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대표가 10년 전 창업한 에임은 초기에 많은 의심과 견제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자산관리용 로보어드바이저를 보고 한국에 가져와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창업했다고 전했다. 창업 초기, 국내 증권사에 협력을 구하는 데 4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36개 증권사 중 20곳 이상 미팅을 진행하고 에임의 비전을 설명했어요. 그중 유일하게 한국투자증권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금까지 파트너십을 다져오고 있습니다.”
현재 에임은 앱 사용자에게 투자자문을 제공하고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지수 기반 ETF를 거래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렵게 앱 서비스를 내놓은 후에도 이 대표는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각종 기능을 추가했다.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해주고, 다양한 수익률 계산법을 알려줬다. 매도 시 환전수수료를 직관적인 UI로 보여 주기도 했다.
성과는 뚜렷하다. 최근 6개월 수익률 11.39%로 같은 기간 S&P 500(-1.2%)을 12.6%포인트 상회했고, 2025년 연간 수익률은 22.26%를 기록했다. 누적 자문계약 금액은 1조7000억원을 넘어섰고 가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대학생이 에임을 사용해보고 만족해서 부모님께 추천하거나, 40대 사용자가 청소년 자녀의 계정을 만드는 등 자발적인 바이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25년 4월, AI 기반 알고리즘을 고도화한 ‘에임 2.0’을 출시하면서 크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2025년부터 1년간 수익률이 많이 올랐고, 이때 처음으로 수익에 대한 성과보수(Performance Share)를 20%씩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에임은 이전까지 1%의 앱 사용료만 받아왔다.
“자산관리의 허들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이 대표는 처음 PS이용료를 받기로 결정했을 때를 회상했다. “대규모 이탈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95%의 사용자들이 이 구조를 받아들여주셨습니다. 10년간 쌓아온 신뢰에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 고도화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유동성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가 본 월스트리트 자산가들은 자산을 쉽게 현금화하지 않고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확보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한국의 서민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저의 목표”라며, “지난 10년간 도구는 달라질 수 있어도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은둔의 경영자처럼 오랫동안 공개석상을 피해온 이지혜 대표에게 앞으로의 자본시장과 투자 노하우에 대해 물었다.
Q 최근 6개월간 S&P 500이 마이너스인 구간에서 에임은 11%대 수익을 냈습니다. 지난 1월의 선제적 리밸런싱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인데, 알고리즘이 무엇을 보고 하락을 예측한 겁니까.
A 자본시장을 먼저 봅니다. 거시경제와 자본시장 내부의 흐름, 그리고 시장이 리스크에 매기는 프리미엄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죠. 리스크 스위치를 켜야 보상이 있는 시기가 있고, 오히려 리스크를 낮춰야 보상이 주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에임은 ‘리스크 프리미아(Risk Premia)’를 중요한 팩터로 씁니다. 자본시장이 위험을 어떻게 정의하고 보상과 벌칙을 수치화하는지를 본다는 뜻입니다. 선행하는 것은 결국 자본시장입니다. 돈줄이 조여지면 시장에 먼저 반영되고, 실물경제는 뒤따라옵니다.
Q 2020년 팬데믹 당시에도 손실 방어가 두드러졌습니다.
A 시장이 30% 가까이 빠졌을 때 저희는 손실을 5% 수준에서 방어하겠다는 전략으로 대응했습니다. 시장보다 3배 이상 안전했던 그때의 경험이 장기 고객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 전 세계 시장 참여자가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안전자산에 아무리 배분해도 타격은 옵니다. 결국 자산의 성격이 실시간으로 변한다는 전제 위에서, 빠르게 감지하고 매도하는 것이 에임의 두 번째 차별점입니다.
Q 업계 일각에서는 에임의 모델을 ‘리스크 패리티 기법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에임만의 기술적 해자는 무엇입니까.
A 저는 알고리즘 기반 투자를 2006년부터 경험한 최상위 헤지펀드 출신이고, 에임의 엔진은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거시경제를 분석해 지수펀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주식·채권·자산 배분을 넘어 ‘어떤 팩터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팩터 틸팅(Factor Tilting)이 수익률에 실질적으로 기여합니다.
Q 77개국 1만2700개 자산을 관리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넓은 모수를 쓰는 이유가 있습니까.
A 유동성 모델링을 많이 합니다. 모든 종목에 개별 제약을 걸어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합니다. 같은 시그널에 모두가 움직이면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005~2006년경 퀀트 알고리즘이 모두 같은 종목을 공매도하다 손실을 본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모르는 팩터를 찾아 내는 것, 그리고 유동성 제약을 프로그램화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에임은 달러 기반 글로벌 투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A 77개국 달러 기반글로벌 시장에 한국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저희는 한국 ETF나 한국 주식이 아니라 뉴욕증시에 상장된 현지 금융 상품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국내 투자자가 대시보드를 볼 때 기업 비중이 하나도 안 바뀌어도 환율이 움직이면 달라 보입니다. 원화로 평가하는 것이 큰 조류를 읽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달러는 위기에 오르는 자산이고, 달러 보유는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환율 영향을 받는 신흥국 투자자 모두에게 유효한 전략입니다.
Q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실패하는 이유로 ‘감정’을 꼽으셨습니다.
A 개인이 투자 결정을 할 때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여론에 휩쓸리거나 공포·불안 때문에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되죠. 에임은 상대적으로 비합리성을 크게 줄이는 전략을 써왔기에 안정적인 자산 증식이 가능했습니다. AI는 꼭 필요합니다. 다만 ‘누가 만드느냐’가 실제 성과를 좌우합니다.
Q 부자의 자산관리와 일반인의 자산관리는 어떻게 다릅니까.
A 진짜 자산가들은 세대를 넘나드는 부를 일구면서도 자산을 절대 현금화하지 않습니다. 우량 자산을 사서 팔지않고 장기 투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에서는 그 역할을 아파트가 해왔습니다. 84㎡ 국민 평형이 규격화돼 있고, 거래가 활발하며 표준 가격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구조화된 금융 자산처럼 기능해왔죠. 수익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하방 리스크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아파트가 그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르고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이제는 금융 자산의 배분율을 높여야 하는 국면입니다. 선진국이 그 길을 먼저 걸었습니다.
Q 주식담보대출을 구상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A 유동성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주식 담보 가치 평가는 아직 매우 보수적입니다. 에임이 리스크 평가 기관 역할을 하면서 자산의 안정성을 검증해주면, 중금리 대출처럼 자산 담보 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길, 즉 부자의 방식을 일반인에게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개인에게 ‘개인 자산관리용 AI 에이전트’를 제공하는 방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정적 자산을 보유한 고객에게는 높은 에이머 스코어를 부여해 고수익 포트폴리오를, 위험이 큰 고객에게는 안전자산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Q 미국 시장에 에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A 미국 로체스터를 거점으로 앱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앱의 UX를 미국에 이식해, 두 시장이 심리스하게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개념입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글로벌 팀빌딩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달러 기반 투자 전략은 한국뿐 아니라 환율 영향을 받는 신흥국 투자자 모두에게 유효하다고 봅니다. 미국을 기반으로 다양한 나라에 진출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Q 에임이 제안하는 ‘2026년형 자산관리’를 한문장으로 정의한다면.
A 일반인이 프리미엄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게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달러 기반의 렌즈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에임의 지난 10년이 수익률로 증명됐듯, 앞으로의 10년도 같은 방식으로 답하려 합니다.
[박수진 기자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8호 (2026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