비전이 확실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비전을 위해선 물불 안 가리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인물이죠. 사실 전기차란 개념은 이미 100년 전에 에디슨이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강릉의 에디슨 박물관에 가면 실물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테슬라의 가장 큰 특징은 배터리 활용도와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타사들은 수명 관리나 안전을 위해 배터리 용량을 4~96% 사용하지만, 테슬라는 2~98%까지 사용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 많은 주행거리를 제공하죠. 또한 자율주행에 도전하고 자동차를 IT화하는 등 혁신적인 노력을 많이 한 것이 성공비결인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X도 같은 개념입니다. 우주선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없을까? 그러면 비용이 내려가서 우주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이 오늘날의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을 가능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상상할 수도 없는 수많은 기술이 접목되면서 우주여행 시대도 열고 많은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릴 가능성의 시대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Q 챗GPT를 시작으로 인공지능이 개인에게 일상화되고 있는데, 어떤 분야부터 차례로 접목되어 혁신을 이룰 것이라 내다보시나요?
A 언론진흥재단에서 4월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번역가/통역가, 데이터 분석가, 자산관리/보험설계사, 회계사/세무사, 이미지/영상 편집자, 고객상담사, 기자, 교수/강사, 작곡가/작사가 등이 대표적으로 대체될 직업으로 선정 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파괴적 혁신은 대부분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 제 생각에도 위에 언급한 직업군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관련 분야에서도 좀 더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관련 첨단 기술의 개발 분야에 사람들이 더 많이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Q ESG 등 기업의 책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CWT는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귀담아들으면 좋은 캠페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와 실행력과 소명의식 모두 중요한 부분인데 조직 구성이나 구성원들에게 어떤 방식의 유인책이 필요할까요?
A CWT는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켜보자는 뜻입니다. KT가 개발한 감염병확산방지 플랫폼(GEPP)은 메르스 1차째 대규모 확산 방지, 2차째는 사망자 0명으로 감염병을 조기에 종식하는 등 많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플랫폼입니다. 원래는 소나 돼지,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여기에 로밍 데이터를 비롯해 기지국 데이터를 추가로 활용해서 만든 것이 인간감염병확산방지 플랫폼이죠.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은 해마다 저개발도상국가에 수천억원의 백신을 무료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돈을 GEPP에 투자했다면 코로나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KT는 빌게이츠재단과 함께 120억원을 투자해서 스마트폰으로 독감 확산 경로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GEPP와 같은 CWT를 추진하기 위해선 최고경영자의 의식과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회사 성격에 맞는 기술 개발과 확산을 위해선 최고 리더의 강력한 지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Q 여러 기업과 기관을 거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실지 궁금합니다.
A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억하는 것과 돕는 것”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음 세대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풍성한 수확을 위해 알찬 거름이 필요하듯, 땅속 깊은 곳의 약수를 끌어 올리는 것과 같이 마중물이 필요하죠. 앞으로도 기회와 건강이 허락한다면 젊은이들을 돕는 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