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라이프(Van-life)’. 이동수단으로만 인식되던 자동차를 거점 삼아 먹고 자고 일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언뜻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은데, 위치 기반 차박여행 플랫폼 ‘밴플(Vanpl)’을 살펴보면 이미 가능한 생활이다. 우선 캠핑카부터 모터홈까지 차량을 빌릴 수 있고, 과거 차박 여행 패턴을 분석해 여행계획을 안내한다. 차박지 추천이나 예약, 용품 구매는 물론 지도를 통해 해당 지역의 상가, 주유소, 전기차충전소 등 필요한 인프라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3년 전 밴플을 창업한 조수빈 대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이동식 라이프스타일이 밴라이프”라며 “밴플이 밴라이프의 믿음직한 길잡이”라고 설명 했다. 라스베이거스 근방 사막을 캠핑카로 여행하다 사업 아이템을 얻은 조 대표는 “그길로 미국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스타트업을 선택했다”라며 “민관 협력을 통해올바른 차박 문화를 정착시켜 나간다면 관광과 먹거리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캠핑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시기인데요.
A 저희는 아웃도어를 다루는 마켓이다 보니 성수기가 4월부터 시작이에요. 4월부터 6월까지 봄 성수기고 7, 8월은 한여름이다 보니 오히려 조금 내려가죠. 덥고 벌레도 많아서 봄가을이 성수기, 여름은 준성수기, 추운 겨울은 비수기로 분류합니다.
Q 밴플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A 2020년 2월에 창업했는데, 캠핑카 공유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에 팬데믹이 터지면서 관광업계는 힘들어졌는데, 승용차, 화물차, 특수차 등 모든 차종을 캠핑카로 튜닝(개조)할 수 있게 자동차관리법하위법령이 시행됐거든요. 캠핑카라는 뉴노멀 트래블이 생긴 거죠. 창업 후 2년간 그 수요가 꽤 높았는데, 이후엔 자차로 차박에 나서는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어요. 현재는 지도를 기반으로 한 밴라이프 인프라 서비스가 메인이 됐습니다.
Q 밴플을 작동시키면 지도에 여러 핀들이 보이던데 그게 인프라군요.
A 지도 안의 핀은 사용자가 있는 지역에서 캠핑카를 빌릴 수 있는 차고지도 있고, 차박지나 캠핑장도 있습니다. 핀을 누르면 예약이 가능하죠. 차박이 가능한 노지 주차장도 안내돼 있어요. 캠핑카가 아니라면 화장실이나 샤워 시설이 필요한데, 그런 시설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터홈은 오폐수를 채우고 버릴 수 있는 덤프스테이션이란 공간이 있어야 해요. 그 장소도 밴플의 지도에 표시돼 있습니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확인할 수 있어요. 전기차충전소요? 물론 있습니다.
Q 차박에 나서고 싶으면 밴플로 캠핑장 예약부터 차박에 필요한 용품 구매, 먹고 씻고 싸는 것까지 다 해결할 수 있는 거군요. 에어비앤비가 떠오르는데요.
A 종종 캠핑카계의 에어비앤비란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좀 더 확장된 서비스죠. 캠핑카의 경우 현재 13개 캠핑카 렌트 회사와 계약해 약 100여 대의 캠핑카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Q 밴플에서 구매하면 좀 싸게 살 수 있는 겁니까.
A 캠핑카나 캠핑장 모두 저희가 최저가로 독점 계약을 맺고 있어요. 캠핑용품도 그렇습니다. 저희 투자사 중 한곳이 코베아이기도 하고. 최저가 보장합니다.
Q 그러고 보니 밴플이란 사명도 예사롭지 않은데요.
A 밴라이프란 뜻을 담았어요. 이동형 라이프스타일이죠. 흔히 말하는 로드트립(Road Trip·장거리 자동차여행)인데, 자동차가 이동수단이자 생활공간이 되는 겁니다. 차가 거점이 되고, 그 거점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게 바로 밴라이프예요. 이러한 문화가 발달한 미국은 아예 거주 형태로 자리 잡기도 했어요. 유럽도 중장기적인 로드트립이 많아졌고요. 아직 한국은 차박이나 로드트립이 주목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캠핑카로 튜닝이 가능해지면서 차에 공간 개념이 더해졌습니다. PBV(Purpose Built Vehicle)라는 친환경 다목적 차량도 주목받고 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밴라이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죠.
Q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해서 생활하는 삶이 곧 밴라이프다?
A 맞습니다. 저희는 밴라이프를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첫째는 에센셜 라이프예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살아가야 하는데, 내게 맞는 단 한 가지를 선택해 오래도록 사용하는 겁니다. 자연스레 친환경과도 연계되는 개념이죠. 둘째는 슬로라이프예요. 밴라이프라고 하면 속도와 이동을 떠올리게 되는데, 중요한 건 내 속도에 맞는 여정이에요.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삶이죠. 셋째는 가장 중요한 로드트립 라이프인데, 그 안에 노매드라이프가 섞여 있습니다.
Q 개념은 꽤 바람직한데, 직장인들이 밴라이프를 즐기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A 실제로 저희 밴플 구성원들은 모두 리모트워크(Remote Work·업무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원격근무’의 한 형태)를 진행하고 있어요.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근무하는 건데, 밴라이프의 핵심은 자동차라는 거점 공간을 활용하면서 그곳에서 생활을 즐기며 일도 하는 거죠.
Q 직원 모두가 사무실이 아닌 밖에서 근무한다는 건데, 장단점이 있을 법한데요.
A 아직 풀타임으로 밴라이프를 즐기는 분은 없어요. 근무하고자 하는 장소를 선택해 원격근무에 나서는 거죠. 오늘도 세종에 한 분, 파주에서 한 분이 근무 중입니다. 근무 공간을 집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캠핑장이나 해외로 나갈 수도 있죠. 창업 초기부터 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밴라이프를 직접 경험하고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점에선 장점이 많습니다. 13분의 직원 중 평균 10여 명은 리모트워크를 하고 있어요. 또 완전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코어타임을 제외 하고 원하는 시간대를 택해 일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 간의 소통은 모두가 볼 수 있는 대시보드나 커뮤니케이션툴을 이용하고 있어요.
Q 밴플에서 근무하려면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 겁니까.
A 저희는 리모트워크라는 특별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어요. 이 문화에 적응하고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분들이 인재죠. 대면 소통을 잘하는 분들이 있는데 비대면 환경에서도 꼭 그런 건 아니더군요. 비대면 상황에선 소통을 위해 먼저 제대로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준비한 후 상대방과 미팅에 나서야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죠.
Q 현재 프리(Pre)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A 누적 투자금은 16억5000만원 규모고 내년에 시리즈 A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Q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밴플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A 첫째가 뉴노멀 트래블이란 키워드였어요. 차에서 먹고 자는 차박은 국내에선 낚시에서 시작됐는데, 낚시를 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고 낚시하다 차에서 자는 거죠. 그래서 사실 아저씨들의 레저란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스스로 격리하며 여행할 수 있는 뉴노멀 트래블로 떠올랐어요. 여기에 MZ세대가 더해지며 젊은 트렌드가 됐습니다. 투자자들도 이러한 컬처 코드에 주목했다고 봅니다. 반짝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 흐름으로 판단한 것이죠. 또 하나, 밴플의 역량을 보고 투자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팀원들 중 아웃도어를 경험한 이들이 대다수고 저 또한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밴라이프를 경험했거든요. 개발팀의 지도와 관련된 역량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Q 밴플이 직접 캠핑카나 캠핑장을 운영할 계획도 있는 겁니까.
A 사실 그런 제안들이 많긴 했습니다. 수십억 투자할 테니 캠핑카 수십 대 사서 직접 렌트하고 운영해보라는 제안도 있었고요. 즉각적인 매출이 발생하니 저희에겐 유혹이기도 한데, 그렇게 된다면 밴플의 인력 구성부터 달라지겠지요. 저희가 밴플을 개발하는 이유는 밴라이프라는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정착시키는 것이에요. 렌트카나 캠핑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라 기술이 기반이 된 IT 회사, 플랫폼이 목표죠.
Q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하기 위해선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관건인데요.
A 물론입니다. 지도에 표기된 정보들은 사실 하루만 지나도 노후화되거든요. 일례로 겨울철엔 캠핑장 화장실이 잠긴 곳도 있고, 노지 차박지가 폐사된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커뮤니티 매핑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참여형 지도예요. 데이터가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이미 자발적인 참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Q 무엇보다 수익이 중요한 시점인데.
A 중계 수수료가 현재 주 수익이고 또 하나 광고 모델이 있습니다. 지도의 핀을 통한 광고인데, 핀의 크기가 키워지거나 섬네일이 변경되는 서비스죠. 이런 핀들을 각 지역의 로컬 기업들과 연계하려고 하는데요. 지역마다 유휴 공간에서 차박을 할 수 있다면 체류 관광객이 모이고 자연스레 지역활성화로 이어질 겁니다. 또 한 가지 수익 모델은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예요. 차박 코스와 관련한 구독 서비스 등을 현재 개발 중입니다.
Q 거주자 입장에선 생활 터전에서 누군가 차박한다는 사실이 반갑지만은 않을 텐데요.
A 사유지 불법 침입이나 쓰레기 투기 같은 부정적이고 건강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요. 민관 협력을 통해 차박지에 화장실이나 수도 등 필요한 인프라를 깔고 안정적인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면 차박족을 관광산업으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차박으로 갈등이 쌓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죠. 저희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 모델입니다.
Q 해외 진출 계획도 있는 겁니까.
A 물론입니다. 올 하반기에 테스트 베드 차원에서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후쿠오카 지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밴라이프 분야는 저희가 업계 최초예요. 처음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젠 시장을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경쟁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웃음)
He is
1991년생.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철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크립톤, 코너스톤 크레딧, 코너스톤 스페이스, 한국 국제협력단(KOICA) 등에서 근무했다. 2020년 6월 위치기반 차박여행 플랫폼 ‘밴플’을 창업하고 현재 해외 진출을 계획 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