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 최대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국내 최대 전자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로부터 인공지능(AI) 전문가 2명을 영입해 화제가 됐다. 둘은 올해 초 출범한 포스코홀딩스 산하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인 미래기술연구원에 배치, 사업회사 포스코를 비롯한 모든 그룹사에 AI 기술을 전파하는 임무를 맡았다.
주인공은 미래기술연구원의 김주민 AI연구소장(전무)과 김필호 AI연구센터장(상무)이다. 김주민 소장은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장, 김필호 센터장은 삼성디스플레이연구소 AI팀장을 역임했다. 포스코에서 매우 극소수인 1970년대생 임원으로 둘의 나이는 50세다.
최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내 연구원서 진행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주민 소장은 “포스코의 AI는 친환경 지능(GI·Green Intelligence)”이라며 “회사와 사업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적으로도 기후변화·에너지 혁신에 기여하고 싶어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포스코처럼 원료·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AI를 활용해 단일 신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전체 산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전자 업체처럼 소비자 트렌드나 생활방식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아 장기적 계획 수립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그룹 내 AI 관련 임무는 ▲공장 효율화·디지털화를 통한 친환경 공정 구축 ▲안전 환경 기술 개발 ▲제조 외 경영·R&D 분야로의 확산 ▲그룹 전체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등이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기계·공정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명장(名匠)들도 디지털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필호 센터장은 “50년 넘는 제조공정 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디지털트윈(디지털 쌍둥이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포스코 명장을 비롯한 고숙련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등을 모두 데이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연료 투입서부터 강판 생산까지의 모든 공정을 효율화한 스마트공장을 내년까지 30여 개 구축, 궁극적으로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이룬다는 목표다.
다른 한 축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중요해진 안전 분야다. AI는 지능형·맞춤형 CCTV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스마트 CCTV란 불꽃·고온·연기 등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감지해 경고 알람을 울리는 장치다. 문제는 불꽃·고온·연기 등이 제철소에서는 너무 흔한 것들이란 점이다. 결국 포스코만을 위한 AI CCTV 개발이 필요하다. 김필호 센터장은 “영상·작업·인적 정보에 다양한 움직임을 패턴화한 이른바 ‘복합 이벤트 처리(CEP)’ 기반 안전 환경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며 “39개 그룹 계열사 중 27개 제조 계열사와 52개 해외 제조법인 전체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밖에 포스코는 IT·신기술 활용에 능한 ‘뉴칼라’ 인재를 내년까지 900명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 300명에서 3배 늘어난 숫자다. 미래기술연구원 AI연구소는 이러한 내부인재 육성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김주민 소장은 “구매·물류·영업 마케팅 등 경영 부문과 신소재 개발 업무 혁신을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LG에 있다가 철강사에서 일하면 답답하지 않냐’고 물었다. 둘은 손사래를 쳤다. 김주민 소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등대공장’에 선정된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경우, 각종 설비·기계에 1000여 개의 AI 모델 엔진이 적용됐다”며 “그룹 전체적으로도 스마트 제조 혁신이 1단계를 넘어 2단계에 접어드는 등 외부 시각과 달리 신기술 도입에 진보적인 편”이라고 강조했다. 김필호 센터장도 “연구 인력의 경우 거의 대부분 석사 이상인데, 이는 제조 업계에선 매우 높은 학력”이라며 “근속 기간도 길다보니 각자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터뷰 전문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AI연구소를 소개해주신다면.
▷김주민 소장: 올해 지주사 출범과 함께 그룹의 미래를 위해 미래기술연구원 산하 수소·저탄소에너지연구소 및 2차전지소재연구소와 AI연구소가 설립됐습니다. AI연구소는 그룹 공통 역량 조직으로서 AI의 기대 역할 중 제조·경영·R&D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환경을 구축하고, 에너지 절감·생산 효율화의 미션을 갖고 있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후변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생산성·안전·환경·에너지 효율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포스코의 AI는 그린인텔리전스(GI)입니다. 그 밖에 2차전지소재연구소는 양·음극재, 리튬 소재 분야 선행 연구 및 신제품 개발을 주도할 계획이며, 수소·저탄소에너지연구소는 수소·CCUS(탄소포집저장 활용) 기술 개발을 추진해 친환경 철강 공정을 선도하고 수소 양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에요.
▶포스코에서 AI를 연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필호 센터장: ‘제조업 환경에서의 AI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삼성 이전에 아마존웹서비스(AWS) 근무 당시 지원했던 산업군 중 특히 제조업의 경우 구성 인력·기술적 배경, 그리고 업무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AI 도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봤죠.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라는 거대 제조업에서 전사적 AI 도입을 위한 요청을 했을 때 돕고 싶다는 생각에 삼성디스플레이연구소 AI팀장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이후 전사 AI 확산을 위해 AI 교육·인증·AI 과제 발굴·AI 개발 프레임워크 등을 구축했죠. 포스코로 돌아오는 데는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석사 졸업 이후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소(RIST) 설비 자동화에서 6년 반 동안 근무하며 쌓았던 좋은 기억과 경험들도 작용했습니다.
▷김 소장: LG 전자에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분석을 기반으로 AI 경험의 현재·미래를 설계하고, 단기·중장기 기술 개발을 추진했죠. 20년 넘게 라이프스타일의 혁신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찾고자 했습니다. 특히 미래의 중요한 도전 과제가 친환경 에너지라 생각했고, 우리나라의 중요한 경제 요소로 인식했죠. 이런 부분에 AI가 접목돼 기술 발전과 경쟁력을 갖춰 간다면, 또 다른 도전을 하기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단순히 철강 산업을 보고 온 게 아니고,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될 친환경 소재·에너지 혁신에 대한 열정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철강 업계와 전자 업계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김 센터장: 제조업이라는 공통점 외에, 일반인들이 보기에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여길 것 같아요. 회사 매출과 연계되는 포트폴리오 및 공급망 관리(SCM) 외에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인 구성 인력에서도 전문분야가 상이한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AI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양 제조 업계에서 매우 유사한 AI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죠. 예를 들어 제품 품질 관리를 위한 영상인식 기반 결함 검출의 경우나 SCM 최적 관리를 위한 수요 예측·재고 관리 등 각종 수치 기반 예측 기술들에서 주요 핵심 AI 알고리즘 활용 및 개발 환경 등이 깊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 소장: 전자 업계에서는 철저한 소비자 중심 사고·접근을 통해 서비스, 솔루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개발한다면, 포스코는 기반기술로서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에너지를 효율화합니다. 결국 임팩트를 만드는 대상이 다르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다만 기업경영이라는 측면에서 AI가 적용되는 경영업무 효율화와 제조라는 점에서의 생산성, 특히 품질 강화의 기술적 공통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철강에서 AI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요.
▷김 소장: 기존 철강으로만 한정 지으면 스마트공장이라 생각하지만, 이제부터는 경영·R&D 업무까지 확장해 AI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현재 그룹 공통적으로 바라봤을 때 제조·경영·신소재 발굴 및 개발 R&D 등 모든 업무를 효율화하고, 에너지 절감·에너지 생산성 효율을 높이고 안전 환경을 구축하는 부분에 AI를 활용하고자 합니다.
▷김 센터장: 포스코는 1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선정되는 등 조업 운용 노하우에서는 50년의 경험치가 쌓여있는 회사입니다. AI는 이러한 빅데이터가 축적된 조업 공정의 경우, 지도 학습 기반으로 기존 수식 모델 또는 자동화에 대한 최적화 과정을 통해 성능을 개선해가는 과제들을 수행할 수 있죠. 또한 기존 공장 단위 작업 효율성 향상을 넘어서고자 현재 포스코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공장(2020년 2곳→2023년 33곳) 기반 관통 공정 구현 프로젝트에서는 고객 주문에서 제품 출하까지 전 단계를 연계한 최적화를 위해 지도·비지도 학습 기반의 복합 AI 모델링 기법을 활용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재 육성과 안전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김 소장: AI 기반의 고숙련자 노하우를 디지털화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포스코 전 직원의 AI 역량 함양 강화에 가장 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또 이런 소중한 인력의 안전을 지키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AI 기반의 차세대 재해 예방 플랫폼 구축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단기적 목표와 중장기 목표는 무엇입니까.
▷김 소장: 앞으로 AI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으로 제조·경영·R&D·에너지 효율화·안전 환경 구축 등이 있습니다. 무궁무진하죠. 기술적으로 AI가 도우미, 협동, 조언자 형태로 발전해나갈 것을 감안해 사업 방향을 잡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제조 분야 생산성·에너지 절감·안전 환경 구축에 기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영업무·친환경 소재 개발의 R&D 혁신·에너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죠.
더불어 친환경 소재·에너지 사업에서 길목 기술들의 선행 개발·연구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발판으로 새로운 기회들을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포스코 내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운영 방식과 협업체계를 만들고자 해요. 첫째는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내외부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모여 같이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둘째는 글로벌 전문가 채널인 글로벌 자문기구(Global Advisory Counsil)를 통해 새로운 기술 탐색과 혁신을 만들어가고자 해요. 마지막으로 친환경 소재·에너지는 한 회사의 고민이 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고민이기 때문에 친환경 인공지능 커뮤니티를 만들어 산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김 센터장: 포스코 그룹의 제조 관련 AI 과제 수행은 단기적으로는 기존의 AI 과제에 대한 리뷰·개선 활동을 하면서 AI 고도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기존 연구인력 AI 역량 강화 및 신규 AI 전문 인력 확보 계획을 미래기술연구원의 로드맵과 맞춰 추진 중이죠. 제조업 AI에 관심 있는 많은 인재들이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장기 계획으로는 전사적인 스마트공장 및 디지털트윈 구축 계획과 연동된 AI 과제 발굴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핵심 AI 기술을 포스코홀딩스 전 계열사가 용이하게 활용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서비스화하여 높은 확장성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개발할 예정이에요.